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진상조사·국민신뢰회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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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진상조사·국민신뢰회복 과제
  • 김광선 기자
  • 승인 2007.04.29 1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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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준안,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26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되면서 지난 23일 이준안 위원장이 직권을 사용, 전 집행부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최대 위기를 맞았던 언론노조 내부의 갈등이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년간 우리 사회의 언론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언론노조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에서 민주 언론 운동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는 26일 비대위를 구성해 '횡령 및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과 함께 일단락지어진 듯 보이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언론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준안 위원장이 상당수 중집 위원들이 주장한 "내부 조사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요구를 묵살하고 23일 검찰 고발을 강행했는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다. 또한 이 위원장이 언론노조에 회계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철호, 이해원 KBS 조합원에게 전 집행부의 언론노조 서류를 조사하게 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비대위가 구성돼 '횡령 및 회계부정 의혹건'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고, 이 위원장이 검찰에 고발하기 전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이준안 위원장 횡령사실 안 뒤, 왜 검찰 고발 강행했나.
 
이준안 위원장은 언론노조 사무처의 A모 부장의 횡령 사실을 3월 29일경에 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당시 이 위원장은 A모 부장을 안정시킬것을 지시했고, 또 4월초에는 이 문제를 논의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할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20일 중집에서 돌연 "추락하는 언론노조의 위상을 최소한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위원장 직권으로 처리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중집 위원들은 "내부적인 조사를 거친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다소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위원장은 20일 중집에서 직권처리를 주장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25일 중집 위원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검찰에 이번 사건을 수사 의뢰한 후, 사무처에 전화로 고발한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내부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집행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드러난 기초적인 의혹에 대한 자체 검증은 강조 조사권이 없는 만큼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오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 위원장은 이 사건을 인지했을 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주장했지만 입장이 바뀐 것이다.

 

물론 이 위원장은 26일 중집에서 민주적 의사수렴과 공식 의결기구를 통한 충분한 조사 노력없이 이번 사태가 진행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사건에서 이 위원장이 왜 중집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고발을 강행했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안 위원장은 본보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번 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준안 위원장 2명 KBS 조합원 부위원장후보로 추천...중앙위 강력반발
 
이 때문에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준안 위원장과 KBS 노조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도 한다.

이준안 후보는 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방송담당 부위원장으로 최철호, 재정담당 부위원장으로 이해원 KBS 조합원을 내부적으로 발령했고, 또 최철호 부위원장 서리는 사무처에 2년간 카드사용 내역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인계 및 업무현황 파악이 그 이유다.

 

하지만 사무처에서는 선출직이 아닌 사람들에게 업무보고를 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한동안 사무처와 최 부위원장서리와 이 부위원장서리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위원장은 4월 13일 KBS 대전에서 열린 언론노조 중앙위원회에서 최철호. 이해원 KBS 조합원, 이영식 스포츠조선 조합원, 문효선 MBC 조합원, 최창규 전 지역방송협의회 의장 등을 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상당수 중앙위원들은 "왜 KBS만 두 명이냐", "모 후보는 과거 언론노조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사람이었고, 위원장에게 욕설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부위원장 후보가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왜 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는지를 설명하라"는 등의 반대 이유로 최창규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4명에 대해 인준 요청을 철회했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상당수 중앙위원들이 KBS에서 두 명의 부위원장이 추천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 위원장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두 후보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중앙위원은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이 다 바보가 아니다"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4명의 상근 부위원장 인준안은 차기 중앙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언론노조의 내부에서 이준안 위원장과 일부 중앙위원간에 갈등이 표출된 시점이다.
 
언론노조와 KBS 노조와의 관계
 
언론계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 시절 KBS노조와 언론노조가 소소한 갈등을 일으킨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또한 전 언론노조 집행부와 과거 KBS 노조는 정연주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도 입장차가 있었고, KBS 내부의 문제에 대해 전 언론노조 집행부는 "되도록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감정의 골이 깊이 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준안 위원장은 과거 KBS 노조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최철호 전 KBS노조 사무처장을 현 언론노조 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때문에 언론계 일각에서는 전 KBS 노조 집행부가 전 언론노조 집행부의 '횡령 및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전 언론노조 집행부와 갈등이 있었던 전 KBS 노조의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언론노조 직함이 없는 상황에서 언론노조의 회계 문제를 조사하는 것은 문제"라며 "언론노조에도 회계감사가 있고, 충분히 절차를 통해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을 이렇게 처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철호 KBS PD는 2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 사안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런 건이 불거져 나왔고, 이는 조합원의 입장에서 상식과 원칙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내부 자정, 국민적 신뢰 회복이 과제

 

언론계에서는 이번 언론노조 사태가 끼칠 '나비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대선과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또한 진보진영의 운동에 있어서 자칫 언론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언론노조가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또 "진상조사만으로 이번 의혹들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투명한 시스템  정착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언론노조는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준안)로 즉시 전환하고 산하에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등을 위한 소위원회(위원장 최상재 SBS노조위원장)를 8명으로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언론노조는 비대위체제를 통해 조직 내부의 자정과 국민적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언론노조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라며  "비대위라는 공식적인 조사기구가 발족한만큼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들에게 진상을 소상히 알리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자정'이나 '비리'라는 시각으로 정치적 논란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갖추는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김광선 기자 chamna200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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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자 2007-04-29 23:10:51
김서중 교수의 제안이 이 시기에 가장 알맞은 해법으로 생각되는군요.
언론노조는 이 상처를 빨리 딛고 하루빨리 본연의 사명을 완수해주길 기대합니다.
이런 문제가 어디 언론노조만 있겠습니다. 다른 단체들도 뜨끔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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