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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은 27일 오후 5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방송의 성찰과 개혁’을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가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과 한국방송의 정체성’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섰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 엄주웅 언론광장 운영위원, 장해랑 KBS 1TV 편성팀장은 토론자로 참석했다.

 

 

▲ 언론광장 '한국방송의 성찰과 개혁' 월례포럼에 참석한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엄주웅 언론광장 운영위원, 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장해랑 KBS 1TV 편성팀장,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사진 왼쪽부터).

“지상파 방송사 진보적 시각 불가피”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방송의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신료 확보와 보도의 질적 향상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는 수신료로 해결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이유로 “공영방송이 진보적 시각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내는 세금과 달리 수신료는 가난한 사람도 대재벌과 마찬가지로 같은 금액을 내고 소득수준에 대비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수신료를 훨씬 많이 내는 셈”이라며 “이런 이유로 공영방송은 민주와 평등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 의해 얻은 성과를 중시하는 보수의 눈에는 공영방송이 ‘진보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보도의 질적 향상을 강조하며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연성 주제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탐사보도 프로그램(‘추적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가 9년 동안 방영한 주제를 분석한 결과, 경성과 연성주제의 비율이 21.6%대 74.2%로 연성 주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방송사별로 KBS와 MBC는 25% 전후로 경성주제를 다뤘으나 SBS는 10.2%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 교수는 “KBS 〈추적60분〉〈PD수첩〉은 1994년 이후 지속적으로 경성주제 비중이 조금씩 증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강 교수는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된 발제를 하며 방송의 불공정 사례로 ‘2004년 탄핵방송’을 꼽아 참석자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강 교수는 “탄핵방송의 불공정성은 의도된 것이 아니지만 계몽주의적이며 선정주의적 보도 태도 때문”이라며 “탄핵 가결 전에 관련 의미와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분석, 토론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즉흥적 정략의 결과에 흥분해 좇아간 것이 선정적 보도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엄주웅 언론광장 운영위원은 “탄핵방송은 헌법적 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것으로 당시 시민단체 등은 초헌법적 틀에서 탄핵방송을 주장했던 것 같다”며 “탄핵방송 역시 정치지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방송으로만 탄핵방송의 공정성을 정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해랑 KBS 1TV 편성팀장은 “PD저널리즘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정파적이지 않으려고 한다”며 “PD들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사안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기구 설립 시급

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는 한국의 방송이 미디어 정책과 관련한 정부 기구 등에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최근 국무총리 자문기관인 ‘방송 통신 융합 추진 위원회’에서 5명의 위원을 전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안에 대해 야당,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여/야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회에서 집권당과 제2당이 각각 3 대 2로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교수는 KBS의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1981년 동결된 월 2500원 수신료는 KBS 1TV 한 채널을 운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광고채널인 2TV로부터 얻은 수입으로 1TV를 지원하는 구조”라며 “2TV는 2004년 6282억 원의 광고 수입으로 자체 채널 운영경비와 적자 638억 원을 제외한 2490억 원을 1TV에 교차 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현재 월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한다면 KBS 전체 수입의 80% 정도가 수신료로 채워져 영국과 독일 등의 공영방송 재원구조와 유사해져 광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며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이 정치권과 시청자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자치권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엄주웅 언론광장 운영위원은 “공영방송 수신료 문제도 ‘과연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보장했을 때 얼마나 공정하게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 누구든지 정권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양하는 것도 있다”며 “방송위원회도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독립된 인사를 내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승수 교수는 “양극화, 계급화 된 사회에서 사영방송인 SBS가 전통적인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 의심이 되며 방송사는 권력지향적, 시장지향적, 친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비주류에서 대중 채널을 만드는 것이라든지 KBS와 MBC가 얼마나 공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김학천 열린미디어연구소 소장

한편 이날 언론광장 월례포럼이 끝난 뒤 ‘한국방송의 성찰과 개혁’ 출판기념회와 열린미디어연구소 후원회 밤 행사도 열렸다. 행사에는 최문순 MBC 사장,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 권미혁 여성민우회 소장, 강대인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장명호 아리랑TV 사장 등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방송의 성찰과 개혁’은 김학천 열린미디어연구소 소장(건국대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김학천 소장 편저로 발간됐다.

이 책에는 강명구 서울대 교수와 정윤식 강원대 교수, 김승수 전북대 교수, 황용석 건국대 교수, 김광호 서울산업대 교수, 이완기 MBC 기술본부장, 백미숙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21 교수 등이 참여해 언론 사상과 방송정책, 뉴미디어, 방송기술, 콘텐츠 규제 등을 정리했다.

김학천 소장은 “우리나라의 매스미디어 발전을 위해 방송연구자와 현업자들이 언론을 함께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열린미디어연구소는 언론인과 지식인의 양극화 등의 언론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론광장’ 부설 열린미디어연구소는 김학천 교수를 소장으로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 등이 참여해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한국사회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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