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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불법체류자의 천국고희일KBS 파리총국 PD특파원
  • 승인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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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3개월 이상 프랑스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나 체류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파리에 체류한 지 1년이 됐건만 임시체류증만 있을 뿐 아직도 정식 체류증이 없다. 체류증을 받기 위해 맨 처음 시청에 간 것이 작년 9월 1일이다. 프랑스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때에 완벽히 제출했음에도 웬 시간이 그리 걸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평생 거주하는 영주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치사하게 매년 갱신하게 되어있는 1년짜리 체류증을 주면서 오라가라하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명색이 특파원인데 이렇게 오래 걸리고 까다롭게 구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싶어 체류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불법체류자 문제까지 취재하게 되었다.프랑스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략 50만명으로 추산을 한다. 역사의 업보인지 이중 대부분이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출신이다. 불법체류자들은 숨어지내기는커녕 오히려 프랑스 정부에 대해 공격적으로 체류증을 요구한다. 이들은 공공건물을 점거하는 등 과격한 방법으로 체류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파리 북부 아르정띠성당은 50여명의 불법체류자들에 의해 때론 박물관 같은 유명 건물을 점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어정쩡한 양다리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권의 나라 프랑스가 불법체류자들을 내쫓는다는 소리도 듣기 싫고 그렇다고 프랑스에서 살도록 도와주지도 않는 정책이다. 이를 현실로 옮기면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해서 붙잡아 추방하지도 않는 대신에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수단인 체류증을 잘 내주지 않는 형태로 나타난다. 프랑스가 체류증 발급을 까다롭게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이민관계 고위당국자는 그것은 한마디로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체류증을 발급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프랑스에서 거주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는 것을 프랑스 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체류증을 가진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보장하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사해동포적(?) 정책인데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많이 든다. 또 다른 억제요인은 실업문제이다. 그렇잖아도 12%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무턱대고 돌아온 외국인의 싼 임금을 무기로 취업할 경우 실업률은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 취직할 생각도 없고, 본국에서 갖고 온 돈으로 생활하는 외국인은 몇 년을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테면 구경도 하고 불어도 배울 겸 부담없이 프랑스에 와 있는 팔자 좋은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그나저나 9월이 됐는데도 아직도 체류증을 받으러 오라는 통지가 없다. 이러다간 지난해 것까지 합쳐 두 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게 생겼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가 프랑스라니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위로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생겼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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