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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제작·편성 분리,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

|contsmark0|최근 문화관광부는 2002년까지 의무 외주제작비율을 30%로 확대하고 나아가 50%로 까지 확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제작과 편성의 기능이 수직통합되어 있는데, 정부는 이를 비효율적 후진적인 모델로 보고, 지상파의 제작과 편성기능을 분리하여, 제작기능을 독립제작사로 이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만일 이대로 진행된다면, 뉴스와 스포츠를 제외한 제작의 거의 전 기능이 외부의 독립제작사로 이전되고 현재의 방송사 구조와 인력은 전면 재배치 되어야할 것이다.
|contsmark1|지금 미국은 수직통합으로 가고 있다그런데, 제작과 편성기능 분리의 대명사인 미국의 방송계에서는 지금 우리의 논의와는 거꾸로 수직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에서 제작과 편성의 기능이 분리 되어있었던 것은, 미국의 방송 규제 때문이었다. 미국의 방송규제기관인 fcc는 미국 3대 네트워크들을 미국 방송시장의 수요 독과점자로 보고 3대 네트워크의 마켓 파워를 규제하기 위해 수직 통합을 막아왔었다. 즉 미국이 편성과 제작 기능을 분리해 온 것은 수직통합이 비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방송규제 때문이었다.분리되어있던 제작과 편성의 기능이 수직통합 되면, 방송사의 덩치가 커지게 되어 관리비용 등 비효율이 증가한다. 그러나 이때 수직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 통합으로 얻게되는 이익과 증가되는 비효율을 비교하여 수직통합을 결정하게된다. 현재까지 정부는 통합으로 인한 비효율을 강조해 왔고, 수직통합을 미분화라고 표현했는데, 수직통합은 나름대로의 장점들이 있고, 그러한 장점들 때문에 미국의 네트워크들은 수직통합을 하나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
|contsmark2|수직통합의 장점1. 네트워크의 시청자 분석경험과 제작 기술이 결합하면, 프로그램의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2. 거래 비용이 줄어든다.외부제작을 할 경우, 제작사를 찾는 탐색비용, 제작자의 기획안 검토 확정의 비용뿐 아니라, 편성이 확정된 후에도 매주 프로그램 관리와 기술 관리를 함께 해야한다. 한국 방송의 경우 대부분, producer와 director의 기능이 결합되어 있는데, 이것이 외국과 비교해 방송사 경비를 절감해 주는 이유중의 하나다. 외주를 하게되면 이들 기능이 분리,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제작능력을 갖춘 외주제작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 만큼, 늘어난 외주 물량을 메울 제작사를 찾고 관리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3. 도덕적 해이 현상을 막을 수 있다.새로운 프로덕션이 지상파 방송사에 납품하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가, 외주사의 경우 내부제작시와는 달리 기획안 만을 보고는 프로그램의 질과 그 회사의 제작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파일럿 프로그램과 그 이후 제작물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외부 제작은 약속한 제작비를 프로그램에 투입하는지 체크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4. 기술 변화 등 환경변화에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다.5. 일방적인 착취의 위험이 없으며 두 집단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현재, 독립제작사들은 방송사가 프로그램가격을 낮게 책정, 착취한다고 생각한다. 두 집단사이에 경제적인 이해가 없을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하면, 싼 비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가격을 담합하려면, 제품 성격이 비슷해서 대체가 가능해야하는데, 프로그램은 그 어떤 것도 서로 같지 않은 성격을 가진 서로 다른 상품이다. 방송사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덕션을 잡기 위해 혹은 그 프로덕션이 다른 방송사와 거래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프로덕션의 프로그램은 제값을 지불하고 사게 된다.거꾸로 프로덕션이 방송사를 착취할 수도 있다. nbc의 경우, 을 재계약 하기 위해 워너 프로덕션에 편 당 1천 3백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은 편 당 구입가가 2백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었다. nbc는 남는 게 없지만, 시청률 1위인 이 상대채널에서 나가는 것을 막고, 앞 뒤 프로그램과의 연계효과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했다. 워너는 편 당 1천 1백 달러의 추가 이익을 남기게 되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의 효용은 가격상승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다. 만일 지상파 방송사가 추가 이윤을 남겼다면, 방송사는 공익의 의무가 있으므로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이윤이 시청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프로덕션은 방송사와는 달리 공익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프로덕션의 이윤은 프로덕션의 몫일 뿐이다.이처럼 방송의 편성과 제작 기능 분리가 통합보다 꼭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한국방송의 경우 이미 제작과 편성의 기능이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가 통합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정부가 입증해야 하며, 이때에 기존 조직의 분리비용까지 함께 생각해야한다.
|contsmark3|제작과 편성 분리의 효율성이 아니라 분리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영상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출발했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당연히 모든 제작을 자제 제작을 통해 할 수밖에 없었으며, 지난 30년 동안 기술 설비 투자를 해왔다. 현재의 방송사 시설을 통해, 프로그램을 충분히 자체 제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 때문에 외부제작을 해야 한다면, 방송사가 이제껏 투자한 시설들은 모두 ‘회수 불가능한 비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영상환경을 고려하고 과연 분리로 인한 비용과 낭비까지 포함해서 인위적인 분리가 효율적인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contsmark4|비효율적인 방송사 개편, 효율적인 정부가 한다?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80년대 중반부터, 방송정책이 탈규제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급변하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정부가 효율적인 관리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정부 주도의 개편은 뉴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정책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낡은 비전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우리의 경우도 앞으로 다매체 다채널화가 진행된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시장점유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방송사들도 최근 합리적인 경영에 관심을 갖고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화시대의 방송경영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시장 논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누가 변화의 주체가 될 것인가?수직통합이냐 분리냐의 문제도 결국 누가 방송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의 문제와 방송정책이 특정집단이 이익이 아닌, 정말 시청자의 복지를 위한 것이냐는 기본적인 두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contsmark5|윤미현mbc 교양제작국|contsmar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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