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수장학회 문제를 풀기 전에 짚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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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위원장

각종 매체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주로 이런 분들이 언급하지 않은 팩트와 뒷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부산일보의 입장을 이야기 하려 한다. 이 자리에서는 국가가 정수장학회를 환수하는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 대해서만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진실위의 발표 내용은 과연 ‘진실’한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정수장학회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은 다음 날, 나는 장학회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장은 진실위가 장학회 측에 대해서는 지극히 형식적으로 조사를 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진실위 관계자도 간접적으로 이런 정황을 확인해 주었다.
진실위 발표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진실위는 또 다른 측면에서 도발적인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 김지태 씨와 인연이 많다. 부산상고(김지태 씨는 전신인 부산 제2상업학교) 동문이며, 중학생 시절에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 장학금을 받았다. 1988년에는 유족이 부산일보 소유권 반환신청을 했을 때 전담변호사로 활동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라는 송기인 씨(신부)가 진실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진실위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인정하시겠는가?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새 장학회 이사진 선임에 관여하는 게 마땅하다
나는 그래서 우려한다. 만약 이 정권의 지원을 업고 유족이 재단의 운영권을 갖게 된다면 특정 개인에 의해 부산일보의 편집권과 경영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일보는 1988년에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단행해 소유과 경영의 분리, 경영과 편집의 분리를 성취해 냈다. 편집국장을 기자들이 투표로 선출하고 있으며, 공정보도위원회는 서슬이 시퍼렇게 활동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산일보가 박근혜 씨 때문에 공정보도 시비에 휘말려 왔다고 하는데, 팩트가 부실하거나 와전된 부분을 여과 없이 언급한다는 점에서 무척 실망스럽다.

정부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한다. 관제 언론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사회적 인식이 비슷해 보인다.문제는 시민사회단체들이다. 어떤 분들은 `정수장학회 부산공대위'가 부산시민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듯 말하면서, 공대위가 장학회 이사진 구성 등에 관여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공대위의 사고방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 조차 지분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공대위 소속 시민사회단체들 가운데에는 석연찮은 인물들이 있다. ‘ㄱ’단체는 최근 새로 대표를 선출했다. 이 인사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단체를 주도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ㄴ’단체의 전직 핵심 간부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ㄷ’단체는 최근 사고지부로 지정되었다. 아예 관에서 적절히 이용하는 인물도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계제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다른 편집권 훼손의 축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순수성을 견지하고자 한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와 부산일보, MBC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감시자의 구실만 맡는 게 타당할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국가가 정수장학회를 환수할 경우, 독립적이고 순수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이사진 선임권을 부산일보 구성원들에게 부여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며, 나는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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