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방송이 신문보다 중립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방송보도가 신문보다 중립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2007 남북정상회담 이후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윤호진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상파 방송 3사의 남북정상회담 보도 81.6%가 중립적 논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전후 2주일(9월27일~10월10일)동안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KBS <9시뉴스>, MBC <뉴스데스크>, SBS <8 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우호적 보도와 비판적 보도는 각각 11.4%, 7%였다.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2000년의 경우 방송 3사의 관련 보도는 44%가 중립적이었으며, 우호적 보도는 55%였다. 비판적 논조의 보도는 1%에 그쳤다. 2000년 당시 환영 일색이었던 보도 논조가 이번에는 비교적 우호적이고 중립적 관점으로 전환된 것이다.   

방송사별 보도 논조를 살펴보면 KBS의 비판적 보도가 1건(0.9%)이었던 반면, SBS는 16건(17.4%)로 2000년 당시보다 비판적 보도가 6%p 증가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MBC의 비판적 보도는 5건(4.4%)이었다. 우호적 보도는 MBC가 19건(16.8%)으로 가장 많았으며 KBS와 SBS는 각각 8건(7.2%), 9건(9.8%)이었다.  

반면, 신문의 중립적 보도는 40.9%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역시 발제를 맡았던 황치성 언론재단 조사분석팀 부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기간 전후의 (10월1일~10월6일) 신문보도를 제목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중립적 시각은 40.9%였고,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은 각각 27.7%, 31.4%였다”고 밝혔다.  

부정적 시각의 보도가 가장 많았던 신문은 동아일보(61.5%)로 5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39점이었으며, 조선일보(45.3%, 2.58점)와 중앙일보(33.5%, 2.84점)가 뒤를 이었다.  

“남북문제 여론형성에 KBS 영향력 가장 크다” 

KBS가 국내 언론매체 중 남북문제 여론형성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황 부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38.2%가 KBS를 남북문제 여론형성에 영향력이 가장 큰 매체로 꼽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18.5%)와 MBC(14.6%)가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3개 매체의 합은 71.3%인데, 이는 남북문제에 대한 여론 형성이 소수매체에 집중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응답자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구독하고 있는 신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 부장은 “동아일보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만이 크다고 응답했지만, 평소 동아일보를 구독하는 독자들은 22.3%가 ‘남북문제 보도에 있어 <동아>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면서 “남북문제를 인식하는데 있어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집단 편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론보도(10월1일~7일)를 한 번이라도 접해본 만19세 이상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19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보수언론, 정치적 성향 따라 남북정상회담 보도…사회 분란 조장”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한 현직 기자들과 언론 학자들 사이에선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공정한 기준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를 놓고 논박이 벌어졌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상회담과 관련한 보수 언론의 보도가 ‘본말전도’ 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국민의 70% 이상이 이번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특정한 이념적 지향을 갖는 일부 신문들은 객관적 차원에서 성과를 평가하지 않고 폄훼하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 4자 종전선언 논의를 둘러싼 언론들의 보도 차이를 예로 들며 “일부 언론은 종전선언 논의를 주체인 3, 4자에 중국이 들어 가냐 마냐를 놓고 이에 대한 논란을 부각시켰지만, 지난해 11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 논의를 제안했을 당시 가타부타 답이 없던 북한이 답을 한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북이 남을 실질적 대화의 당사자로 인정한 것 역시 중요한 성과”라면서 “사소한데 집착하는 바람에 숲은 보지 않고 나무에 대한 평가만 늘어놓는 것과 마찬가지 태도”라고 지적했다.  

NLL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합의문 안에 NLL을 포기했다는 문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방부와 통일부를 교란, 사회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담당 에디터도 “보수 언론들이 정상회담 결과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분석하기 보단, 사전부터 자신들의 틀에 맞춰놓은 보도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 에디터는 “황치성 부장의 발제에 따르면 정상회담 보도에 부정적 시각을 많이 노출시킨 언론이 <동아>, <조선>, <중앙> 순이라는데, 이는 참여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드러낸 언론의 순서와 동일하다”며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여론이 70%임에도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는 건 바로 (이들 신문이) 사전에 비판하기로 작정한 다음 기사를 썼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이 이미 객관적 평가와 여론까지 바꾸려 드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작은 차이를 확대해 사회 분열을 이끌고, 이를 다시 보도해 논란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유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현경 MBC 통일전망대팀장도 “김장수 국방 장관이 ‘이번 회담의 성과는 NLL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NLL 재획정과 관련한 논의를 미루고 서해 평화를 확보하는 게 정상회담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먼저 나서 이를 쟁점화하지 않는 것은 실제 우리가 독도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NLL 문제를 놓고 일부 언론이 ‘사실상 NLL 포기’ 등의 논란을 유발하는 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수진 동아일보 기자(정치부)는 “헌법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NLL과 관련한 정상회담의 이번 합의가 영토와 주권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기자의 본분인데, 너무 언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남측 언론에 대한 북의 불신 깊어…언론교류 확대 필요” 

이재정 통일부 장관<사진 왼쪽>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언론의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이 장관은 “동서독의 사례만 봐도 언론교류가 다른 분야 교류보다 먼저 시작됐으며 1973년에 벌써 서독 기자가 동독지역에 상주특파원으로 파견됐고, 이후 서독 언론의 보도태도도 사실·평화·통일 지향으로 바뀌었다”면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냉전과 분단이 남긴 불신과 대결, 적대와 타도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면 이제는 뛰어 넘어야 한다”면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남측의 보도를 두고 북에서 ‘남측 기자들은 작가냐’고 말할 만큼 언론 문제에 있어 남북의 골이 깊다”면서 “남북 언론이 갈등과 대립 상태에 놓여 있는 한 평화, 공존공영, 화해 협력의 대명제가 현실화되기 어려운 만큼, 언론 교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도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평양에 방문했을 때, 북측 인사들로부터 ‘남측 기자들은 월급을 청와대에서 받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다”면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정작 언론끼리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 취재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 육성 한 번 듣지 못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부의 취재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기자는 “평양에서 취재활동을 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 한 번 듣지 못했다”며 북측의 언론 통제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조재익 KBS 정치팀 차장도 “북측으로부터 모든 방송기사를 검열당하고 일부 화면과 오디오는 삭제되기까지 했다”면서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까 조용히 넘어간 부분들이 있지만 유감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도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직후 이뤄진 환영행사 장소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앞 광장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변경될 거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행사 1시간 전까지도 언론에 알려주지 않아 취재에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