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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여러 매체에서는 새 정부의 방송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하며 주요 기구의 수장 교체 가능성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방송의 최고 정책규제기구인 방송위원회 위원들과 공영방송 KBS와 MBC의 사장이지요.

20일 조선일보는 "방송위가 처음 출범한 1981년 이후 방송위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부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송위원뿐 아니라 방송계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현 정부가 들어설 당시 김중배 MBC 사장은 임기가 2년 남은 상태였지만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방송위원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방송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선임한다. 여야가 추천한 인사 6명도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래서 국민이 뽑은 새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새로 임명하도록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날 문화일보도 "지금까지 방송위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새로 임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관례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튿날 중앙일보는 "방송계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편파 방송' 논란이 컸던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문순 MBC 사장의 경우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며, 정연주 KBS 사장은 2009년 11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그러나 KBS 사장이 정권과 명운을 같이 했던 전례에 비출 때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도 투표일 하루 전인 18일자에서 "2002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때 김대중 정부가 임명했던 KBS, MBC 사장을 임기 만료 전 교체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유사한 양상이 빚어질 것으로 방송계는 보고 있다"면서도 방송위에 대해서는 "방송위원들의 임기는 2009년 6월 끝난다. 임기를 무시할 경우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어 새 정부도 입김을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요.

지난번 인사가 정파적으로 이뤄진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고 과거 사례와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더욱이 이들 매체가 모두 노무현 정부의 방송 관련 인사에 거세게 반대해온 보수신문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들 주장을 곰곰 따져 보면 일부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 동아일보 12월18일자

우선 방송위원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과연 관례가 맞는지 더듬어 봅시다. 방송위 출범 이후 처음 정권이 교체된 것은 6공화국 탄생인 198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당시 고병익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당시 한림대 사학과 교수)을 비롯한 방송위원들은 즉각 사표를 내지 않았습니다.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새로 제정된 방송법에 따라 5월 말이 돼서야 입법, 사법, 행정부 추천을 거쳐 새 방송위원이 임명되지요. 새 위원들은 그해 7월 말이 돼서야 임명됐고 위원장으로 강원용 목사(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가 선출됐습니다. 

1993년 2월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고병익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8명의 방송위원들은 모두 4월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임기는 그해 12월 4일까지였지요. 그런데 평화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던 이상신 위원(고려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여러 경로를 통한 권유와 종용에도 불구하고 사표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싶었는데도 6월 9일 김창열 위원장(전 한국일보 사장)을 비롯한 8명만 임명할 수밖에 없었지요.

5년 뒤인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1명을 빼고 8명을 물갈이한 전례가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인 1999년 3월에 원우현 위원(고려대 신방과 교수)이 사퇴하고 8월에 김창열 위원장과 권성 방송위원(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사퇴해 9월 보궐위원 3명을 임명했지만, 이들의 사퇴는 건강 문제나 청주지방법원장으로 부임한 것 등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김창열 위원장은 93년 6월부터 6년 2개월간, 권성 위원은 94년 4월부터 5년 4개월간 '장수'를 누렸지요.

오히려 당시 보도를 보면 "김창열 위원장은 2000년 1월 17일까지 임기 3년의 방송위원장을 보장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국민의 정부는 보궐위원 3명만 추가로 임명한 뒤 나머지 위원의 임기를 보장했지요. 99년 9월 새 위원장에는 김정기 한국외대 신방과 교수가 선임됐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위원장을 김대중 대통령이 1년 반 이상 함께 끌고 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이들의 사퇴를 종용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심의기능에만 머물렀던 방송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정부의 인허가 기능과 정책 기능 등을 아우르고 종합유선방송위원회를 흡수해 통합방송위원회를 만들자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여당인 민주당이 이상신 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를 반박했던 평민당의 후신인 터에 태도를 뒤집는다는 것도 낯간지러웠고,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대통령이 됐는데 국회와 대법원 등의 추천으로 임명된 방송위원들을 한꺼번에 물갈이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런데 일부 위원의 사퇴로 통합방송위 출범 때까지 다 함께 가지는 못했고 보궐 선임된 김정기 위원장과 조강환 부위원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통합방송위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 5년이 흘러 참여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때는 다행스럽게도 방송위원들의 임기가 새 정부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사퇴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여야간 추천 몫을 두고 밀고당기기를 오래하는 바람에 5월로 2기 방송위 출범이 석 달가량 늦춰졌을 뿐이지요.

돌이켜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위원들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관례가 언제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93년에 비슷한 관례가 있다는 건데 그걸 지금 상황에 갖다붙이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방송통신융합기구의 출범을 눈앞에 둔 만큼 국민의 정부 출범 때의 관례를 따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88년 사례도 보기에 따라서는 사퇴 관례를 따른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법 체제 출범에 의한 개편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2000년 통합방송위 출범 이전에는 단순한 심의기구에 불과했기 때문에 방송위가 덜 중요했겠지요. 지금은 인허가권과 방송정책권은 물론 공영방송 수장 선임권을 지닌 KBS 이사 추천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 EBS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새 대통령과 방송 철학 등이 맞아야 원활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현 방송위원회 구성은 예전보다 더욱 정파적으로 이뤄져 한나라당으로 볼 때 6대 3으로 크게 불리하지요.

보수 진영에서 볼 때는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관례를 앞세워 사퇴가 대세인 것처럼 논리를 전개한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관례 얘기를 꺼낸다면 "방송통신융합기구가 곧 출범할 테니 교체를 미루는 게 맞다"는 역공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하나 중요한 점을 동아일보가 지적했습니다. "임기를 무시할 경우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부분이지요. 한국일보는 24일자에서 "방송위원들은 방송의 독립성 때문에 임기를 무시할 수 없지만 방송통신융합기구법에 의해 위원들의 선임방식과 위원의 수가 변할 경우 임기 만료 전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적었지요. 이를 뒤집어 말하면 통합기구 출범 이전의 교체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자칫하면 '코드 방송'과 '언론 탄압'을 소리높여 외쳐온 보수 신문들이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이와 달리 KBS와 MBC 사장의 경우 사퇴가 관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방송위원회와 달리 이 대목에 대해서는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도 조선ㆍ문화와 똑같은 논조를 전개했습니다.

88년 2월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자 정구호 KBS 사장이 사표를 내고 서영훈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90년에 임명된 후임 서기원 사장도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사의를 표명해 홍두표 사장이 임명됐지요. 그는 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박권상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고, 박 사장 역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서동구 사장이 임명됐다가 8일 만에 물러나고 정연주 씨가 지금까지 수장을 맡고 있지요.

MBC의 경우 1988년 노태우 정부 출범과 함께 황선필 사장이 물러나고 김영수 사장이 취임했다가 이듬해 최창봉 사장에게 넘겨줍니다.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에는 강성구 씨가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후임 이득렬 사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듬해까지 사장을 맡습니다. 노성대 사장은 99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재직하다가 물러나고 2001년 2월에는 김중배 사장 체제가 출범합니다. 그는 2002년 2월 3년 임기의 사장으로 연임됐으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긍희 후임 사장이 김중배 사장의 남은 임기 2년을 채운 뒤 2005년 2월 최문순 사장이 취임했지요.

이득렬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스스로 물러났으니 관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방송위와 MBC의 사례로만 따지만 5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가 방송의 독립성을 가장 인정해준 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보수 신문들의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와 함께 공영방송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이 관례이고 현 정연주 사장과 최문순 사장이 정권과 코드를 맞춰 편파방송을 일삼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방송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도와줘야 할 신문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사장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나서고 있으니 아이로니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되는 사장 역시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이럴 바에야 방송위원이나 KBS, MBC 사장을 모두 대통령 임기에 맞추는 게 낫겠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 쓸데없는 논란이나 소모전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FCC나 BBC와 같은 기구를 영원히 갖지 못하게 될 겁니다.

방송계 수장 물갈이가 쉽지 않은 까닭

이명박 후보 진영은 대선 공약집에서 언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당선자 진영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짜놓은 방송계 주요 기관의 인물을 그대로 안고 가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없을 겁니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KBS와 MBC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고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태세지요.

벌써부터 양 방송사 수장으로 누구누구가 물망에 오른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동아일보는 KBS 차기 사장에 KBS 임원 출신 K씨, A씨, H씨와 KBS 전 이사인 K씨, 그리고 MBC 사장에는 엄기영 앵커와 지방MBC K사장, 모 방송위원 등이 거명된다고 보도했지요. 빅뉴스란 인터넷 매체의 고정 칼럼니스트 공희준 씨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박찬숙 의원을 각각 KBS와 MBC 사장 하마평에 올려놓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물갈이를 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정연주 KBS 사장은 2009년 11월까지 임기를 채울 생각이고 최문순 MBC 사장은 연임을 위해 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요.

설사 KBS와 MBC 사장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물러나는 게 관례이고 국민적 요구여서 사퇴한다 해도 문제는 이들을 뽑는 KBS 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교체하지 않으면 새 정부의 코드에 맞는 인물로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의 임기는 2009년 8월까지입니다. 또 만일 이들에게 사표를 받아낸다 해도 방송위원들을 바꾸지 않는 한 입맛대로 물갈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방송위원들의 임기는 2009년 7월까지지요. 일각에서는 국회의 여야 교섭단체 추천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받은 3명은 일단 사표를 낸 뒤 새 대통령에게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방송위 주변에서는 조창현 위원장은 물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지만 최민희 부위원장과 마권수 상임위원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답니다. 특히 최 부위원장은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는 미확인 소문도 흘러다닌다네요.

관측과 소문대로라면 조 위원장이 사퇴한 뒤 새 대통령이 보궐위원을 임명한다 해도 위원장 선임은 호선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의 여야 구도가 6대 3에서 5대 4로 바뀌는 것에 그쳐 한나라당 쪽 인사가 위원장이 되기 어렵습니다.

방송위원들이 됐든 KBS와 MBC 사장이 됐든 정책적 혼란과 방만한 경영, 편파 방송 등을 부각한 뒤 보수단체를 앞세우고 보수언론의 지원을 받아 사표를 내도록 압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각각 신분과 대우 보장,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도입 등을 카드로 활용하며 구성원 사이에서 사장 퇴진론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있겠지요. 예전의 정부처럼 개인비리를 조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유와 압력을 병행하고 싶다는 유혹도 고개를 들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다면 예전의 방송계 인사 파동 못지않은 큰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이를 피하려면 방송통신융합기구를 빨리 출범시켜 새 판을 짜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 역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이 힘을 합친다면 현 의석 비율에서는 법 통과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또 이 문제가 먼저 이슈화되면 방통융합기구 설치법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을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한나라당이 구상하고 있는 21세기 미디어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까지 주요 인사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요.

뒤늦은 문화부의 아리랑TV 처방, 약발 받을까

방송위원회의 공익채널 지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고사 위기에 놓인 아리랑TV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섰습니다. 문화관광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내년에 아리랑TV가 위상을 높이고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입법으로 '국제방송교류재단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리랑TV는 1996년 공보처(나중에는 문화관광부로 이관)가 설립한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는 영어전문방송으로 법적 설립 근거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는 민법 32조(비영리법인의 성립과 허가)에 불과합니다.

문화부는 1조와 2조에 국제교류재단 육성을 통한 사업 목표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3조에 국고, 관광진흥개발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방송발전기금 등의 지원 근거를 명시하는 한편 8조에 방송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지원협의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방송교류재단법안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공공채널이나 공익채널 재지정, 또는 종합편성채널 승인 등을 추진하고 현재 한국언론재단이 대행하고 있는 정부 및 지자체의 광고 가운데 해외광고 대행 업무를 국제방송교류재단으로 이관하기로 했답니다. 아울러 현재 제주로 국한된 아리랑국제방송의 FM라디오 방송권역을 201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문화부가 주관하는 다양한 국내외 영상홍보사업과 아리랑국제방송 간의 연계를 확대, 2009년 이후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지원 효과가 나도록 할 계획이랍니다. 이밖에 ▲다문화 시대 기획 프로젝트 강화 ▲콘텐츠 제작역량 제고를 위한 시스템 개선 및 HD장비 구축 ▲해외채널의 마케팅 활성화 ▲채널명 교체 등 브랜드 강화 ▲우수 인력 확보 ▲기금을 활용한 수익사업 전개 등도 계획에 포함돼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문화부가 아리랑TV 살리기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공익채널에서 빠지는 바람에 수신가구가 1,000만에서 200만으로 줄어들어 재정 여건이 취약해진 것은 물론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한국 방문 관광객이 접할 기회가 대폭 줄어들었거든요.

그러나 몇 가지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습니다. 문화부는 인천 송도나 마산, 광양 등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 거주 또는 방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파수를 확보해 FM방송 권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살거나 찾는 서울과 인천은 여유 주파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전문 지상파라디오 채널을 허가추천할 때도 정보통신부가 난색을 표명했고, 장애인단체가 "AM인 KBS 제3라디오(사랑의 소리방송)에 FM 주파수를 우선 배정한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거세게 항의했지요.

정부광고업무지침을 개정해 한국언론재단이 대행하던 정부 및 지자체 해외광고를 아리랑TV로 이관하는 것도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다행히 같은 문화관광부 소관인 한국언론재단은 노골적으로 반발하지는 않더군요). 해외광고 대행 수수료를 10%로 보면 연간 600억 원의 10%인 6억 원 수준인데 비용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지요.

SBS 지주회사제, 2단계 관문 통과

방송위가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주회사제 도입을 위해 SBS의 법인을 방송사업부문(SBS)과 투자사업부문(SBS홀딩스)으로 분할하는 신청에 대해 조건부 변경허가 추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9월 11일 신청한 지 석 달 열흘 만이고 SBS가 본격 추진을 시작한 지 2년 만입니다.

SBS가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끝내려면 추후에 정보통신부로부터 분할 관련 변경허가를 받은 후 방송위로부터 SBS의 최대주주를 태영에서 가칭 SBS홀딩스로 변경하는 데 대한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방송법상 방송사업자 법인의 합병이나 분할은 방송위 허가추천을 거쳐 정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고 최다액출자자 변경은 방송위 승인 사항이지요.

회사 분할작업이 모두 끝나면 SBS의 대주주가 태영에서 SBS홀딩스로 바뀌게 됩니다. 또한 SBS의 자회사 가운데 SBS뉴스텍과 SBS아트텍을 제외하고 SBSi, SBS골프채널, SBS스포츠채널, SBS드라마플러스, SBS프로덕션, SBS인터내셔널은 SBS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되지요.

당초 방송계에서는 세습 논란이 있고 SBS홀딩스에 태영의 지배력이 커지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경영을 투명화하기 위해 노조와 시민단체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외자 침투를 막을 장치가 부족하고 SBS 자회사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우려도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지요.

이에 따라 방송위는 방송법상 지주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이 정비될 때까지 SBS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이 외국인에게 지분을 팔지 않도록 하는 조건 등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SBS 말고도 지주회사 전환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제에 방송법을 정비하기로 했는데, 외국인 출자 및 출연 금지 대상에 지상파방송사업자와 함께 '지상파방송사업자를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를 추가하고,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심사할 때 최다액출자자는 물론 그의 모회사나 조(祖)회사까지 동일하게 심사대상에 넣도록 할 방침이랍니다.

방송위 관계자는 일단 법인 분할의 방송법 부합 여부, 재정적 안정성 및 경영 투명성 등에 대한 변경사항 발생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며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때 법령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가능성과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을 꼼꼼히 따져볼 예정이랍니다.

추억의 미군방송, 케이블TV에선 아듀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영어에 익숙지 않아도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AFN-K로 명칭 변경)을 자주 접하셨을 겁니다. 몇 개 안되는 지상파 채널로 방송된 데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았거든요. '솔트레인' 등 쇼프로그램을 비롯해 프로야구와 미식축구 중계, 영화와 TV 시리즈 등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방송 통제가 심할 때는 이를 통해 미국 3대 TV네트워크의 뉴스를 듣고 국내의 정정을 파악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미군방송은 KBS보다 4년 앞선 1957년부터 정규 TV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컬러화도 먼저 이뤄져 80년 컬러TV 도입 이전에도 외제 컬러TV 수상기를 구입한 가정은 AFKN으로 컬러 화면을 먼저 즐기기도 했지요. 당시 AFKN을 즐겨본다고 말하는 것은 요즘 CNN이나 BBC 뉴스를 즐겨 듣는다는 것처럼 지성인의 과시 수단이 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문화에 빠진 사대주의자로 낙인찍힐 위험도 있었지요.

서울 2번 등 VHF(초단파) 채널로 방송되던 AFN-K는 96년 VHF 채널을 반환하고 UHF(극초단파) 34번으로 바뀌었지요(지역에 따라 먼저 전환하거나 늦게 전환한 곳도 있음). 현재는 서울을 비롯해 의정부(58번), 문산(49번), 파주(19번), 동두천(49번), 오산(49번), 평택(58번), 원주(58번), 군산(49번), 대구(12번), 왜관(49번) 등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에서 방송되고 있지요.

UHF는 전파 감쇠가 심해 VHF보다 6~10배의 출력이 필요하지요. 대신 채널수는 많이 나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수방송에 적당합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AFN-K의 VHF 채널을 회수한 것을 두고 주권 회복의 일환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SBS 출범으로 일부 지역에서 전파 간섭이 나타난 탓도 있지요.

따라서 UHF 채널로 시청하려면 별도의 옥외 안테나가 필요합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남산타워가 잘 보이는 실내에 안테나를 설치해도 볼 수 있지요. 그래서 대부분 시청자들은 케이블TV를 통해 AFN-K를 즐겨왔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것이 금지된답니다. UHF 전환 때처럼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군 측이 요청했기 때문이라네요.

방송위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AFN-K 재송신을 금지해달라는 주한미군 측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주한미군은 6월 말께 "미국 제작사로부터 제공받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AFN-K를 국내 SO가 재송신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며 SO의 AFN-K 재송신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방송위에 보냈다고 하네요.

그러나 방송위는 SO를 통해 오랫동안 AFN-K를 봐온 시청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재송신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시청자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SO의 경우 채널변경 신고를 마치는 내년 초 이후,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는 내년 6월 말 이후 AFN-K 재송신이 금지됩니다.

방송위가 SO의 AFN-K 재송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현재 전체 106개 SO 가운데 62개 SO(아날로그 상품 36개 SO, 디지털케이블 상품 26개 SO)가 AFN-K을 재송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R0의 경우 올 9월 말 기준으로 134개 업체 중 8개 업체가 AFN-K를 재송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요.

물론 SO나 RO가 콘텐츠 제공 대가를 지불하는 개별 계약을 맺고 재송신하면 되지만 그럴 사업자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쉬운 분들은 UHF용 안테나를 구입해 설치하면 됩니다. 그러나 미군방송 송신소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송신소가 산이나 건물에 가린 지역이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http://blog.yonhapnews.co.kr/hop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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