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 교수 보고서 오보 사건’ 전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우성 New America Media 기자가 정진성 서울대 교수 보고서 공개와 관련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비판한 ‘오보에 대한 기자의 책임’라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상황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지난달 12일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끌고 간 사실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긴 `네덜란드 정부기록물보존소 문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 문서는 1943년 일본 해군특별헌병대의 소좌가 총책임을 맡아 거리에서 여성을 강제 연행해 신체검사를 한 후 위안소에 수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본군 전용 3곳과 일반인 전용 5, 6곳으로 나눠 격리ㆍ통제된 위안소에서는 위안부 여성 가족에 대한 연좌제까지 실시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 교수가 공개한 보고서의 내용이 지난 2001년 출판된 <천황의 군대와 성노예>(당대 펴냄)라는 책에 실려 있던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자회견 다음일인 13일 언론들은 정 교수와 서울대를 몰아세웠다.


한겨레는 “서울대가 ‘최초·최고’라는 연구 성과를 앞세우다 정작 기본을 놓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을 남기고 있다”며 비판했고 경향신문은 “서울대 안팎에서는 정 교수가 네덜란드 기밀 자료를 입수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망언을 한 것이 이슈가 되자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자료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서울신문은 이병천 교수의 늑대 복제 논문 파동,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등의 논란거리와 정 교수 보고서 공개 건을 엮어 “서울대가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일부 교수들의 성급한 행동과 발언으로 연일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YTN, 세계일보 등도 서울대와 정 교수에 대한 비판 보도를 했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정 교수 보고서 논란과 관련된 후속 기사에서 일본 책과 신문에 실린 내용의 구체적인 수준, 정 교수의 보고서가 갖는 의미 등을 보도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위안부 강제동원 문서 첫 공개 해프닝 그 진실은?’이라는 제하의 4월 20일 자 기사에서 “취재 결과 이 보고서는 당시 기자들이 증거로 제시한 책 ‘천황의 군대와 성 노예(당대)’, 그리고 일본의 아사히 신문에 몇 줄 인용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2001년 발간된 ‘천황...’은 1993년 일본 한 월간지 기사를 재인용한 것으로, 보고서를 다룬 자료는 지금까지 3건”이라면서 “그러나 위의 세 자료와 비교해 정 교수가 공개한 보고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은 ▲월간지 기사와 ‘천황...’은 보고서를 일부 인용하면서 출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상당부분 ‘극화’됐다는 점 ▲아사히 신문은 1997년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보르네오섬에서 해군이 위안소를 직접 운영하며 위안부를 모은 책임을 묻고 있다”고 몇 줄 적은 게 전부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서울신문은 일본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 교수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권위자인 간토가쿠인대학의 하야시 히로부미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뒤집을 수 있는 명백한 자료”라며 “이 문서는 일부 내용이 인용된 적은 있으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 존재가 잊혀져 온 게 사실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작성한 원문이 공개되는 게 처음이라는 점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월간지 기사를 쓴 오무라 데쓰오 역시 “일본 정부가 역사 수정주의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현재, 이 문서의 공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왔다고 서울신문은 전했으며 아울러 4월 17일 일본 도쿄에서는 하야시 교수 등 17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에 군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정 교수의 보고서를 증거자료 중 일부로 제시했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PD저널 info@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