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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최문순 사장의 임기가 2월 24일 만료됩니다. 권력이 교체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공영 언론사 사장의 첫 인사여서 방송-언론계는 물론 정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MBC의 주식 70%를 갖고 있는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1월 16일 즈음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장 공모 계획을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1월 말까지 공모 추천을 받아 서류 검토를 거쳐 후보자를 압축한 뒤 2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면접을 실시하고 사장을 내정해 2월 22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는 계획을 잠정적으로 잡고 있다고 하네요.

▲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MBC는 그동안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적은 없고 방문진이 직접 사장 후보를 선정해왔습니다. 3년 전 최문순 사장이 뽑힐 때는 온라인으로도 응모를 받았으나 지원자가 난립한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방문이나 우편으로만 신청서를 접수하기로 할 것이라는군요.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는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싶을 겁니다. 앞으로도 문제지만 당장 4월 총선이 코앞에 닥쳐 있지요. 그런데 방문진 이사회는 2006년 8월 구성돼 당시 여권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중립적인 인사도 있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선임된 이사는 9명 중 구월환 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전무와 조정구 전 충주MBC 사장 두 명뿐이지요.

현실적으로 당선인 진영이 방문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여당에 유리한 구도에서도 청와대의 의중과 다르게 사장 선임이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방문진 이사 임기는 2009년 8월까지인데,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이사들에게 물러나라고 권유하거나 압력을 넣을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설혹 누가 중도에 사퇴한다 해도 보궐 이사의 임명권이 방송위원회에 있고, 방송위 구도 역시 6대 3으로 당선인 진영에게 불리하지요.

현재로서는 사장 선임 전에 자진사퇴할 이사는 없어 보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이사가 민주노동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는데, MBC의 만류로 출마 생각을 접었다는 소문도 들리더군요. 선거법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 역시 총선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60일 전인 2월 9일까지 사퇴해야 하지요.

최문순 사장은 연임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없는 만큼 내심 연임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주변에서는 "지난해 경영 성과도 돋보였고 평판도 괜찮은 만큼 재신임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뜻밖에도 노조에서는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과거에 연임 전례가 없고, 연임을 꼭 해야 할 만큼 공적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우니 모양 좋게 물러나기 바란다는 것이지요. 아직 공개적으로 그런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때가 오면 그럴 의향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노조가 최 사장 대신 누굴 민다는 건 아닌 듯합니다. MBC에 유일한 연임 사례가 12년 전 강성구 사장이었는데, 당시 최문순 위원장이 이끄는 노조의 반대로 석 달 만에 물러났으니 묘한 느낌이 드네요.

최 사장과 함께 현재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거나 자천-타천으로 응모할 만하다고 추정되는 인물은 십수 년째 단골 사장 후보로 꼽혀온 엄기영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비롯해 신종인 부사장, 김승한 감사, 구영회 삼척MBC 사장, 김상균 광주MBC 사장, 김재철 울산MBC 사장, 방송위원회 김우룡 위원 등이라고 합니다.

일단은 PD 출신보다는 기자 출신이 유리하다고 봐야겠지요. 역대 MBC 사장은 최창봉ㆍ이긍희 사장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자 출신이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권력 교체기여서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우위에 있는 기자 출신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엄기영ㆍ김승한ㆍ구영회ㆍ김상균 씨는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지냈습니다. 최문순 사장과 김재철 울산MBC 사장도 기자 출신이고 신종인 부사장은 PD 출신입니다. 김우룡 위원은 69년부터 85년까지 MBC에 PD로 몸담았다가 학자로 변신해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로 재직해왔습니다.

KBSㆍSBS 부진 속에 MBC 광고만 성장

지난해 방송광고 실적을 보면 MBC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집계에 따르면 2007년 방송광고 매출은 2006년에 비해 403억 원 늘어난 8,288억 원에 달했습니다. KBS2와 SBS는 각각 725억 원과 320억 원이 줄어든 5,622억 원과 5,063억 원에 그쳤지요.

MBC는 지방계열사를 포함한 것이고 KBS2는 전국방송이며 SBS는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매출을 단순 비교해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습니다. 수도권만 따지면 2006년 SBS가 5,383억 원, 서울MBC가 5,220억 원이던 것이 2007년 서울MBC 5,522억 원, SBS 5,063억 원으로 뒤집어졌습니다(KBS2는 전국이 단일방송이이서 지역별로 집계가 되지 않습니다).

2006년 초 황우석 파동에 따른 광고 매출 감소가 있었기 때문에 반등 효과가 있었다고는 해도 MBC의 성장세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돋보입니다. '주몽'과 '태왕사신기' '거침없이 하이킥' '커피프린스 1호점' '무한도전' 등의 시청률 호조에 힘입은 바 컸지요. 주변에서 최문순 사장이 연임 생각을 품을 만하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지상파방송의 전체 광고매출은 2조 3,9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2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지상파TV의 위세가 옛날 같지 않음이 피부로 느껴지지요. 케이블TV, 위성방송, 위성DMB,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잠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2006년에 월드컵이 있었던 것도 지난해 감소세에 한몫했지요.

그러면 올해는 어떨까요. IPTV가 본격 출범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매체 가운데 지상파방송의 점유율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광고요금이 인상됐고(광고주협회 회원 상당수는 거부하고 있음) 베이징올림픽도 있으므로 전체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처럼 7% 경제성장을 이룬다면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요.

KBS 정연주 사장 "오만한 권력 비판" 선언

KBS 정연주 사장의 신년사가 일부 신문의 주요 지면을 차지하며 사설과 기자칼럼으로까지 언급됐습니다. 논란을 빚은 부분은 "오만한 권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지요.

간부 중심의 KBS 공정방송노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나라당 등은 거센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이들은 "정 사장이 그동안 정권 찬양에 앞장서왔다가 정권이 바뀌니 돌연 권력 비판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 사장의 신년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봅시다. 그는 먼저 올해 KBS 경영 목표가 '공공 가치의 중심 KBS'라고 소개한 뒤 "공영방송의 당당하고 의연한 위상과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지요. 이어진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적인 환경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 본래의 책무와 언론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역사적 사회적 책무가 있습니다. 정치 권력이든 자본 권력이든 언론 권력이든, 혹은 사회적 집단이 집단이기주의를 위해서 자기의 권력 확대를 꾀하건 우리는 그 어떤 권력에 대해서, 특히 오만한 권력에 대해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언론기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무 중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언론기관인 KBS 스스로가 겸허해야 합니다. 우리는 낮은 곳에서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고 가진 것 없는 사람 편에서 오만한 권력,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해서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합니다."

또한 정 사장은 "우리의 정치적 독립성, 정체성, 자율성은 특히 방통 융합 과정에서,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있을지 모르는 방송구조 개편과정에서 그것을 지켜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KBS 노동조합이 본관 앞에 걸어놓은 '쟁취 수신료 현실화, 수호 공영방송' 두 글귀를 출근할 때마다 절실하게 되새기고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해달라고 당부했지요. 자신의 연임을 반대하며 비판 공세를 늦추지 않아온 노조의 구호를 '지금 KBS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행동강령'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정 사장의 발언은 새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 같기도 하고 "공영방송을 흔들지 말라"는 경고 같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그동안 정 사장에 반감을 보여온 사람들은 발끈할 만도 하지요.

반대쪽에서도 정 사장을 썩 두둔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미디어스에 몸담고 있는 신학림 기자는 "정 사장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보면 옳은 얘기고, 틀린 구석이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싸움은 현실인 만큼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KBS와 정 사장은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 사수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더군요. 그는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사장만 내쫓는 데 동의하면 수신료를 인상해주겠다는 카드 아닌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다른 방송사 사장들의 새해 다짐은?

비록 신문에서 부각되거나 논란을 빚지는 않았지만 다른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도 살펴봅시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도 변함없이 방송의 공적 가치를 지켜내는 한편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의 권익에 기여한다는 큰 틀에 입각해 이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하금열 사장은 "SBS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익적 미디어그룹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MBC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진 것을 상기시키며 "강력한 프로그램 경쟁력은 방통융합의 높은 파고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자 생존과 성장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BS 이정식 사장은 "지난해 12월 21일 방송위원회가 '재단법인 기독교방송'을 '재단법인 CBS'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전한 뒤 "성장 가능한 PP의 인수 또는 타 매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MPP체제로 전환시켜 나가는 과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구상을 내비쳤지요.

EBS 구관서 사장은 "공영방송 구조개혁 논의가 더욱 본격화되는 등 우리에게 닥칠 풍파가 아무리 거세더라도 우리는 이를 극복해야 하고 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YTN 표완수 사장은 "미디어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선제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MBC 최문순 사장은 신년사를 내지 않았답니다.

해마다 나오는 신년사지만 때가 때인 만큼 문구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 신년사를 내지 않은 것도 또다른 뜻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희용[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http://blog.yonhapnews.co.kr/hoprave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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