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횡포에 손놓은 방송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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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횡포에 손놓은 방송위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7.07.3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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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실종의 시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처장은 케이블 TV의 횡포에 대해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 이하 방송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추 사무처장은 “규제 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아 케이블 TV가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편성을 변경하는 등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며 “방송위가 시청자 입장보다 사업자 입장에 서서 사안을 판단하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 TV 사업자들의 문제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 왔다. 인기 채널을 마음대로 편성에서 뺀  다음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고급형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고객들의 사전 동의 없이 채널을 변경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MBC〈불만제로〉(연출 김종우·송관섭)도 26일 ‘유선방송사의 횡포’를 고발하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다. 유선방송사의 횡포 문제는 <불만제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 불만 접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불만제로>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위 민원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케이블 TV의 채널 변경 문제가 소비자 불만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공정위, 케이블 TV에 과징금 부과 결정

이런 가운데 케이블 TV 업체의 횡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개별 공급 상품에 비해 가격이 싼 단체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지한 티브로드 계열 15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이하 SO)에 대해 2억 1천 6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방적으로 채널 편성을 변경한 티브로드 계열 8개 SO와 CJ 계열 3개 SO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태광 티브로드 계열 15개 SO들은 2005년 12월부터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종합유선방송을 공급하는 지역에서 저가로 공급되던 단체계약 상품의 신규 계약 및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반면 다른 업체와 함께 경쟁하고 있는 부산 서구 등의 지역에선 저가의 단체 계약 상품을 계속 공급했다.

공정위는 티브로드 계열 SO들이 단체 계약을 중단한 것은 “수신료 증대를 목적으로 비싼 개별 상품으로의 시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독점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티브로드의 내부 분석자료에 따르면 단체 계약자의 50%가 개별 계약으로 바꾸면 매출이 2배 증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태광 티브로드 계열 8개 SO와 CJ 계열 3개 SO의 경우엔 지난해 4월 저가형 상품에 포함돼 있던 MBC ESPN, SBS 스포츠, 드라마 채널 등 시청률이 높은 인기 채널을 고가형 상품에 편성해 저가형 상품의 품질을 인위적으로 저하시켰다.

공정위는 “SO들이 수신료 증대를 목적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고가형 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채널 편성을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소비자들은 채널 편성 변경에 불만이 있더라도 중도해지 시 위약금 등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방송위는 뭘 하고 있나?

공정위가 케이블 TV에 제재를 가하자 주목받는 곳은 바로 방송위. 방송위는 케이블 TV를 포함한 모든 방송과 관련한 정책과 행정,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정책행정총괄기구다. 때문에 케이블 TV에 문제가 있다면 나서야 하는 곳도 단연 방송위다.

현재 방송위는 공정위가 케이블 TV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데 대해 방송위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정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위 홈페이지에 있는 ‘시청자 불만접수’ 코너에는 이미 케이블 TV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건의 시청자 불만 접수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송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케이블 TV 요금 인상과 관련한 불만에 대해 방송위는 홈페이지의 '불만접수 및 처리 결과'에서 “수신료, 설치비 등 요금과 관련해 상한선 제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승인 범위 내의 요금 인상은 법적 제재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최근 케이블TV의 요금 인상은 “사업자간의 과당 경쟁으로 그동안 위원회가 승인한 요금보다 대폭 할인된 요금이었다”며 “디지털전환 및 콘텐츠제작사에 대한 제작 비용 배분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등 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해 원래 승인받은 선으로 변경하는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블방송사의 독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시청자 의견에 대해선 “‘시청자불만처리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한 불만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돼 각하처리 됐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가 마음대로 채널을 편성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방송위는 채널 편성은 “현행법상 방송사업자의 고유 권한”으로 “위원회가 승인한 요금범위 내에서 채널 편성을 변경하는 것은 법적 제재대상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채널 변경이 가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방송사가 채널 상품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변경일을 전후해 각 7일 동안 전체 운용채널 중 1/2이상 채널 및 인터넷홈페이지, 우편을 통해 수신자에게 고지하고, 채널 상품이 변경된 후 1년 이상 경과한 경우 채널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8월 약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케이블 TV와 관련한 여러 문제에 대해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사업자 고유 권한이라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YMCA의 신종원 시민사회개발부장은 “방송위의 기본적인 관점 자체가 사업자 쪽에 치우쳐 있다”며 “소비자, 시청자 관점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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