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화 하는 TV, 인터넷 광고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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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화 하는 TV, 인터넷 광고를 잡아라
  • 샌프란시스코 = 이헌율 통신원
  • 승인 2007.12.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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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미상을 선정?시상하는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 Foundation)에서는 매년 미국에서 방송을 공부하는 교수들을 초대해 방송 제작 현장을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주관한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07 Faculty Seminar’에 참석한 이헌율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의 세미나 참관기를 4회 연속으로 싣는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미국 작가들의 막강한 힘
2.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그램 제작
3. 시청률, 돈, 그리고 편성
4. 뉴미디어와 새로운 유통망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미국의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를 동영상으로 올려 화제가 됐다. 그 정치적 의미야 어찌됐든, 이런 현상은 미디어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가 ‘새로운 유통 형태’의 물고를 트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에미 연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거론됐던 것이 바로 이 유통을 어떻게 따라 잡는가 하는 것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미국에선 HBO가 시작되던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으니 뭐 그리 새로울 것이 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뉴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미디어 기업들이 이 뉴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 패러다임을 바꿔 수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텔레비전 산업에서 새로운 유통 경로는 작게는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판매수단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소스가 다양해졌다. 이번 세미나에 온 교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학생들이 할리우드에서 일자리를 찾나, 아니면 어떻게 에이전트들의 시선을 끌어서 계약을 할 수 있나 하는 것이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무엇이든지 만들어서 유튜브와 같은 영상물 사이트에 올려서 인기를 끌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에이전트나 프로덕션 회사에서 접촉할 거라는 얘기다.

얼마 전에 있었던 애플사의 아이팟(iPOD) 광고 제작이 좋은 예다. 영국에 살던 한 대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브라질 음악에다 아이팟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이 30초짜리 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자 애플사에서는 이 학생을 직접 할리우드로 데리고 와 자사의 광고를 만들게 했다. 기존에는 뉴욕이나 할리우드에 와서 직접 에이전시나 제작자들과 접촉할 수 있어야 방송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그 공간제약을 풀어버린 것이다.

오히려 이것이 더 좋은 것은 예전에는 파일럿이나 시안을 테이프나 DVD형태로 받았지만, 사실 누가 그걸 시간을 내서 보냐는 것이다. 인터넷 링크는 사람들이 한 번의 클릭으로 편리하게 영상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런 사소한 진입장벽을 제거한 것이다. 

이제는 미국에서 아예 이런 것을 목표로 제작하는 쪽도 늘어나고 있다. 좋은 예가 2006년 후반에 인터넷을 달구었던 ‘론리걸(lonelygirl)15’다. ‘론리걸(lonelygirl)15’는 비디오 블로그 형태로 매일 올라오는 일기로 인터넷의 시선을 모았고, 미국 네트워크 뉴스에서도 방송될 정도로 중요한 문화적 현상이 됐다.  

이 비디오 블로그가 픽션이고 제작됐다는 것이 알려진 뒤에도 인터넷에서의 인기는 여전해서 이 프로덕션 팀은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와 계약을 체결해 이곳에만 비디오를 올리기로 했다. 또 주인공은 지상파 방송사 ABC의 한 프로그램에 캐스팅 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얼짱’ 붐이 새로운 세대의 연예인들을 탄생시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것을 좀 더 제도화한 것이 올해 에미상을 탄 커런트TV다. 이번 세미나에 초청된 패널들도 커런트 TV의 실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커런트TV가 아주 미미하게 존재하는 인터넷과 일반 방송을 제작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부수적인 것이라 완성품의 재 ‘전시’ 역할을 주로 했다. 하지만 커런트TV는 이 양쪽 측면의 보다 강한 결합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제작해서 올리는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검증하고, 그것을 방송하는 방식은 인터넷을 방송제작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하드웨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나온 카메라들 중에서는 아예 유튜브용으로 비디오를 찍어서 바로 올릴 수 있게 연계시키고 있다. 또 텔레비전 모니터나 티보(TiVo) 같은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DVR)의 경우에도 바로 이런 인터넷 사이트의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TV를 통해 다음이나 네이버의 동영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엔 기존의 지상파나 케이블TV가 갖는 시간을 빼앗기는 결과를 낳는다. 이제 경쟁은 텔레비전 방송사 사이에서가 아니라, 기존의 방송물과 인터넷 영상물간의 경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최근의 변화는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들이 생긴 지가 겨우 2년이 넘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랍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서 올해에는 음반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음악들을 이들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음반사들이 이들 사이트들에 소송을 하는 식으로 사용을 막았겠지만, 이제는 일정 광고수익을 받는 대신에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새롭게 이용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 네트워크들은 아직도 이들 사이트들이 자신들의 비디오 콘텐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음반사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음악 파일은 크기가 작아서 일찍이 불법사용에 피해자가 되어왔고, 그래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이제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으로 본다면, 방송계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 예가 ABC와 NBC가 자사의 콘텐츠를 자사의 사이트를 통해 직접 공급하기로 하고, 광고 수익을 기대하기로 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게다가 폭스(FOX)와 NBC는 아예 훌루닷컴(hulu.com)이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어서 양사의 콘텐츠를 통합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유튜브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전에는 통제를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를 모델로 하고 있었다면, 이 사이트에서는 오히려 동영상의 공유를 조장함으로써 무료 이용에 광고 수익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은 새로운 미디어가 생길 때마다 도전을 받아왔다. 인터넷이 기존의 도전과 다른 점은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보내는 시간을 놓고 인터넷과 직접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청소년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줄고 있는 대신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텔레비전 산업의 조종(弔鐘)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 텔레비전 산업은 인터넷을 거부하던 입장에서 탈피해 이제는 인터넷으로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샌프란시스코 = 이헌율 통신원 /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no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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