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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

|contsmark0|등산 전문가도 3주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고소 생활을 40여일 넘게 하면서 호흡 곤란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방송대원들. 그들이 지난 10월 11일 자신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적힌 팩스를 보내왔다. 그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사는 고산 증세를 견디지 못해 철수했고, 이미 동료 둘을 잃은 데가가 셀파도 달아나고 없는 상태였다. 지옥 같은 악천후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들의 메시지를 읽어보자.
|contsmark1|1999년 10월 11일 월요일 방송단 전체회의 내용 요약 (발표자 이름은 생략함)안건 : 원정대가 기상 조건으로 인해 4캠프에서 2캠프로 철수함에 따른 방송단의 개인 의견 수렴
|contsmark2|“개개인 모두는 지금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건강 상태가 심리적으로나 모두 귀국만을 생각하고 있다. 해발 5000미터 이상에서의 2달간의 생활이 어떤 후유증을 남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방송 연기가 지금 몇 번짼가? 한계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자. 원정대에서 나온 의견처럼 최소한의 촬영 인원만을 남기고 철수하자.”
|contsmark3|“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호흡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솔직히 더 버티기 힘들다. 개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contsmark4|“건강에 문제가 있나. 그러나 지금 내려가는 것은 이제까지 버틴 것이 억울하다. 원정대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고 한번만 더 기다려 보자.”
|contsmark5|“원정대의 불확실함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다. 인내할 만큼 인내했다.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다. 호흡 곤란으로 몇 번씩이나 깨어 겨우 숨을 고르며 버티고 있다. 더 이상은 못 버틴다.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
|contsmark6|“지금까지 할만큼 했다. 등정 연기가 몇 번째인가. 방송은 이만큼 해온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건강을 희생하면서 더 이상 버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이제 하산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산하자.”
|contsmark7|“5000미터 이상의 고소에서 2달이 되어간다.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른다. 식량도 떨어져 간다. 날짜를 정해야 한다. 그 이후엔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
|contsmark8|“의학적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지역에 있다. 건강상의 문제를 누가 보상을 하겠는가? 원정대가 앞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기상 조건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 버틴다는 것은 무모하지 않나? 철수해야 한다.”
|contsmark9|“힘들지만 한번만 더 기다려 보자.”
|contsmark10|“원정대를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시한을 정해서 한번 정도 기다려 볼 수는 있다.”
|contsmark11|“처음에는 원정대를 신뢰했으나 계속된 실수로 이제 능력을 믿을 수 없다. 원정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만 있을 수 없다. 원정대에게 확고한 계획을 약속 받고 회사에서도 어떤 보장을 받지 않는한 더 이상 버틴다는 것은 무리다.”
|contsmark12|“성공 가능성은 적어졌다. 앞으로 날씨 또한 예측할 수 없다. 방송단은 지금 한계 상황에 와 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쉽다. 5일 이내에 한시적으로 시간을 못박고 기다려 보자.”
|contsmark13|“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contsmark14|“등반 대원도 폐수종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겼다. 방송 요원도 심하게 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봐서 조심해야 될 경계선에 온 것 같다. 지금 베이스 캠프에는 의사도 고산증세로 모두 철수한 상태다. 방송단의 건강을 누가 담보하겠는가?”
|contsmark15|“회사가 너무 무관심하다. 사장이나 집행간부 중 누구도 격려의 메시지조차 그 동안 한번도 보내지 않았다. 회사는 결과만을 강요하고 과정에서 사람이 어떤 고생을 하거나 희생을 당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히말라야 오지에서 사선을 넘으면서 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서 우리 살 길은 우리가 스스로 찾자. 이제 그만 하산 하자.”|contsmark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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