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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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엿보기’ 이제 그만 … 진흙탕 싸움에 프로그램 질만 저하 <아침 토크쇼>에 대한 편성적 결단을 촉구하며

|contsmark0|아침 시간대 = 연예인 토크쇼9시 30분∼10시 40분대의 아침 시간대에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자리잡은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초기에 처음으로 토크쇼 형식을 도입한 mbc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에 이어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kbs-2tv <행복 채널> 등은 인지도가 높은 mc들이 게스트를 초대, 스튜디오 중심의 토크를 진행하는 거의 똑같은 형식으로 이 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생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초창기의 의도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최근의 아침 토크쇼는 연예인 일색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나누는 이야기들도 연애나 결혼담, 출산 이야기 등의 신변잡기이거나, 새로 출연하는 드라마(특히 자사 홍보)나 영화를 알리기 위한 홍보가 대부분이다. 또한 갈수록 더해가는 연예인 모시기 전쟁 속에서 한 연예인이 방송 3사를 돌며 순회 공연을 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반복 출연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어느 방송사도 문제삼지 않는 듯이 보인다. 최근 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매일 30분씩 요일별 정보 코너를 마련하고,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비중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나, 방송계에서 이미 ‘아침 시간대 프로그램 = 연예인 토크쇼’라는 새로운 공식은 별다른 대안없이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contsmark1|어쩌다 해답이 연예인인가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들에서도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3개 프로그램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형식으로 이와 같이 치열한 소모전을 벌이는 모습은 다른 시간대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쩌다 유독 아침 시간대에 이와 같은 토크쇼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이 시간대는 전체 평균 시청률이 25-30% 정도로 저녁의 프라임 타임 시청률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각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크게 투자하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친 후 ‘외주제작"이라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현재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과 <행복 채널>은 주5회 방송에 6개 외주 제작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의 성패가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외주제작사들은 자연히 시청률을 손쉽게 높일 수 있는 아이템 선정에만 주력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몇몇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들이 이른바 ‘재미"를 보면서, 급기야 ‘일반인보다는 인기 연예인이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신념이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contsmark2|외주제작사간의 연예인 모시기 경쟁 연예인 모시기를 위한 각 외주제작사들의 ‘몸부림"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모두 17개의 개별적인 팀들이(방송사 자체 제작팀 포함) 뛰어들어 이제는 3개 사간의 경쟁이 아니라 같은 프로그램 내에서도 서로 물고 뜯는 전쟁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미 연예인 섭외는 작가나 pd들의 읍소와 협박을 동반한 전화 공세의 수준을 넘어섰다. 제작사 대표들이 제작사의 생존을 걸고 온몸으로 뛰어들어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치열한 선물 공세에 비정상적인 출연료 배팅까지 감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출연료의 한도 액수가 책정되어 있는 방송사의 경우 불가능한 출연료 배팅은 외주 제작 시스템이기에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릴 연예인에게 배팅한 출연료는, 덕분에 ‘목표 시청률" 달성하면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통해 그 이상으로 보상받거나, 한번 더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주5회 방송에 6개사가 뛰어든 덕분에 가능한 상황) 보상받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도입된 외주제작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는 적어도 아침 토크쇼에서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이용되기보다는 이처럼 비공식적인 연예인의 몸값을 올리는데 보태어질 뿐이다. 유명 연예인은 연예인들대로 이러한 상황을 간파, 각 제작팀들에게 출연 의사를 걸어놓고 팀들이 제시한 출연료를 이리저리 재어가며 더 높은 출연료를 받는데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비디오나 서적 등의 홍보를 조건으로 거는 경우가 많아, 지나친 홍보로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contsmark3|토크쇼만이 유일한 방법인가외주제작사에게 아침 시간대 프로그램을 맡기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제작 방식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에 맡긴다 하더라도 어차피 많은 제작비가 지출되지 않는다. 더욱이, 연예인 섭외의 진흙탕 싸움에 방송사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아 좋다. 외주제작사들에게 싸움을 붙여놓았더니 알아서 팔릴만한 물건들을 건져오고 있으니. 소수의 제작 인원으로 구성된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출연자 한 명만 잘 잡으면 되는 토크쇼만큼 돈벌이가 되는 프로그램도 없다. 그저 연예인 섭외에 주력하고,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다. 최근, mbc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가 시청률 경쟁에서 다소 뒤쳐지는 상황 속에서도 타 방송사에 비해 일반인 출연의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mbc만이 유일하게 자체 제작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어디 방송이 이러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덧셈, 뺄셈 수준의 경제 논리만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인가. 정작 이 시간대에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은 과연 이들의 관심 대상에 속하는가? 아침 시간대 주시청자인 ‘주부"들이 원하는 것이 연예인의 신변 잡기에만 머문다고 너무 쉽게 단정한 것은 아닌지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높더라’는 이유 때문에 그들에게서 선택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는 어느 채널을 돌려도 연예인밖에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시간에 당신들은 연예인 얼굴만 보면 되는 것 아니요"하는 식의 새로운 시청 패턴을 그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시간대 kbs-1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경우, ‘연예인 토크쇼"보다는 그 시청률이 낮지만, 일정 선 이하로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고정적인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이 시간대의 시청자들의 욕구가 방송사에서 착각하고 있듯이 그렇게 단순한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작 현업에서 뛰고 있는 제작진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외주제작진이건 자체 제작진이건 그 다음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만큼 더 힘들어질 뿐이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출연자 유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서부터, 그저 갈수록 힘들어질 뿐인 것이다.
|contsmark4|편성적의 결단이 필요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열쇠는 편성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에게 있다고 밖에 볼 수 있다. 부실하고 빈약한 똑같은 모양새의 아침 토크쇼들은 결국 그 방송사의 얼굴을 달고 전파를 탄다. 당장의 시청률 손실은 감수하더라도, 이 소모전에서 발을 빼고 좀더 건실한, 좀더 다른 색깔의 아침 시간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방송사의 편성적인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본다. 더불어, 단순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외주제작이란 형식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형태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러한 편성의 결단은 겉으로는 방송의 공영성을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 치졸한 시청률 경쟁에 여념이 없는 각 방송사들이 앞으로 방송 정책에 대한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험대로서 큰 의미가 있다. 외주제작의 비중이 점차 높아가는 현 시점 속에서 다른 모든 시간대들이 지금의 아침 시간대처럼 진흙탕 싸움에 빠질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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