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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재미있냐고 물어보지마”이동희MBC 교양제작국 조연출

|contsmark0|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들이 들으면 웃을 테지만 촬영하러 다니면서 때로는 선배들이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참 별 사람이 다 있고 정말 별일이 다 있음을 확인하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황당해 하기도 많이 했다. ‘우물안의 개구리도 이렇게 세상 볼 기회가 생기는구나’며 재미있어 했던 것 같은데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이런일 저런일을 겪었지만 변치않고 일관되게 듣는 얘기가 있는 것같다. 수습이라 일도 안하고 동기들끼리 우루루 다니면서 회사 안팎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할 때도 그랬고, 촬영을 다니고 편집하는라 눈 시뻘겋게 사무실을 왔다갔다 할 때도 그렇고, 일이 바쁘고 서로 하는 일이 달라 가끔씩 만나게 되는 선배들조차도 물어보는 말이 있다.“요즘 어떠니, 재미있니?”재미있냐는 이 말. 재미있으면 어떻고 재미없으면 또 어떠랴, 뭐 대순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그래요’라고 시큰둥하게 대답이라도 하게 되면 ‘그럼 안되지.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하니’라는 말이 금새 나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말은 남들이 흔히 하는 ‘밥먹었어요’와 같은 인사치레성 질문이자 ‘잘 지냈니’ 라는 안부를 묻는 생사 확인용 멘트이며, 서로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성의표시형 발언이라는 것을. 때로 이 말은 엄청난(?) 압박용 멘트로 변하기도 한다. 수습떼고 얼마 안돼서부터 선배들과 나눠서 촬영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런 저런 촬영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작가며 pd가 물어본다. “어때요, 재미있어요?”사실 어떨 때는 촬영 나가서 나도 재미있어 죽겠을 때가 있다. 황소개구리 촬영 가서 촬영이 끝난 후 주인 아주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닭다리 같은 황소 개구리 다리 뜯어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또 정말 모기가 많이 있을까 조마조마해하며 모기마을을 촬영하러 지방을 내려갔는데 마을 입구서부터 모기들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새까맣게 떼지어 몰려있을 때. 그럴 때 차마 내색 못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신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날이면 날마다 이런 건 아니라는 사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재미’라는 이 말에 중독되어 계속 풀빵을 찍어내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이런 아이템 이런 포맷이 재미있더라. 안전하게 가자. 이런 게 재미있었으니까’라고.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을 ‘재미’라는 울타리 안에 내 의식을 가두고 그 안에서만 자가발전하는 ‘오바’를 떨며 서서히 나 자신을 길들이고 있진 않았는지….입사하면서 선배들이 그랬다. ‘ad때 사고 많이 쳐라. 그래야 많이 배운다’고. ‘pd되서 사고치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그러나 사고도 쳐 본 놈이 잘 친다고, 그래 이런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 법!! 이런 기대를 해본다. 어느날 편집실 문을 나서는데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가 나에게 던지는 한마디. ‘너 사고쳤다며’.그것이 인사치레든, 생사확인용 멘트든, 성의표시형 발언이든….|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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