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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AD의 ‘주류’ 맛보기김시준EBS 교양제작국
  • 승인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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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8월말까지 6개월 동안 나는 <대학가중계> 조연출을 했다. <대학가중계> 조연출을 하면서 매우 친숙해진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비주류’란 단어다. 코너 제목이 ‘비주류와 청년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주류와 그 반대 개념인 비주류. 어쩌면 이 두 단어가 우리 사회를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정치판의 주류와 비주류, 대중 문화계의 주류와 비주류 등….그럼 pd가 주류라고 하면 ad는? 며칠을 두고 고민을 해봤다. 그러나 결국 ‘선택’이란 문제에 부딪혔다. 내가 본 대중 문화의 비주류(언더그라운드라는 말로도 통한다)들은 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비주류에 남겠다는 사람도 여러 있었다. 그들은 비주류를 선택했다. 내가 생각할 땐 분명 ad는 비주류인데…. 그럼 ad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때 간사한, 정말 간사한 생각이 하나 났다.‘주류와 비주류는 외부 환경이 만들어 줄 수 있다?! 하하, 그럼 당연히 ad는 비주류야.’비주류인 ad들은 주류인 pd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참는다. 내가 행정하는 사람인지 막노동하는 사람인지 영업사원인지 나의 정체를 확인하는 일은 오래 전에 그만 두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지니까 두 다리 쭉 펴고 마음껏 잘 수 있으려면 현실에 순응하게 낫다는 요령도 이미 오래 전에 터득했다. 또 누가 나를 ‘어이 ad’하고 불러도 ‘네’하고 달려간다.그러던 나에게 행운이 왔다. 지난 2월 <대학가중계>가 급작스럽게 신설되면서 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았다. pd급 ad. 선배들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붙여준 이름이었지만 나에겐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곤 한 꼭지를 맡으란다. 날아오를 것 같았다. 머리 속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에 필요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5분 짜리 인데도 말이다. 흔히 말하는 pd의 생명마저 끝나겠다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다. 생각을 바꾸자. 노래패 ‘꽃다지’ 공연이라든지 ‘메이데이’를 하루 앞둔 학생들의 모습이라든지 이전에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대학생들과 대학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반응이 좋았다. 물론 주류라 할 수 있는 김봉렬, 김현, 김평진 선배와 빛나는 작가들의 도움이 컸다. 주류세계가 어떤 것인지 조금 맛 본 순간이었다.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주류에 속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학 때의 전공은 이른바 잘 나간다는 학과와는 거리가 있는 불문학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ebs도 방송계에서 보면 주류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최근 ebs 현관에 총파업을 알리는 날짜 판이 붙었다. d-47. ebs가 공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치판의 주류·비주류 다툼으로 지연된 통합방송법이 통과될 기미를 안 보이자 노조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ebs가 공사가 된다는 건 주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비주류 나름대로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비주류인 ad가 주류인 pd가 되는 것 이상의 역할에 대해서 말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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