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연재) 윤미현 PD의 영상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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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연재) 윤미현 PD의 영상경제학
누가 효율적인 소유자인가?프로그램의 판권 소유
  • 승인 1999.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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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문화관광부는 국산 만화영화 의무방영비율을 고시하고, 만화영화의 판권을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가 갖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립제작사들도 프로그램의 창구효과에 주목, 지상파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모든 판권을 소유하는 것을 불공정 거래라며, 자신들이 판권을 소유, 적극적으로 창구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연 누가 프로그램 판권소유의 효율적인 적합자인가?
|contsmark1|영상물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두고두고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창구효과는 가격차별화를 통해 시간차를 두고 여러 매체에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인데, 이 역시 영상물이 공공재라는 속성 때문에 가능하다.영상물의 경우 창구는 자국시장에서 극장(theater)→페이퍼뷰(pay per view)↔비디오(home video)→페이tv(pay tv)→방송사(broadcast networks)→독립방송사(independent stations)→케이블(basic cable) 순서로 흐르며 똑같은 창구가 해외시장에서도 형성된다.그러나 이렇게 프로그램의 창구효과를 강조하고 나아가 영상물을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또 다른 면, 즉 ‘위험상품’이라는 속성을 간과하는 것이다.미국의 fcc는 1970년에 재정적 이해에 관한 법률(financial interest and syndication rule, 이하 fin-syn rule)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인 네트워크들은 프로그램의 본방, 재방권만을 갖고 기타 제반권리는 프로그램 제작사가 갖도록 규정했는데, ‘fin-syn rule’은 프로그램 제작사가 판권을 가질 경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를 잘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fin-syn rule’은 당초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만 살찌우고 오히려 영세 프로덕션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게되고 결국 1995년 11월 폐지된다.
|contsmark2|프로그램은 속성상 방송되기 전까지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위험 상품이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누가 나누어 가질 것인지’가 바로 프로그램의 판권 계약이다. 만일 지상파 방송사가 모든 권리를 갖고 제작비에 얼마의 이윤을 프로그램 제작사에게 지불한다면, 이때 모든 실패의 위험은 방송사가 지게된다. 그런데 미국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본방, 재방권만 갖고 나머지 권리를 프로그램 제작사가 소유하게 되면 실패의 위험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프로덕션으로 이전된다. 프로그램 제작사들은 지상파 방송사에 손해를 보고 프로그램을 파는데, 이는 다음 창구들에서 얻게될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보고 적자 상태에서 제작을 하는 것이다.그런데 미국의 경우, 프라임 타임에 새로 들어간 시리즈물 중 37%만이 다음 시즌까지 살아 남고 프라임 타임 시리즈물 중 약 30%만이 신디케이션(syndication)되어 다음 창구로 가게된다. 즉 프로그램의 70%는 영원히 시장에서 사라지고, 실패한 70%의 프로그램 제작사는 이윤은커녕 제작비조차 건지질 못한다. 특히 프로그램이 단 하나 밖에 없는 영세 프로덕션의 경우, 프로그램의 실패는 곧 제작사를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한다.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분산할 만한 많은 수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위험관리의 가장 효율적인 적합자는 프로그램 수가 가장 많은 방송사이고 그 다음이 메이저 스튜디오이며, 프로그램이 하나밖에 없는 영세 프로덕션은 가장 부적절한 위험관리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 스튜디오는 새로운 시리즈물을 시작할 때 독립제작사보다 네트워크에 싸게 파는데, 바로 위험분산이 상대적으로 쉬워, 위험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contsmark3|창구효과를 즐기려면, 프로그램 수가 많아야 할 뿐 아니라, 자금력이 있어야한다. 미국의 경우, 네트워크에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그 다음 단계인 독립방송국에 방송이 되려면 약 4~5년이 걸리는데 프로그램 제작사는 그 동안 계속 적자상태다. 창구효과는 자금회수 시간 동안의 이자비용, 배급비 부담, 적자를 버틸 수 있는 자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독립방송국 혹은 케이블에 프로그램을 파는 시장(off-network syndication)의 약 70%를 메이저 스튜디오가 점유하고 있는데 바로 자금력과 위험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contsmark4|다매체 다채널화가 진행되면 창구효과는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음반산업 등 프로그램 연관산업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의 부가이익은 더욱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즉 다양한 창구와 연관산업에 대한 미래의 기대이익은 제작비 최적이윤 예산을 증가시키고, 결국 프로그램을 더욱 위험상품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국내시장의 경우 지상파의 다음 창구로는 케이블 뿐이다. 그리고 해외 창구도 한국어 시장의 영세성 때문에 재정수입의 50%를 해외에서 얻는 미국 프로그램에 비해 프로그램 판매시장이 제한되어 있다. 또한 국내의 독립제작사들은 대개 프로그램이 하나뿐이고, 규모가 영세하여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비를 한 달 뒤에 지불해도 자금이 없어 쩔쩔매는 실정이다. 이러한 규모로 프로그램의 판권을 소유하고 창구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판권 소유를 통해 창구효과를 즐기려면 자본력이 있고 위험을 분산할 만큼 프로덕션의 규모가 커야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여전히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판권 소유자는 지상파 방송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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