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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마케팅’이 붐이다. 경제, 스포츠, 공연 할 것 없이 추억을 일깨우고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TV와 라디오도 요즘 한창 추억에 젖어 있다. 방송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10대~20대 청춘스타들 속에서 40대~50대 ‘왕년의 스타’들이 보란 듯이 자리를 꿰찼다. 7080 문화, 8090 문화가 21세기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최근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SBS 〈일요일이 좋다 옛날TV〉(연출 박상혁)와 KBS 〈해피선데이〉 ‘불후의 명곡’이다. 〈옛날TV〉는 제목 그대로 과거 인기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을 그대로 재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기 드라마였던 ‘수사반장’과 영화 ‘돌아이’, 외화 ‘V’ 등이 재연을 통해 부활했다. 최불암, 사미자 등 과거 인기 스타들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도 큰 반가움이다.

KBS ‘불후의 명곡’은 추억의 가요와 스타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하춘화, 남진부터 전영록, 소방차, 변진섭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추억의 스타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불후의 명곡’의 이훈희 PD는 “처음부터 맘먹고 복고란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며 시도한 것이 아니라, 주말 시간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또 다른 콘셉트로 차별화하자는 의도로 기획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타깃과 전략은 거의 성공했다. 이훈희 PD에 따르면 특히 30,40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이밖에 MBC 〈7옥타브〉,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 〈상상플러스〉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세대별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추억을 불러내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라디오에서도 요즘 부쩍 옛 노래들이 자주 흘러나온다. 코너 이름에서부터 복고 냄새가 물씬 풍기는 KBS 2라디오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7080이 좋다’, MBC 표준FM 〈여성시대〉 ‘불멸의 길다방’, MBC FM4U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 ‘그때 듣던 노래’, SBS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 ‘추억의 포켓가요’ 등은 타깃 층이 명확하다. 라디오 청취자들이 대개 7080, 8090 세대이기 때문이다.

호응도 좋다.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의 ‘그때 듣던 노래’는 특집으로 방송됐다가 반응이 좋아서 정식 코너로 신설된 예다. 하지현 PD는 “주 청취자들이 30, 40대이기 때문에 그 취향에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하게 화요일에 방송되는 ‘세대별 맞춤신청곡’ 코너에는 하루에 1000여 통의 사연이 전달되기도 한다. 세대별 고유한 문화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같이 TV와 라디오에 강하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은 ‘온고지신’의 가능성을 보이는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TV와 라디오는 시·청취층의 큰 변화를 겪었다. 10대, 20대의 젊은 시·청취자들은 계속해서 다른 뉴미디어들로 이동하는 중이다. 안방의 TV와 라디오 앞에 앉은 시·청취자들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주 시·청취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됐다.

하지만 ‘복고 열풍’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소재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관이 명관’이냐, ‘소재의 빈곤함’이냐. 평가가 애매하게 엇갈리는 지점에서 TV와 라디오는 열심히 추억을 좇고 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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