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담 김중배VS정길화
상태바
특별회담 김중배VS정길화
“언론은 새로운 세기를 여는 사회적 인프라 방송은 콤플렉스·관성의 악순환 단절해야”
  • 승인 1999.09.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출범 1주년(8월 27일)과 방송의 날(9월 3일)을 맞이하여 신문과 방송개혁을 주제로 김중배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와 정길화 PD연합회장이 지난 8월 23일 프레스센터에서 특별대담을 가졌다.김중배 대표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한겨레신문 사장, 국민주방송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6월 광장 상임대표와 참여연대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정길화 :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창립 1주년을 축하드린다. 8월 27일은 언개연 1주년임과 동시에 9월 3일은 방송의 날이다. 이러한 시의에 맞게 신문과 방송의 개혁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다.방송은 87년 6월 항쟁이후 학생과 시민들이 열어준 공간에 편승했다는 지금까지도 ‘무임승차’시비에 휘말려 있다. 현장에 있는 PD들은 좋은 프로 그램을 하려고 애썼으나 화면에 나타난 결과는 보잘 것이 없었고, 오히려 반민주 반통일 방송을 하다가 6월 항쟁이후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자조도 있다.초창기의 방송은 신문에 비해 맨파워도 떨어지고 권력과 자본에 대항했던 신문에 비해서 방송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았다는 자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중배 : 자만도 금물이지만 자학도 옳지 않다. 그렇다고 신문사, 활자매체들은 군부독재 시절에 얼마만큼 언론 정도를 위해서 기여했는가 하면 그들도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다.6월 항쟁을 계기로 모든 분야의 민주화가 폭발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축적되어 온 것이지 아무 것도 없다가 어느 순간 폭발했다는 것은 아니다.정길화 : 사회운동을 하고 언론과 시민단체를 연대하는 운동을 하면서 작금의 우리 언론의 현실, 국민의 정부 이후의 언론을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하시는지.김중배 :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겪었던 30, 40년 전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 당시엔 언론이 민중의 의견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시민들의 우군이었다. 그러나 5·16이 되면서 언론이 변질하기 시작했다. 지면이 권력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통제되는 해바라기언론이 30년 지속되어 오고 있다. 권력에 대해서 신문의 경우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권력과의 관계가 명확히 정립이 안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방송에 비해서 신문은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현 한국언론의 상황은 신자유주의 자본, 시장세계화라는 조류를 옹호하고 있을 뿐 전혀 이탈할 생각이 없다.정길화 : 우리 언론, 특히 신문이 권력에 대해 상당히 비판정신을 견지해 오기도 하고 탄압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주들도 순치되면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것이) 경영차원의 측면에서 별로 도움이 안되더라, 오히려 적당한 순치와 적당한 타협을 통해서 사주의 권력을 보장받는 것이 더 낫더라는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착의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하면 또 한술 더 떠서 권력 만들기도 나왔다. 또 신문불패의 신화 속에 방만한 차입경영, 증면경쟁 등으로 IMF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는가.김중배 : IMF관리체제초기엔 긴축경영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금년 들어서는 또다시 구태의연한 경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짐이 느껴진다. 심지어는 어떤 신문사는 경영 어려움을 융자로 해결하려다가 권력과의 관계가 여의치 않자 오히려 과잉비판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정길화 : DJ정권과 언론과의 관계는 자율성,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책임있는 비판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언론, 우리 신문들이 과연 그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가.김중배 : 방송의 경우 독립된 방송체제가 구축이 되면 내부구성원의 노력여하에 따라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게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신문은 1인 사주 독점구조니까 이것이 해체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언론개혁시민연대처럼 언론종사자와 시민들이 연대하는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정길화 : 국민의 정부 초기에 각 언론사에서 언론개혁프로그램이 많이 나갔었다. 방송개혁으로 신문개혁을 선도하자는 것인데 지금 방송개혁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김중배 : 솔직히 말하면 방송개혁을 통해 신문개혁을 견인한다는 것 이전의 분기점에 서있는 것 같다. 10년 넘게 방송인들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송개혁이 좌초할 운명에 봉착했다. 문광부장관이 방송정책권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공언하고 갑자기, 유임시켰던 방송위원장 사표를 수리하고…. 통합방송법 논의를 장기화시켜서라도 방송정책결정권을 회복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으로 보인다.정길화 : 인허가부터 정부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제도권 방송이다. 전파의 공공수탁 등 신문과는 이론적 배경이 다르다. 방송은 출범이래 어떻게 하면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는가가 과제이고 업보였다.김중배 : 작년에 갑자기 방송법을 상정 보류했다. 민주방송으로 가야할 길을 생각할 때, 국민회의는 야당 시절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정길화 : 현장방송인의 입장에선 과거의 방송인이 오욕과 굴종의 역사를 걸어왔다고 해서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이 방송매체의 자존심, 직업인으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잘못한 것이 오래가고,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김중배 : 초기에는 활자매체와 전파매체의 영향력과 사회적 인지도가 격차가 있어 활자매체에 집중되어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우리 미디어 환경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했다. 시대의 변화라는 것이 글자의 문화에서 소리와 그림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시민이 다 성숙한 다음에 민주주의를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민주주의는 훈련하면서 시민의 성숙과 동반해서 하는 것이다. 방송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정길화 :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방송사 사장은 정부의 동향이나 자신의 평가에 대해 신경을 쓴다. 따라서 자기가 경영하는 방송사에 대한 기사나 본인 관련 기사에 아주 민감하다. 또 신문에는 매체패권주의가 있다. 매체 패권주의 입장에서 후발주자인 방송매체를 견제하고 방송매체 경영진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신문에서의 방송관련기사를 일종의 수단으로 다루는 경향도 있다.이러다 보니 신문개혁 프로그램을 편성하자,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상호 비판하자 등의 문제제기가 실제 방송에서 반영이 안되고 있다. 이러한 신문과 방송의 역학구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작년 KBS에서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다 못했다. MBC의 신문비평 프로그램도 신문의 역공으로 휘말리기도 했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상호비판하면 오히려 서로 좋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김중배 : 신문은 거의 날마다 방송을 비평하는 데 방송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기형적인 형태이다. 이것은 콤플렉스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관성으로 지배되는 것 같다. 이러한 악순환은 단절해야 한다. 이것은 제도적인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커다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판이 교환되다보면 민주주의의 비판문화도 성장할 것이다. 정부에서 선임하는 방송사 사장 내정의 상황에서는 정치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통합방송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인 방송위원회가 관장하는 시스템을 갖춰 정부의 입김을 가급적 배제하는 선임절차를 갖춰야 한다. 방송사 사장은 신문사 사장보다 공정성의 무게를 더 줄 수 있다고 본다. 신문사 사장은 1인 사주로서 대대손손 세습을 한다.정길화 : 방송의 영향력이 생산적인데 쓰이기보다는 일부 방송출신 정치인의 경우에서 보듯 방송에 나와서 얼굴을 판 후의 정치적 입신에만 도구적으로 쓰일 뿐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김중배 : 신문출신이 방송사 사장할 수 있고 방송출신이 신문사 사장할 수도 있고, 언론인이 정치인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되었는가가 문제다. 우리의 현실은 저널리스트로서의 프로정신을 배반한 사람들이 권력에 등용되는 것이다. 그 등용이 언론조작에 하나의 도구로서 이용당하는 메커니즘에 있었던 것이다.정길화 : 방송엔 드라마, 다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편성까지 포함해서 방송에 대해 바라고 싶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으시다면.김중배 : 이나 <일요스페셜>,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아 우리 언론도 이제는 저기까지 갔구나, 정말 사물의 핵심에 접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반면 방송과 활자와 다른 점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뉴스보도는 많은 경우 단편적인 보도가 되풀이된다. 어떤 경우는 저녁 뉴스와 다음 아침뉴스가 동일하다. 의문을 자꾸 안겨주는 보도들이 있다. 매체는 오락과 교양이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더구나 방송은 대중성에 기반한다. 그러나 교양물, 정보물까지도 코미디화 쇼화해버리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우리 방송이 아직까지는 총체적으로 시청률과 광고에 편중하는 듯하다. 자본주의 시대의 언론미디어가 상업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정도를 균형있게 설정해내야 할 것이다.언론은 단순히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엔진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는 기본적인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언론을 문화의 운명, 인류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간적 기능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주기를 바란다.정길화 : 끝으로 현업 PD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김중배 : PD는 저널리스트만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로서 저널리스트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임해야 한다. 제도적 보장도 중요하지만 종사자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프로페셔널이란 부름(Calling)에 대한 응답’이다. 역사의, 민중의 부름에 응답해 마땅한 것이 프로페셔널리스트로서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다. 모든 문제의 바탕에 문화가 있을 것이다. 문화가 정착하지 않고는 개혁이 어렵다. 우리 PD들이 그 문화 정착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정길화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