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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신뢰와 평등 세상을 꿈꾸며전우성KBS 위성방송
  • 승인 199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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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자신의 직업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특권계층입니다.” - 홍세화 귀국 강연 중에서
|contsmark1|3년전 대학 졸업과 취직을 앞두고 있던 나는, 대부분 그랬듯이 일종의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져 있었다. 대학 시절 절절히 고민하고 토론했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 보다 평등한 사회에의 열망과 같은 거창한 주제는 내 개인의 실존안에서 더 이상 그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함께 어깨 걸던 ‘우리’는 사라지고 취업의 관문앞에서 난, 다시 ‘혼자’였다.kbs에 입사한 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속에서 모든 것은 새롭게 해석되어졌다. 열심히 일하는 놈, 잘하는 놈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다. 도리어 문제는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평등주의라고 생각했다. 평등의 이념은 더 이상 진보적인 가치가 아니었다. 아니 나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도려내야할 종양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릇된 평등주의의 강박증 환자라고 생각했다. 자기기만의 정도는 지식의 량과 비례한다고 했던가? 어느 틈엔가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 전우성은, 내 직업, 내 작업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적 경쟁체제의 적극적인 옹호론자가 되었다.언젠가 대단히 똘똘한 내 입사동기가 명쾌하게 정리한 바 있다. 우리의 모순을. 우린 모두가 평등한 공산주의적(!) 제작시스템을 통해 프로그램을 생산하는데 그 평가는 시청율이라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잣대로 이루어진다고. 그래, 난 생각했다. 어차피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생산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철저히 자본주의 합리성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거기에 우리 직종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던 중이었다. 지난 6월 대학로에서 있은 홍세화 귀국 강연회 중계녹화를 맡게되었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 그달 초 위성 2tv 개편으로 신설된 <이벤트인 코리아> 아이템을 고민하던 차에 옆에 있던 선배 한 분이 귀뜸해줬을 뿐이었다.비오는 날이었고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으며 주최측은 허둥댔다. 사람은 좋아 보이지만 이런 행사에는 별반 경험이 없어 보이는 행사 관계자와 얘기하다 슬슬 짜증이 났다. 대학 시절, 참가자들의 의지와 주최측의 순수성에만 의존하던 학생운동의 아마추어리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그날, 30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홍세화씨가 처음 꺼낸 얘기가 바로 이 말이었다. 자신의 직업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회의 특권계층이라고,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다른 부분을 좀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중계차에 있던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평등주의의 일갈이었던 것이다. 온화한 얼굴, 약간 허스키한 다소 높은 톤의 목소리, 그는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지나간 30년의 시간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강연회가 끝나고 나는 홍세화씨가 쓴 책 한 권을 샀다. 그리고 책 속지에 그의 사인을 받았다. 그를 우상화한 것도, 그를 동정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잊고 살았던 소중한 무언가를 되찾은 날, 그것을 남기고 싶었다. 우리의 방송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설사 우리가 한층 더 심한 자본주의적 경쟁속에 내몰리더라도, 우리 삶에 진정 힘을 주는 것은, 우리의 실존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적 과실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 대한 신뢰와 보다 평등한 세상에의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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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필자는 ‘ad’가 아닌 ‘pd’입니다. 97년 1월 kbs에 입사해 현재 위성방송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kbs-2tv로 방송되는 <예술극장>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ad칼럼은 조연출뿐 아니라 젊은 pd들의 목소리를 듣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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