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의 변신은 무죄…연성화 제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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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의 변신은 무죄…연성화 제기 우려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7.12.1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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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 해결하는 프로그램 인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 주권’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방송사들은 ‘소비자 주권’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편성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지난해 9월부터 방송되는 MBC 〈불만제로〉, 지난 10월 종영된 SBS 〈사기예방프로젝트 트릭〉 등이 모두 생활 속의 소비자 문제를 취재, ‘해결사’로 나섰다.

성과는 눈부셨다. KBS 〈소비자고발〉은 농약 들어간 녹차, 중금속 황토팩, GMO성분이 검출된 유기농 분야까지 사회 경종을 울렸다.

MBC 〈불만제로〉는 “귀뚜라미보일러 제품 ‘출광21’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내보내 귀뚜라미보일러 측으로부터 ‘리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SBS 〈트릭〉은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기 사건을 파헤쳐 소비자들에게 사기 행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이 외에도 범인을 공개 수배하는 KBS〈특명공개수배〉는 그 동안 방송된 60명 수배자 가운데 19명 검거, 8명 자수라는 성과를 올려 45%의 검거율을 기록했다.

고품질 다큐멘터리, KBS ‘차마고도’와 MBC ‘황하’ 

전문 다큐멘터리 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다큐멘터리는 시청률에서도 투자 대비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KBS 〈차마고도〉(6부작)와 MBC 〈황하〉(10부작)의 제작은 그 한계를 극복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두 다큐멘터리는 한 번도 제대로 촬영된 적이 없는 ‘미지’를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HD카메라로 촬영했다. 음향도 5.1채널을 차용해 ‘고품질’을 지향했다.

KBS 〈차마고도〉는 중국 서남부 운남, 사천에서 인도까지 5000여 ㎞에 이르는 ‘차마고도’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로 편당 2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됐다. 〈차마고도〉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NHK, 스페인 모션픽쳐스, 카타르 알자지라 등에 선 판매되기도 했다.

MBC 〈황하〉는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5464km에 이르는 황하 전역의 중국 문명의 근원, 소수민족의 문화, 황하의 물결 등을 담았다. 국내 최초로 진시황의 지하군대 병마용의 모습을 촬영했다. 1년 반의 제작기간과 15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됐다.

하지만 〈황하〉는 토, 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집중 편성돼 좀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시사고발 프로그램’

사회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한 아이템들도 눈에 띄었다. 이강택 PD가 제작한 KBS〈환경스페셜〉‘위험한 연금술, 유전자조작식품’은 GMO의 위험성을 알리고 한미FTA 협정에서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의 위생검역 절차의 구멍이 뚫렸음을 경고했다.  

IMF 10주년을 맞아 잊혀진 IMF 사태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방영됐다. 〈MBC 스페셜〉 ‘IMF 위기 10년 특집-그 배는 어디로 갔나’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양한 각도로 IMF 사태를 되돌아 봤다. MBC 〈W〉는 국제 시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분쟁전문 프리랜서 김영미 PD는 소말리아 현지 취재를 통해 해적에게 납치된 동원호 선원들의 당시 근황과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고발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이후 동원호 선원들은 전원 석방 됐다. 그러나 김 PD의 취재요구를 거부한 외교통상부는 방송 이후 반론 보도를 통해 측에 소송을 제기해 외통부의 이중 플레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양한 시도 돋보여

3일 동안 일어난 일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3일〉은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담을 수 없는 현장감 넘치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해줬다.  〈다큐멘터리 3일〉은 ‘여수EXPO 유치 72시간’ ‘종로 포장마차 골몰의 민심’ ‘부부관계 회복 캠프 72시간’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다. 이를 위해 테이프리스 카메라와  매킨토시 노트북으로 NLE 편집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KBS〈한국사 傳〉과  SBS 〈심리극장 천인야화〉 등도 눈에 띈다. KBS〈한국사 傳〉은 역사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을 재연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한국사 傳〉은 ‘덕혜옹주’, ‘조선의 무희 리진’ 등을 다뤄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SBS 〈심리극장 천인야화〉는 보이지 않는 ‘심리’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드라마’와 ‘토크’의 형식을 빌렸다. 극적 이야기 구성을 위해 드라마 작가를 투입하기도 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은 다양해졌지만 이로 인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연성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KBS 스페셜〉, 〈추적 60분〉, 〈SBS스페셜〉, 〈그것이 알고 싶다〉, 〈MBC스페셜〉 등이 생활 밀착형 주제들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진행자로 데뷔한 스타 PD들

올 한해는 프로그램 연출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로 데뷔한 PD들이 유난히 많았였다. KBS는 봄 개편을 통해 선보인 〈단박인터뷰〉,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을 신설하고 각각 김영선 PD와 이영돈 PD를 진행자로 내세웠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6월부터 다큐멘터리〈유교〉를 연출한 한창록 PD가 진행자로 나섰다.

김영선 PD와 한창록 PD는 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이다. 〈추적 60분〉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이영돈 PD는 프로그램명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 ‘브랜드화’했다.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은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PD들이 직접 등장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추적60분〉〈PD수첩〉에만 등장했던 PD들의 진행 영역이 더욱 넓어지게 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이영돈 PD는 “PD들이 전문성과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더 많은 PD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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