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의 밀월 관계로 상호 비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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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한 논의에서 일본의 상황이 선진 국가의 사례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현 일본의 현상만을 주시한 것으로 일본 미디어 업계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신문·방송 겸영은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시대적 사명 같은 대의명분에 의해 허용된 것이 아니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당연히 금지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동안에도 일본에서의 신문과 방송겸영은 인정받아 왔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의 민간 방송사의 설립이 신문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에 커다란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즉, 처음부터 일본 방송사의 창업은 신문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제2차 세계 대전 후 방송과 그 역사를 같이 한 신문과 방송의 밀월 관계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 일본의 재경(在京)민간 방송사를 보면 니혼 테레비는 요미우리 신문의 사주였던 쇼우리키 마츠타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방송사이며, TBS 또한 신문사의 주도로 설립된 방송사다. 일본 교육 텔레비전(지금의 테레비 아사히)에는 니혼 케이자이 신문과 아사히 신문이, 일본 과학 텔레비전(지금의 테레비 도쿄)에는 아사히 신문이 출자하고 있었다. 현재도 일본의 재경 민간 방송사는 전국지에 의해서 사실상 지배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방송제도에는 ‘매스미디어 집중배제원칙’으로 불리는 방송사의 소유 및 지배에 대한 규제 원칙이 있으나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허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전파법 제7조와 전파감리위원회설치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해서 제정·공포된 ‘방송사 개설의 근본적 기준’ 제9조 제3항에 근거해서 방송사 개설 면허의 기본적 방침을 정하는데 있어서 신문사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허용하는 기준이 정보의 지역 독점을 형성하고 있는가 아닌가의 판단에 귀속되고 있을 뿐이다.

신문과 방송이 동일한 자본 계열에 있는 일본의 상황에 비추어 보아 다음과 같은 신문·방송의 겸영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국민이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다양한 의견이나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다. 둘째, 신문과 방송이라고 하는 거대한 미디어가 메이저 신문사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간의 건전한 경쟁, 상호 비판이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다. 셋째, 미디어 비판은 신문사 계열 이외의 잡지에 의존하고 있다. 넷째,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소수의 재경 방송국이 방송 콘텐츠의 제작·편집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자본력 이외의 지배력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방송 콘텐츠의 적정한 거래와 시장화를 확립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신문과 계열 방송사, 재경 방송사와 지방국의 주주 관계에 있어서의 위법성에 대해 총무성이 조사에 착수, 위법성이 제기된 방송사에 대해서 주의 조치를 내렸다. 또한 닛폰 방송, 후지 테레비의 TOB(주식공개매수) 소동 등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일본 국민들에게 회사 경영과 자본 시장의 올바른 상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전국지의 방송사 지배와 계열국의 지배가 전략적인 주식 소유와 간접 지배에 의해 실질적으로 구축되어온 지배 현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해주었다. 

현재 자본의 원리에 따른 규제 완화가 현명한 대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으나 안이한 집중배제원칙의 완화·철폐나 방송사 소유의 자유화가 가져올 혼란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도쿄 = 백승혁 통신원 / 일본 조치대학교 신문학 전공 박사과정, poowo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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