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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진보성이란 화두PD연합회와 회원들의 1년 활동을 살펴보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멋지게도 하는구나"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PD연합회는 금년 들어서 ‘이달의 PD상" 신설, ‘목동포럼" 개설, 그리고 대북교류사업을 위한 다각적인 활동들을 펼쳐왔다. 정길화 회장은 금년 초 ‘PD연합회보’ 칼럼에서 “이제 PD들은 대중성과 진보성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말이 매우 신선하게 들린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인데, PD연합회가 그러한 화두를 열심히 실천에 옮긴 성과들이 하나 둘은 결코 아닌 것이다. 최근 ‘공자(孔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유교, 그 중에서도 주자학(朱子學)의 봉건적 계급주의와 관료주의가 민족의 민주화와 선진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하지만 “정치는 믿음이다"라는 공자의 말씀만은 시대를 초월하여 버릴 수 없는 덕목이다.‘통합방송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이 안겨준 ‘실망감"이 이 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즘이다. 이런 점에서 PD연합회가 무엇보다 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듬직함"이다. PD연합회와 그 회원들은 12년간을 한결같이 ‘방송민주화" 운동을 전개해왔다.‘통합방송법안’의 일시적 실종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언론개혁의 내일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많은 방송현업인들이 방송민주화의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PD연합회에 꾸준한 발전이 있기를….아직 끝나지 않은 ‘방송법 프로그램’정길화 회장은 이른바 ‘스타 PD’였다. <인간시대>와 등을 통해 그를 알았었고, 방송위원회의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시상식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런 그가 어느날 방송회관 15층으로 왔다.처음 만났을 때, 그의 다부진 각오는 아직도 생생하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더 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왔다”고 답했다.지난 1년간 그는 이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고 믿는다. 회장 본연의 임무일 PD들의 권익확대와 친선도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관심은 오직, 지난 1년간 개혁적 방송법 제정의 한가운데에 늘 그가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한 ‘큰 프로그램 제작’일 것이다.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도 ‘큰 프로그램’이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떠나가기 때문이다.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통과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PD연합회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1년 동안 ‘큰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의 의지는 다시 현장 프로그램에 스며들 것이라고 믿는다. 프로그램으로 그는 이 땅의 진정한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방송민주화를 설파할 것이 틀림없다. 전문논객마저 섬뜩하게 만들었던 ‘정길화 칼럼’을 이제 ‘정길화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는 또다른 설레임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그 특유의 ‘주담(酒談)’으로 윽박질러 본다.“제대로 질러부럴 것이여, 워쩔 것이여?”남과 북 문화교류 물꼬 터 한정석KBS TV2국PD연합회는 방송 PD들의 친목과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단순한 이익단체의 소아(小我)를 넘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방향제시에 항상 올곧은 목소리를 내어왔기 때문이다. 12대 집행부 역시 이러한 전통을 잘 지켜냈다.‘스크린쿼터 축소반대투쟁’ 공대위 참여와 ‘동강살리기운동’ 후원은 세기말, 통제력을 잃은 세계자본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맞서 문화적, 자연적 다양성을 확보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러한 결과는 12대 집행부의 노선과 함께 우리 방송 PD들의 예리하고 정치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방송프로그램들에게 적지않은 빚을 지고 있음은 물론이다.또 지난 4월에 처음으로 ‘조선(북한)영화 시사회’를 개최한 것은 남과 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념적으로 절대보수인 그룹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한편 방송법투쟁에서 보여준 연합회의 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다양한 직종의 방송인들이 참여했고, PD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방송법은 지난 87년 연합회 출범이래 지속적인 사업과제로 제기되었던 만큼, 연합회의 비상한 대응과 역할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2대 집행부는 저간에 파악된 현황과 전략을 새로운 집행부와 긴밀히 논의함으로써 방송법투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도록 해야할 것이다.낮게 낮게, 한없이 낮게손정현SBS 편성실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 행여 자기 몸이 다칠세라 금 밖에 멀찌감치 쭈뼛하게 서서 금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이래저래 상처 입히는 소리만 하며 자기 잘났다고 뻐팅기는 독야청청형.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간형. 그는 그 당시 흔했던 무슨 무슨 위원회의 ‘짱’같은 번듯한 타이틀조차 없었고 현란한 언변이나 탁월한 선동으로 대중을 휘어잡지도 못했다. 특출하진 않았으나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인간적으로 대했으며 조직이 소홀히 했던 사람들에게도 늘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그들의 쓴소리를 들어주었다. 또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바는 몸소 앞서 실천했으며 조직이 어떤 사업을 벌이던 간에 항상 사람과 공동체의 입장에 서서 일을 주도해나갔다. 하여 어느 날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때 사람들은 그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는 걸 알게되었다.12대 PD연합회 집행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 받았을 때, 선뜻 든 생각은 금 밖에 서 있는 사람의 부채의식, 미안함 뭐 그런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연합회장이 누구인지에만 관심이 있지 누가 집행부에 있고 그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관심이 있겠는가? 일년동안 묵묵히 음지에서 고생한 집행부에게 힘찬 박수를!잔소리 한마디. ‘도대체 PD연합회가 우리에게 해 준 게 뭐야?’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몇 번 들었다. 13대 연합회는 그런 소리가 안나오도록 조금 더 PD들 속으로 낮게 임해줬으면. 내가 좋아했던 그 선배처럼.언론개혁 원칙 잘 지켜왔다오준석CBS 편성제작국지난해 이맘때쯤 당시 정길화 신임 PD연합회장은 ‘사회민주화는 언론개혁부터 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PD연합회가 프로듀서들의 권익확보를 위해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사회의 진보를 이룩해 내가자고 상기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던 장면이 떠오른다.그 이후 PD연합회 활동을 봐오면서 그 원칙은 충실해 잘 지켰다고 본다. 민주적 방송법 제정을 위해 단순히 면피용 성명서를 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련자 면담과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언론3단체장 중의 한 사람으로 언론관련 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참 잘했다고 평가한다.특히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각계 인사 선언에 참여한 것이나 조선일보 공대위에 참여 한 것 등은 자기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신선하고 용기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내부활동을 못한 것도 아닌 것 같다.PD상 심사가 보다 더 객관성을 띨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한 점, PD연합회보의 정기간행물 등록, ‘이달의 PD상’ 제정을 통해 PD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노력했던 점, 월 1회 목동포럼 개최를 통해 PD연합회가 공론화의 장 역할을 했던 점은 참 잘한 일이다. 얘기하다 보니 칭찬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그래도 12대 집행부는 ‘칭찬받아 마땅한’ 집행부라고 생각한다.문화창달의 구심점이었나?문성용전주방송 PD협회장프로듀서의 본분을 되짚어 볼 때, 답은 늘 문화의 창달이었다. 그 이상의 정답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문화창달이라는 것이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2대 집행부 역시 역대 집행부가 그랬던 것처럼 예나 지금, 또 다가올 미래의 문화를 해석하고 전파하는 PD들의 구심점이 되는 데는 도드라진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중앙과 지역간에 문화적 괴리가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화의 중앙집중은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가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를 손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크지 않은 나라의 문화는 공감대가 없으며, 국민의 의식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문화창달에 대한 PD들의 과감하고도 전향적인 시도가 아쉬운 것이다. 이는 각 방송사의 PD와 그들의 결합체인 연합회가 효율적으로 결속돼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쉬운 말로 연합회가 개별 방송사의 편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PD간에도 대의는 허공에만 있을 뿐 아이템의 보안유지를 할만큼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는 얘기다. PD상은 좋은 제도이지만 문화창달의 노골적인 장치는 아니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그 문화를 해석하는 PD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 주체는 연합회요, 집행부여야 한다. 금년 5월부터 시작된 ‘목동포럼’이 그런 논의구조의 역할을 해준다면 이는 12대 집행부의 공적이 아닐 수 없다. 노고와 희생으로 보낸 참으로 힘든 1년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PD의 목소리를 듣는 기쁨강지웅MBC 교양제작국내가 일차적으로 대하는 ‘PD연합회보"를 보며 느낀 점을 중심으로 12대 PD연합회를 평가 해 보겠다.지난 1년간의 PD연합회보에서 느껴진 가장 큰 특징은 “PD 자신의 발언이 많아지고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PD라는 직업군이 우리 사회에서는 묘하게 특권 집단처럼 자리를 잡아서 늘 막후에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것은 ‘PD의 신비화"에 기여하긴 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PD를 소외"시킨다. 현업의 여기저기서 묵묵히 ‘일만 하는" 동료 PD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연합회보에 마련된 여러 칼럼들을 통해서 다른 부문, 다른 방송사의 PD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여러 프로그램들에 대해 ‘예리한" 비평보고서를 올린 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새로운 비평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또 칼럼의 내용이 두루뭉실하지 않고 읽으면서 통쾌한 맛이 있는 것이 매력이다. 12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방송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하고, 회장부터 솔선하여 당면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방송환경의 변화는 급격하다 못해 아찔할 정도이다. PD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여 있지만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조각조각 나뉘어져있는 "PD집단"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그들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PD연합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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