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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한다이상훈SBS <좋은 세상 만들기> 연출연합회 전문성강화 특위 위원장
  • 승인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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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pd는 언론인인가, 또한 pd는 전문직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 pd들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pd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언론재단 장학생에서 pd를 제외시켰을까. 밖에서 보는 pd의 위상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 pd 스스로가 느끼는 우리의 위상은 과연 무엇인가? 갈수록 추락해가고 있는 pd들의 위상을 어디서부터 다시 찾을 수 있을까?
|contsmark1|얼마 전 방송연예인노동조합에서 비리 pd 명단 공개를 협박용 카드 삼아 연출자의 고유한 권한인 캐스팅 권한을 연예인노동조합으로 넘기라고 주장하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좁쌀같이 남아 있던 pd의 권위가 완전히 땅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제는 연기자들도 pd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있는 것이다. 비리 pd가 있다면 당연히 엄벌해야겠지만, 정말 그러한 지 비리 사실 여부부터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정기적으로 터지는 이른바 pd 비리 사건, 방송위원회로부터의 소환장, 시청자단체로부터의 항의, 신문의 일방적인 비평, 끊임없이 옥죄어오는 시청률 압박 등 이 모든 스트레스 속에서 pd는 가정도 버린 채 힘들게 일하고 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사는가?연기자가 아무렇게나 뱉어 놓은 말을 pd는 밤새 다듬어 단어 하나하나, 어미 하나에까지 신경을 쓰며 편집해야 하며, 그 연기자의 말 한마디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연기자는 잠깐, 2시간 정도 나와서 pd가 밤새 고민한 대본으로 진행하고 가면 1회 출연료가 pd의 한달 월급과 맞먹는다.국내 최다 관객 5백만 명을 동원한 영화 ‘쉬리’의 감독은 그 한 편으로 몇 억을 벌었다는데, 시청률 10%만 돼도 매주 5백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셈인 우리 pd들에겐 평생을 모아봐도 생각지도 못하는 돈이다.그러면서도 자기들끼리 모이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철저한 개인주의에 빠져, 선후배도 없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자기 프로그램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 pd 집단이다.판사, 검사도 전관예우가 있어서 그 조직에서 나온 사람은 서로 서로 돕고 보호해준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사에 몸담았던 우리 pd 선배들이 독립해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독립한 pd에 대한 전관예우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프로그램이 히트하면 옛 선배의 모든 것을 거부하며 선배 pd의 경륜이나 노하우를 완전히 무시한다. 이런 것이 pd의 속성일까? 아니면 pd는 전문성이 필요없는 것일까?요즘엔 fd 1∼2년 한 친구도 프로덕션을 차려 pd 행세를 하고 있다. 경력 20년의 선배 pd나 fd 출신의 pd나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과연 여기에서 pd의 전문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상황이니 어디서도 pd가 기자보다 대우를 못받고 있는 것이다.방송 pd의 영향력은 그 어느 집단보다 크지만 항상 당하고만 살아온 것이 우리 방송 pd들이다. 이는 pd의 정체성을 아직도 우리 스스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아는 사람이 바로 방송 pd다. 전체 방송시간의 80% 이상을 pd들이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pd는 한국 방송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로 존재할 뿐이다.정권이 바뀌어도, 방송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방송의 최고 책임자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우리 pd들은 항상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 침묵 자체가 방송 pd의 전문성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contsmark2|방송의 주체는 pd다. pd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pd의 자율권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우리나라 방송의 진정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이제 방송을 그만하고 싶다는 자조섞인 말이 없어지고, 죽을 때까지 방송을 하고 싶다는 동료 pd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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