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캉첸중가 생방송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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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캉첸중가 생방송의 전말
위험한 실험 정신인가 나태한 안전 불감증인가
  • 승인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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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가 공식적으로 캉첸중가 봉 등정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은 지난 6월 초였다. sbs가 내년 5월 경 히말라야 등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도 기획을 서두르게 된 배경이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쟁사에서는 다큐멘터리 방식인데 반해 kbs측은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과감히 위성 생중계 방식을 택했다. 정상 공격의 날짜도 당초 2000년을 100일 앞둔 9월 23일로 결정해 기획의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 그러나 9월 14일, 뜻하지 않게 현명근 기자와 한도규 대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 주춤하다가 정상 정복을 10월 3일 개천절로 다시금 못박고 분투했지만 잇따른 기상 악화로 결국 등반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것이 전부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기후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다. 계획부터 무리하게 추진되었다는 것이 사내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contsmark1|준비없는 도전의 결말지난 80년대, 등반 생중계를 위해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등반대를 꾸려 준비 기간만 1년 여를 가지는 등 체계적인 과정을 밟았던 일본 ntv의 성공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bs는 준비보다는 현대 문명의 발달, 그리고 ‘운’을 믿었던 모양이다. kbs는 sng 등 기술의 발달에 따른 장비 축소, 현대화 등으로 인해 예산면에서는 일본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12억에 ‘불과’한 돈을 투자했지만 결국 장기적 안목으로 기획하는 노하우는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 kbs는 8천 미터이상의 세계 최고봉 14좌 중에서 12좌를 정복한 대한산악연맹의 엄홍길 등반대장의 13좌 캉첸중가 등반을 생중계하고, 내년엔 8월 15일을 즈음해 예정된 k2 등반을 생중계 할 계획이었다. 이번 등반은 등반대의 계획에 따라 등반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측 등반로 대신 성공률 30%대의 북릉면 등반로를 택했다. 상대적으로 오르기 쉬운 산이나 쉬운 등반로를 선택하지 않고 굳이 어려운 등반로를 택한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생중계 성공이 목적이었다면 좀더 ‘쉬운’ 곳을 갔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장윤택 방송단장(tv1국장)은 “생중계 성공이 목적이었다면 캉첸중가를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 k2 등반을 염두에 둔 실험적 의미도 있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또 캉첸중가는 등반 전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형적 조건도 고려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방송단이 정상에 오르지 않고 등반대의 등반 모습을 그대로 담기만 한다 하더라도 ‘좀더 어려운 등반’에 가치를 두는 등반대와 방송 생중계는 맞물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무산소 등반과 함께 기후 탓으로 개척은 못했지만 ‘신 코리안 루트’라고 불릴 새로운 등반로 개척이 목표였던 등반대와 방송단의 ‘만남’은 애초부터 역부족이었음을 전문 산악인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contsmark2|방송단원들, “후유증이 두렵다”일반인도 고산 적응 기간만 충분히 둔다면 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방송단이 준비할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해야 한달 반 가량. 더구나 등반대 중 등반 경험자는 이은수 pd와 이거종 카메라맨 등 2~3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현 기자의 사망 사고와 이후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짐 수송을 위해 고용했던 ‘셀파’들도 다 도망가고 의사도 미리 하산해버린 상황에서도 kbs는 “상황 판단은 현지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한계에 다다른 현지 방송단은 10월 11일 본사에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회의 결과를 팩스밀리로 보내고 철수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방송 대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져버리기 힘든 고민과 위험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한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한다. 한 방송 단원은 지난 25일 밤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과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모든 대원이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네팔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27일 오후 3시경 방송단이 도착하는 시간, 공항에는 우리가 눈여겨 보아주어여 할 사람이 힘겨운 몸을 지탱하며 나와 주었다. 고 현명근 기자의 미망인인 조은주 씨다. 그녀는 “너무 힘들어 내년에는 가지 않겠다는 게 남편의 마지막 통화였다”고 전하며 아직 슬픔에서 채 벗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그래도 남편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그 사실만이라도 꼭 알고 싶어서 공항에 나왔다”고 나즉이 말을 건넸다. 내달 초 첫 아기 출산을 기다리고 있어 조씨를 보는 이들의 가슴은 더욱 아리기만 했을 것이다.
|contsmark3|이대연 기자|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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