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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실상을 가감 없이 방송에 알린 사람신준영 월간 <말> 지 기자
  • 승인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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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기아로 3백만명이 죽었고 아이들이 꽃제비가 되는 북한.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tv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전형화된 인상 말고, 보다 진솔한 그네들의 삶을 볼 수는 없을까? 5일 방영된 mbc스페셜 <평양 리포트-1999년 가을>은 기존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과는 좀 색다른 광경을 선보였다. 지난 9월 보름간의 방북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신준영 기자(월간 <말>지)의 영상 취재 수첩을 편집해 공개한 것.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우리의 이웃과 별 다를 바 없는 일상은 북한의 습관화된 이미지를 비웃는 듯 했다. 보다 활발해지고 밝아진 그네들의 모습과 함께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장면은 대규모로 이뤄지는 감자재배였다. 춥고 험한 지대에서도 무리 없이 수확할 수 있는 감자를 쌀, 옥수수와 함께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감자 재배를 적극 권장하여 식량 상황을 호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95년부터 체제 붕괴설이 분분할 정도로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지만,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피나는 자체 노력이 5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성과를 보는 것 같아요. 북한은 세계적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합니다. 북한에서도 세계화는 미국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아요. 하지만, 교류라는 현실적인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교육이나 수재교육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지요.” 그러나 북한이 드디어 자본주의를 대세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는가 라는 물음에 신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개인주의나 약육강식의 방식을 저열하다고 보는 북한으로서 유기체적 공동체를 강조하는 사회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교류는 하되 기본적 체제는 고수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방침이다. 신기자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과 서울에서 알고 있던 바가 너무 달라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고. 돼지고기, 쇠고기, 오리고기 뿐 아니라, 지역별 소주들은 물론 맥주에 과일주까지, 손님을 당황시킬만큼 성대한 그들의 대접이 홍보를 위해 마련된 과도한 연출은 아닐까, 신기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 북의 문화적 차이일 뿐이지요. 중국 대륙의 영향으로 손이 크다고나 할까. 이질적인 체제 속에서 50년이나 떨어져 지냈는데 사고관이 다른 건 당연하구요.” 그녀는 살아 숨쉬는 생활을 담고자 학교 화장실이나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그럴 때마다 북한 안내원은 왜 보다 전체적이고 본질적인 모습을 담지 않느냐며 성화였다.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가치관이 달랐던 것. 밤마다 하루의 피로함에도 불구하고 끝날 줄 모르는 입씨름을 벌여야 했다. 다른 제도와 그에 따른 사고 방식의 차이를 토론한 덕분에 북과 남은 서로의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언론사들의 방북취재가 허가되지 않는 가운데 <말>지의 영상취재가 허가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 속에 기본적인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이인모 노인의 북송을 돕는 과정에서 북측의 신임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북한실상 보도가 편파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한 북측의 억울함(?)도 작용한 듯 하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화질이 좋지 않아 안타까운 신기자는 그래서 방송인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북한으로 향한 우리의 눈과 귀를 좌우하는 방송이 북녘의 삶을 양질의 화면에 담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개방된 북한 위성방송에서 드라마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집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떻겠냐고도 제안한다. “북한을 바로 알고자 한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사 직전에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우리의 이웃처럼 평범하게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이들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 쪽만 볼 것이 아니라 차이는 차이로 인정하면서 서로의 동질성을 인식하는 것이 신뢰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지요.”마지막으로 남긴 신기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 것은 지금의 분단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의무라고 여겨지는 탓일 터이다.
|contsmark1|박영미 기자|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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