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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10년 전과 오늘정재환MC, 개그맨
  • 승인 199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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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걔는 어쩌면 그렇게 똑같니! 연기도 그렇고, 진행도 그렇고, 10년 전에도 못 웃기더니 어제도 못 웃기더라. 게다가 옷도 어쩌면 그렇게 촌스럽게 입고 나왔는지 몰라. 그리고 남들은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서 다 고쳤다는데 걔는 얼굴도 10년 째 그대로지? 아무튼 배짱도 좋아!"갑자기 웬 자학이냐고요? 에이, 자학이 아니라 진실이죠. 헤헤헤. 자 그럼 이 꼭지가 리허설이니까 본방 전에 연습도 할 겸 감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contsmark1|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대기실에 탈의실이 없다. 그냥 구석에서 바지를 내린다. “나 옷 갈아 입는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옷 갈아입을 테니까 눈을 감든지 보든지 맘대로 하라는 거다. 남자니까 대충 넘어간다. 그러나 여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화장실을 이용했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화장실 바닥에 고인 물(?) 때문에 무지하게 애 먹었을 거다.물론 10년 전 얘기다. 요즘에는 대기실, 분장실, 탈의실 다 있다. 지금 내가 주마다 한 번씩 쓰고 있는 녹화장에도 대기실이 있고, 남녀가 따로 쓸 수 있는 탈의실도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방은 창고에 가깝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치 큰 기계가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바닥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거울도 더럽다. 상쾌한 기분으로 녹화를 하고 싶은데 이방에 들어가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래서 난 10년 째 섭섭하다.지금은 없어진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날이었다. 방청객을 50명 쯤 앞에 두고 리허설을 하는데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거듭 마이크를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러자 오디오 스탭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스피커 앞으로 달려오더니 스피커에 귀를 바짝 밀착시키고는 다시 한 번 말을 해보라는 거였다.“아아, 마이크를 살려 주세요. 아직도 제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아아, 여러분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방청객들은 여전히 안 들리는 듯 묵묵부답인데, 그 젊은 친구가 스피커에 귀를 밀착한 채로 이렇게 말했다.“정재환씨 목소리가 잘 들립니다. 확성이 잘 됩니다."그 친구 귀를 쫑긋 세운 게 지나가는 개미소리도 들을 기세였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그냥 녹화에 들어갔다. 물론 10년 전 얘기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녹화를 하면서 ‘마이크를 살려 주세요. 확성을 더 키워 주세요"를 외친다. 벌써 10년 째 녹화를 할 때마다 나는 같은 부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난 10년 째 섭섭하다.어느 날 한 여자 탤런트가 흰옷을 입고 나왔다. 저 여인한테는 흰옷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자기 옷일까 빌린 옷일까 궁리를 하고 있는데, 조명감독님이 혼자만 흰옷 입으면 조명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앞으로 흰옷은 입지 말라고도 하신다. 그 때 쩔쩔매던 그 여자 탤런트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10년 전 얘기다. 그러나 요즘에도 흰옷을 입지 때는 무척 신경을 써야하고 용기를 내야한다. 간혹 ‘이 친구는 얼굴이 너무 검어서 안되겠는데"라는 지적을 듣는 출연자도 있다. 얼굴 색은 타고 나는 것인데, 만일 백인이나 흑인이 나오면 조명은 어떻게 맞출까? 그래서 나는 10년 째 섭섭하다.아무리 리허설이 중요하다지만, 그래서 지금 내가 주제넘게 이 리허설 난에 글을 쓰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리허설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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