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연말 시상식 통합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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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몇 주 남지 않은 지금, 불현듯 상상해본다. 〈대조영〉의 최수종과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드라마 부문 남우상을 놓고 격돌하는 현장을,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의 주역들이 각각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상자의 호명을 기다리는 순간을. 이런 순간은, 어쩌면 영영 올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다. 우리에게 ‘에미상(EMMY AWARDS)’같은 시상식 영영 불가능한 현실일까?  

▶ MBC 태왕사신기


이른바 ‘미드’의 열풍이 거세지면서, ‘에미상’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높아진 듯 하다. 해마다 에미상의 초점은, 올해는 어느 방송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NBC, ABC, CBS 그리고 HBO같은 케이블 방송사까지 유수의 방송사들이 사활을 걸고 투자하는 드라마들이 그 해에 어떤 성취를 거두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로스트〉가 ABC의 승리라면, 〈웨스트윙〉은 NBC의 승리였다.  

〈24〉의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와 〈소프라노스〉의 ‘토니 소프라노스’(제임스 갠돌피니)의 대결도 서로 다른 방송사간의 격돌이다. 그래서 에미상 시상식은 오스카상 못지 않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 해 동안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군, 쟁쟁한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방송사별로 따로따로 제 각각 ‘나눠먹는’ 시상식은 매력이 없다. 그 와중에 공동수상까지 남발되는 현실은 더욱 씁쓸하다.  

 
▶ SBS 로비스트

한 해 동안 ‘우리’ 방송사에서 고생한 연기자들에게 골고루 상을 주는 살뜰한(?) 마음 씀씀이가 나쁜 건 아니겠으나, 시상식이 많을수록, 그래서 상 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상의 권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국 드라마는 한류의 시작이자 그 중심에 있다. 영화만 찍을 것 같았던 연기자들이 슬그머니 브라운관으로 유턴한 것은, 드라마 출연의 상품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해가 갈수록 드라마의 양적-질적 팽창이 거듭되는데, 연말의 시상식은 여전한 ‘집안 잔치’에 머물러있다. 2007년, 그 해에 방영한 모든 드라마 중에 최고의 작품상이라는 권위와 2007년 MBC드라마 중에 최고의 작품상이라는 권위는 굳이 비교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통합 드라마상’의 실현은, 언뜻 생각해도 방송사의 이해관계, 심사의 어려움, 중계권(?)등의 여러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그 영향력의 한 중심에 있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그 기득권(?)을 포기해가며 가시밭길을 걸어갈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장한 드라마의 외형을 제대로 지탱해주는 시상식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한류의 에미상으로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영화시상식은 몰라도, 드라마 시상식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실황중계 될만한 가능성 마저 있다. 어설프게 세계의 드라마를 한데 묶는 시도(‘서울 드라마 어워즈’)보다는 우리의 3사 드라마 시상식을 제대로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 더 절실하다. 레드 카펫은 영화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TV라는 매체의 강력한 폭발력, 드라마 강국으로서의 위상, 드라마 제작진이 가져갈 공정한 성과라는 측면이 어우러진다면, 드라마상 시상식은 여느 영화제를 훨씬 뛰어넘는 영광과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어느 방송사가 풍작을 거두면, 다른 방송사는 흉작을 거두는 해도 있을 것이다. 그 영광과 좌절의 생생한 현장을, 시청자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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