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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받을 걸 알면서도 당당히 아이들을 우리학교에 보내시는 (재일조선인) 2,3세 부모님들께 그리고 학교를 지켜주시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께 큰 감동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과 학교에 힘을 실어 드리고자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다.” 4월 30일 〈SBS스페셜〉게시판에 시청자 엄수정 씨가 올린 글이다.


4월 29일 〈SBS스페셜〉‘도쿄, 제2학교의 봄’(연출 박기홍)이 방영된 뒤 ‘제2학교’를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 졸업을 앞둔 '제2학교' 아이들이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제2학교’는 도쿄 에다가와에 위치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 초등학교로 8명의 교사와 65명의 재일조선인 3~5세들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고 있는 곳이다. ‘제2학교’는 일본 강점기 시절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본 전역에 학교를 세운 ‘우리학교’로 부르는 ‘조선학교’다.

 

하지만 6.25 전쟁으로 조국은 둘로 갈라졌고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던 재일조선인은 일본 땅에서 60여 년의 세월을 견디며 우리말을 지켜왔다.

 

 

▲ '제2학교'는 65명의 재일조선인 3~5세들이 다니고 있다. ⓒSBS


〈SBS스페셜〉은 2005년 9월 ‘나는 가요, 도쿄 제2학교의 여름’에 이어 4월 29일 ‘도쿄, 제2학교의 봄’까지 2년여 동안 우리 역사와 말을 가르치는 ‘제2학교’를 밀착 취재했다.


60년 동안 잊혀졌던 ‘제2학교’는 지난 2003년 12월, 도쿄도로부터 ‘수십 년간 무상으로 써 오던 학교의 운동장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3년 3개월의 재판기간. 지난 3월 재판부는 도쿄도와 화해권고를 결정하고 6월까지 1억 7000만 엔(약 14억 원, 현 토지 시가의 10% 미만)을 지불하면 운동장은 영원히 ‘제2학교’의 소유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6월까지 14억 원의 돈을 마련하는 문제가 남았다. 학생 1명당 한 달 수업료 20만원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제2학교의 재정 형편상 14억 원은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


〈SBS스페셜〉제작진은 ‘도쿄, 제2학교의 봄’ 마지막 화면에 “‘제2학교’의 운동장 매입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런 방송 내용이 나간 뒤 〈SBS스페셜〉 홈페이지에는 “‘제2학교’를 돕자”는 시청자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1일 현재 시청자들은 〈SBS스페셜〉 ‘시청자 의견란’에 2000여 건이 넘는 글을 올리며 ‘제2학교’를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제2학교를 돕기 위해 ‘ARS 계좌를 개설하자’ ‘조선 제2초급학교를 위한 카페를 만들자’는 의견을 보내고 있다.

 

 

▲ 제2학교 수업 풍경 ⓒ SBS


시청자 윤은경 씨는 “방송 내내 ‘일본 타 학교들에 비해서 우리학교 시설이 참 열악하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며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면 하나가 되듯이 SBS 등에서 모금 운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시청자 조경희 씨는 “(방송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따뜻함, 다정함, 공동의식 등의 좋은 관습들이 거기에는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잃어버린 그런 것들이 그리워 눈물짓기도 했다”며 “14억 원 뿐 아니라 학교를 짓는 기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 십시일반해서 힘을 모으자”고 적었다.


또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박원순 변호사, 김용택 시인 등이 주축이 된 ‘제2학교’ 지원 모임이 5월 초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시청자 의견에는 “도쿄 제2학교 명의로 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2학교’를 취재·연출한 박기홍 PD는 “조총련계인 ‘제2학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민족 서로 돕기 운동’ 앞으로 계좌가 개설됐지만 ‘제2학교’를 위한 계좌이며 최종적으로 ‘제2학교’에 전액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PD는 “한국 사람들이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을 펼쳐 운동장 부지 매입 뿐 아니라 ‘제2학교’를 다시 학교를 짓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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