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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야누스의 두 얼굴
  • 승인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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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언론 장악’ 문건과 관련해 작금 벌어지고 있는 권언유착의 추잡한 타락상은 진실 추구와 권력이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 언론계의 자화상이다. 세간의 이야기처럼 언론을 입신양명과 일확천금의 징검다리로 활용한 두 기자의 이야기- 그 문건의 작성자도 현직 기자, 문건의 유출자도 현직 기자-가 우리들 마음을 몹시 씁쓸하게 한다. 한 언론인의 개인 소신?한 기자는 ‘시국 상황을 걱정하던’ 여당 부총재에게 ‘정권을 잘 유지하려면 언론을 장악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하며 기자의 ‘개인적 소신’을 적어 보냈고, 또 한 언론인은 그 문건을 빼내 거액의 돈을 받고 그 고급 정보를 야당 인사에게 그것도 전직 공안기관의 실력자 출신에게 암거래하였다. 다행히 두 기자는 현재 검찰에 조사중이다. 하지만 ‘잘 아는 정치인에게 개인적 소견을 누구와도 상의 없이 피력했을 뿐이었다’ 는 문기자의 진술이나 문건에 대해 ‘문기자와 상의한 적도 없었고 그것을 본 적도 없었다’는 이종찬 부총재 두 사람의 엇갈리는 진술을 납득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제 그 실체적 진실의 확인은 문일현 기자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이번 문건 파동의 경우 다행히 세상에 알려졌기에 망정이지 그 동안 정치와 언론 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거래’ 관계는 지금까지 상당부분 감추어져 왔다. 권력에 대한 원초적 본능으로 혹은 권력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권언유착의 그림자는 언론사 내부에 깊숙이 드리워졌던 것이다. 92년 대선 당시 ‘ys장학생’이나 97년 대선 당시 소위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 문건’등 권언유착의 실례를 익히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사 내부 구조의 모순은 권언유착의 태생적 한계가 되기도 했다. 그 결과 언론의 현실은 오랫동안 편파 왜곡과 권력의 시녀로 자리 매김 될 수밖에 없었다. 신문, 방송 등 현업에서의 그 특권적 지위가 권력의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은 앞으로는 차단되어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의 11%가 기자 출신이란 통계는 그 고리가 얼마다 끈끈해 왔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들 역시 어쩌면 지금의 문기자 이기자와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권력에 줄을 달기 위해서건 아니면 경제적 이득을 누리기 위해서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현직 생활을 한 뒤 국회로, 청와대로 줄줄이 입성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견제와 균형의 ‘언론-권력 관계’ 대신 권력에 충직한 ‘시녀와 들러리 언론’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정보의 생산과 가공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득권에 함몰되어 자기 사명을 망각한 언론인 개개인들도 그러한 정-언유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히 이번 문건 파동을 계기로 기자들 사이에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자정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자가 곧 정치인"이고 권력이 되려는 행태에 대한 스스로의 참회록이 지면을 통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정치 지망생은 언론계를 떠나라기자들의 돌팔매질이 비단 두 기자와 그들이 속한 언론사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모두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은 그래도 퍽 다행스런 일이다. 실현성은 희박하지만 기자 퇴직 후 수 년 간은 정계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등 무너진 언론 윤리를 바로 세우려고 하는 현업 기자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렇지만 아직도 권언유착의 모순 구조는 끝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5,6공 시절 정권의 충직한 나팔수 역할을 한 자들이 지금까지도 정치권의 영입 대상 영순위로 거론되는 한 모순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소위 힘있는 부서에 종사하며 화면에 얼굴을 내밀며 정치권 진출에 눈 도장 찍으려는 사이비 부류들이 있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스로의 입지를 미리 결정하기를 바란다. 언론사는 더 이상 정치 지망생을 위한 수련장이 아니다. 떠나야할 사람은 떠나라. 정치 권력에 끈을 달고, 권력에 기생하고, 권력의 부림당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여. 우리는 더 이상 ‘정언유착, 권언유착’이라는 두 얼굴의 가면을 쓰고 다가올 새 천 년을 맞이할 수 없다. |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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