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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한국기자협회가 정부와 PD연합회, 기자협회 등 언론 4개 단체장들이 합의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개선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13일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협상, 그 치열한 이면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홍보수석실 명의로 장문의 입장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3일 개최된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 가 있기까지 과정과 그 이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4개 언론단체장들과의 협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기자협회의 백지화 선언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거듭 밝혔다. 

 
  ▲ 기자협회의 백지화 선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게재한 청와대 홈페이지

먼저 청와대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개선안이 언론단체장들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언론단체 대표들이 먼저 각 단체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기자협회의 요구사항이 가장 많았다. 대단히 세부적인 내용까지 나열됐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해당 부처나 일선기관이 손사래를 치며 난색을 표명한 부분도 있었지만 문재인 비서실장이 직접 교통정리를 하면서 전향적인 협상안에 힘을 실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더욱이 이해관계가 특별히 첨예한 기자협회의 요구사항은 기자협회가 강력히 요청해 어려운 부처간 조율을 거쳐 모두 수용키로 했다”며 배경 설명을 했다.
청와대는 “정부와의 협의사항이 4개 언론단체에 이미 내부 추인을 받은 결과”라며 백지화 선언을 한 기자협회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청와대는 기자협회 결정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대화를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논의 내용을 백화지하라는 건 억지”라며 “선백지화를 먼저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부랴부랴 특위의 취재환경 개선안을 마련해 재협상을 하자고 하니, 지금까지 뭐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청와대는 “기자협회 내부에서 다른 언론단체들이 협상에 나설 마땅한 적임 주체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는 모양”이라며 “그렇다면 오만이다. 언론계에 기자만 있는게 아니고 PD도 있고 인터넷 매체의 기자도 있다. 그 분들도 시대를 고민하고 언론인의 소임을 다하려 애쓰는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는 “독선적 사고를 없애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자실이 폐쇄적 기자단으로 회귀할 게 뻔하지 않을까 여전히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재지원선진화 방안과 관련하 정부측의 추후 입장에 대해 정부 측 한 관계자는 “개선안에 포함된 총리훈령과 정보공개강화TF에 대해 언론단체들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 기자협회측 역시 들어와서 논의를 하겠다면 받아 들이겠다”고 전제한 뒤 “다만 기자협회는 선백지화 주장을 철회하고 논의의 틀에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민 기자 sotong@pdjournal.com 

* 아래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이다.


정·언관계 발전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협상, 그 치열한 이면의 기록 
 
지난 한 달, 정부와 언론단체 대표들은 지난 5월22일 정부가 제시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 문제를 놓고 매우 유익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한 차례의 비공식 협상과 네 차례의 공식협상을 통해 차이와 이견을 해소해가는 과정은, 짧았지만 험난했습니다. 심한 진통을 겪은 후라 처음엔 서로 경계의 마음, 불신의 상처도 없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이블에 마주앉은 양측은 진지하고 치열하게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대화가 시작되기까지
대화의 물꼬는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 직전 마련된 비공식 협상이었습니다. 정부와 언론단체 대표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습니다. 언론단체, 특히 기자협회 핵심 요구사항인 ‘공사중단’이 관건이었습니다. 정부는 토론회 이후 대화가 시작되면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쟁점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풀어야 할 의제들을 모두 일별해 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토론회는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열린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대화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에도 의미 있는 대화가 있었습니다. 생방송 직후 대통령은 현장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단체 대표들과 예정에 없는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언론단체 대표들은 언론계 여론을 전달했고, 대통령은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은 곧바로 홍보수석실에 공식협상을 지시했고, 이날 저녁 양측이 다음날부터 협상에 들어간다는 구두합의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다음 날, 첫 공식협상이 시작됐습니다. 언론단체 대표들이 먼저 각 단체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기자협회의 요구사항이 가장 많았습니다. 높은 기대수준의 주문이 한꺼번에 주욱 나왔습니다. 대단히 세부적인 내용까지 나열됐습니다. 

정부는 공사중단 사실을 알리고, 언론단체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의견을 다음 회의에서 내놓기로 하고 첫 협상을 마쳤습니다. 

첫 공식 협상을 마친 후 정부 각 기관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어떤 부서는 밤을 새워가며 언론단체 요구사항에 대한 실행방안 혹은 검토의견을 마련했습니다. 예산이 필요한 부분,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부분,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격일로 열린 이후 회의는 ‘언론단체 요구안 → 정부 검토안 → 언론단체 추가요구안 → 정부 추가검토안 → 양측조율’의 반복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청와대와 홍보처는 각기 내부회의를 거듭했고, 청와대와 홍보처의 연석회의, 관련부처 차관회의도 반복됐습니다.  

언론계 요구 거의 수용
이 과정에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해당 부처나 일선기관이 손사래를 치며 난색을 표명한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이때마다 문재인 비서실장이 직접 교통정리를 하면서 전향적인 협상안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세 차례 공식협상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윤곽이 그려졌습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양측이 의견접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언론단체 요구를 정부가 신속하게 거의 수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특별히 첨예한 기자협회 요구사항은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협상기간 중 공사중단 △송고부스 총량규모 유지 △검찰 경찰 등 수사관서의 송고공간 존치 △적극적 취재응대의 명문화 △대변인 제도 설치 △정보공개 청구제도 강화를 위한 TF구성 △공무원의 내부고발 보호범위 확대 등이 모두 기자협회가 주로 강력히 요청한 사항이었으며, 어려운 부처간 조율을 거쳐 모두 수용키로 결정했습니다. 

공동발표문 초안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이미 의견접근을 이룬 △정보공개위원회에 언론인 참여 △브리핑 내실화를 위한 직제개편 및 인력-예산 확보 △대북취재시스템 편의성 강화 △이번 방안이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 등의 내용도 기자협회가 요구한 내용이었습니다.  

대통령과 기자협회와의 단독 토론회 개최 등 이전에 기자협회가 요구한 사항까지 포함하면 기자협회 요구는 거의 대부분 수용한 셈입니다. 

논의사항 가운데 국가보안법 폐지 대목을 두고 시비가 벌어진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이는 정일용 기자협회장이 먼저 요구하긴 했으나, 다른 언론단체 대표 모두 이견이 없었던 내용입니다. 정부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정 회장을 공격한 일부 신문들은 얼마 전까지 ‘한국의 언론자유 저하’의 사례로 프리덤하우스 예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프리덤하우스에서 문제 삼은 핵심내용이 국가보안법 존치였다는 점은 까맣게 잊고서 이를 엉뚱하게 공격의 소재로 삼은 건 모순입니다.

원만하게 진행되던 협상의 마지막 최대 쟁점은 프레스센터 송고시설 설치였습니다. 이 역시 정일용 기자협회장이 요구한 내용이었습니다. 정부는 유관기관들과 논의한 결과 어렵사리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수억원이 소요되는 공사비용은 정부가 대고, 역시 연간 1억원이 넘는 임대료도 공공예산에서 지원해, 운영은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 위탁관리토록 한다는 전향적 방안을 세웠습니다. 

이를 제시하자 언론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성의 있는 자세에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4차 공식협상에 이르러 공동발표문 초안까지 마련했습니다. 다른 언론 4단체는 이미 내부 추인을 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남은 건 기자협회였습니다. 기자협회 내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금까지의 의견접근 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고 모두들 신중히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의견접근을 본 내용이 추인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협상은 끝났습니다. 대화는 있을 수 있지만 협상은 더 없을 것입니다.  

기자협회 ‘특위’의 5大 무리

문을 걸어 닫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협회 결정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협의 내부 사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몇 가지 명백한 무리가 있습니다. 

첫째, 근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대화를 모를리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논의내용을 백지화 하라는 건 억지입니다. 정부와 다른 언론단체 대표들이 지금껏 귀곡산장에서 기자협회의 유령과 대화했던 게 아니잖습니까. 

둘째, 선백지화를 먼저 결정해 놓고 이제와서 부랴부랴 특위의 취재환경 개선안을 마련해 재협상을 하자고 하니, 지금까지는 뭐했습니까. 

셋째, 협상의 내용이 불만인지 형식이 불만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경우도 모순입니다. 내용이 불만이라면, 지금까지 어렵게 이룬 의견접근을 일단 추인하고 부족한 점을 추가 논의하면 될 일입니다.

형식이 불만이라면 진작에 내부에서 비정상적 논의구조를 고치고 대외협상에 임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내부 문제 때문에 정부와 다른 언론단체 대표들의 피땀 어린 대화의 결과마저 백지화 하라는 건 횡포입니다. 

넷째, 내부 의견수렴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기협은 처음 이 문제가 생겼을 때 회원들의 설문조사까지 해 가며 기자들의 다양한 여론을 들은 걸로 압니다. 중요한 반대논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어땠습니까.  

저희가 알기엔 공동발표문 초안을 일반 기자들에게 회람 않고 ‘백지화’ 결정을 한 지회도 적지 않습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공동발표문 전문, 일체의 대화내용, 대화과정에서 정부가 제공한 국무총리 훈령 세부내용, 공동발표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 부분 등을 모두 회원들에게 설명해 주고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섯째, ‘기자협회는 이제 백지화니 처음부터 원점에서 협상을 하자’고 한다면 다른 언론단체들은 들러리입니까. 그 단체들로부터 재협상 동의는 받은 것입니까. 그들로부터 동의는커녕 양해도 받지 않고 정부만을 상대로 협상을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 기협 내부에는 다른 언론단체들이 협상에 나설 마땅한 적임주체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오만입니다. 언론계엔 기자만 있는 게 아니고, PD도 있고 인터넷 매체의 기자도 있습니다. 그 분들도 시대를 고민하고, 언론인의 소임을 다하려 애쓰는 분들입니다.  

그런 독선적 사고를 없애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자실이 폐쇄적 기자단으로 회귀할 게 뻔하지 않을까 여전히 두렵습니다. 

일부 보수신문들의 생떼

최근 이 문제를 보도하는 일부 신문들의 태도도 유감스럽습니다. 어렵게 이룬 정부와 언론단체 대표들의 의견접근 실체는 외면하고, 국가보안법 문제 하나를 트집삼아 이념공세를 펼친 유치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양측의 의견접근 내용은 소개하지도 않고 기자협회 거부 반대논거만 상세하게 소개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기협이 반대하는데 정부가 ‘원안’을 강행해 언론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는 생떼 기사도 있었습니다. 대화 이전의 여론조사(기자 91% 반대)를 다시 울궈 먹으며 정부가 일방통행식 횡포를 부리는 것처럼 제목장사를 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기자협회 특위의 무리한 요구보다 더 심한 직역이기주의입니다. 아예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까지 엿보여 안타깝습니다. 

늦게라도 합류하길

이제 차는 떠납니다.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먼저 타고 있는 손님 입장도 감안해야 합니다. 차의 노선은 원래 계획에서 수정됐습니다. 의견을 수렴해 조정한 것입니다. 기협이 늦게라도 이 차에 승차해 의견을 개진해주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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