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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시사고발 프로그램 ‘체질개선’정착되나소재주의 탈피·성역파괴 등 변화 보여, ‘의제설정’ 적극적 모색 필요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흔히 제기되는 비난은 소재주의, 한건주의, 선정적 소재를 통한 시청률 경쟁 등이다. 또 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방송사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같은 평가는 우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로 취급된다. 최근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은 어느정도 이같은 비난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한달 가까이 각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아이템은 적어도 선정성 시비에서는 벗어나 있는 듯 보인다. KBS <추적60분>의 ‘삼성자동차’(9. 2), ‘부활하는 일본 군국주의’(8. 19), ‘탈주범 신창원-그 허와 실’(7. 29) 등과 MBC ‘종찬이의 아름다운 여행’(9. 3), ‘떼먹은 임금, 2천9백억엔을 돌려주오’(8. 17),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 그것이 알고싶다> ‘외면당한 생존권-미군기지 마을의 분노’(8. 28), ‘빗나간 믿음-자식의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8. 21), ‘침묵의 굴레’(7. 10) 등 최근 방영된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또 여전히 방송관련단체들이 선정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오르내린다. 내부적으로도, 여전히 시청률 경쟁이 존재하고 그러한 환경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또다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여전하지만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KBS <추적 60분>의 구수환 PD는 “시청률만을 의식한 아이템은 안된다는 공감이 내부적으로 이루어져 1개월 가량 그런 방향으로 추진해 왔지만 역시 제작자의 입장에서 시청률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정부·재벌 등 성역으로 치부되어온 아이템은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가장 난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부분의 성역이 파괴되었고 파괴되고 있는 중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보다 집중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SBS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싶다>의 신용환 팀장도 “센세이널리즘을 추구한 결과가 결국 프로그램 자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 명확히 인식되어 있다. 그런 경우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시청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자체적으로 정화기능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MBC 의 민현기 PD는 “일부 소재들이 성과주의에 집착해 ‘히든카드’로 사용되는 일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아이템 자체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현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말한다. 일방적인 선정성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자체적인 내부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 환경 감시와 의제설정이라는 고유의 기능에 집중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률 경쟁을 포함한 환경 개선 문제는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이와 관련해 원용진 교수(동국대 신방과)는 “제작 환경 자체의 모순이 존재하는데 PD들에게만 바꾸라고 요구해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고 제작진을 놓고 말하자면 “손쉬운 소재로부터의 유혹에 휘말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정착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전통을 내팽개칠 PD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신뢰를 보냈다. 동시에 “PD들은 상존하는 제작상의 한계에만 의존해 변명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내부적 조처를 취할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적 재미와 사회 감시·고발, 나아가 의제설정이라는 공익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또한 현재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의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들만으로는 고발·폭로 차원에만 그칠 뿐 대안까지 모색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도 아니고 섣부른 대안 제시는 어렵다”는 PD들의 한결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제설정 기능은 고발이나 폭로를 통한 여론환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MBC 의 민현기 PD는 “현장과 사건만을 쫓아다니기에도 바쁜 처지이지고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목표야 어쨌건 결과적으로는 방송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 아닌가. 지속적인 관심과 대안 모색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서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이와 관련해 SBS <문성근의…> 신용환 팀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의미심장하다.“한번 방송하면 끝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하나의 저널리즘으로서 책임의식을 느낀다.” <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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