FTA 문화분야 넘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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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문화분야 넘길 수도
  • 김광선 기자
  • 승인 2007.03.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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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민감 부문인 자동차를 얻고 쇠고기 등을 지키기 위해 영화, 지적재산권, 방송․통신 등 문화 부문을 희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콘텐츠 비율 제한 완화 등 개방할 수도

 

29일 정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은 원칙적으로 개방 불가의 입장이지만, 방송의 외국 콘텐츠 비율 제한 완화와 기간통신 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는 사업자들의 요구와 맞물려 개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절대 양보 불가’ 목록인 농업과 자동차 분야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FTA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이번 한미 FTA 협상이 낮은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2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양국이 협상 결렬보다 타결 의지가 강하다”며 “(양측이) 원하는 것의 100%가 아닌 70~80% 만족하는 수준에서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화 분야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 높아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측이 문화 분야를 마지노선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농업, 자동차, 금융, 섬유 등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한국측에서 문화 분야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은 10여 가지 분야의 쟁점 중에서 스크린쿼터 재 확대 금지와 방송의 외국 콘텐츠 비율제한 완화, 저작권자 사망 후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방안,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비위반제소 등을 양보할 수 있는 쟁점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은 마지노선으로 내 놓은 것이 대부분 문화 부문인 것이다. 이는 상품과 농업 부문과 달리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계량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분야 개방...곳곳에 지뢰밭

 

그러나 각각의 사안을 드려다 보면 곳곳에 지뢰밭이다. 우선 스크린 쿼터의 재 확대 금지의 경우는 심각하다. 한국 정부가 한미FTA 협상을 하기 전에 스크린쿼터를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한바 있다. 그런데 미국측은 73일 이상으로 다시 늘리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영화시장은 미국의 할리우드 자본에 의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의 외국 콘텐츠 비율 제한이 완화될 경우 미국의 콘텐츠들이 지상파 방송 뿐 아니라 케이블 등으로 대거 진입할 수 있다.
저작권자 사망 후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릴 경우, 국내 출판시장은 물론 음반 시장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지난 61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소설가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 대한 로열티는 현행법상 2011년으로 마무리되지만, 미국 요구대로라면 2032년까지 20년간 로열티를 더 지불해한다. 보호기간 적용은 비단 도서출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반이나 영화 캐릭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공개한 정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음악 어문 캐릭터 3개 분야의 저작권 누계는 2111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2%만이 국내 저작권에게 배분되고, 나머지는 미국이 70.6% 기타가 26.2%이다. 한 예로 미키마우스 등 캐릭터 부문의 저작권료는 100% 미국으로 이전된다.

이밖에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는 케이블의 지분 49%에서 51%로 풀어달라는 것이고, 향후 IPTV 도입에 있어 국내 기간통신사업에 지분을 소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케이블 뿐만 아니라 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우려도 있다.

 

빌트인 어젠더 방식 가능성

 

협상장 주변에서는 낮은 수준으로 일단 합의를 이룬 뒤 미해결 쟁점을 계속 협의하는 이른바 빌트인 어젠더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빌트인 어젠더 방식이란, 협정 타결시점에서 합의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 협정 타결 이후나 협정 발효 이후에 다시 논의할 것을 협정문 속에 근거조항으로 넣어두고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어려운 쟁점은 나중에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현재 수준에서 합의 가능한 것만으로 협정문에 서명을 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8일 논평을 통해 “빌트인 방식은 국민들을 눈속임하자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개성공단, 무역구제, 비자쿼터 확보 등이 우리 쪽에서 얻을 가장 큰 성과라고 얘기해왔는데, 이들 쟁점에 대해 협상 막판까지 얻는 것이 없다면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훨씬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쟁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빌트인 어젠더 방식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쟁점들을 협정문에 넣는 대가로 다른 것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과 만약 앞으로 논의하기로 한 쟁점들에서 우리 쪽이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찰을 주고 부도수표를 받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 이후 위원회가 꾸려지고 쟁점 사항을 논의하다보면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미FTA 협상 시간은 31일 오전 7시를 마감시간으로 봤을 때 29일부터 이틀간은 피말리는 ‘레이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타결 쟁점은 오늘 아침부터 이틀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참석하는 회담 테이블에 올려지고, 양측은 이 자리에서 포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서로 꺼내야 한다.

 

김광선 chamna200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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