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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채널 ‘베이비 퍼스트’를 둘러싼 논란

지난 8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영상물 견본시 밉콤(MIP-COM) 행사에서 소개된 한 채널이 유독 프랑스 방송계의 주목을 받았다. 생후 6개월에서 3세까지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방송 채널인 ‘베이비 퍼스트’가 조만간 위성방송 카날사트를 통해 전파를 탈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카날사트는 베이비 퍼스트 채널을 가족 패키지에 포함시켜 10월 16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이 패키지 속에는 디즈니, 니켈로데옹, 아디부 TV 같은 어린이 채널과 우슈아이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환경 및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들이 포함돼 있다.  

베이비 퍼스트 채널은 2004년 처음 미국에서 만들어져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서 방송되고 있다. 이 채널은 3세 미만의 영아를 위한 전문적인 채널로 각 프로그램의 길이가 매우 짧고(2~7분) 화려한 색감,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느린 동작과 단순한 그림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인 다른 어린이 채널과 달리 24시간 방송이 되는데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베이비 퍼스트 채널 제작자 측은 이 채널이 “부모가 기대하는 놀이 및 교육 도구”로 손상이 없다고 자신한다. 최근 3세 미만 영아들의 TV 노출시간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 채널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아도 ‘안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채널을 보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숫자를 접하게 되고’, ‘기호와 단어를 배우며’,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베이비 퍼스트 채널은 자신들을 홍보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이 채널을 시청하면서 주변과 더 잘 어울리고 남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길러질 뿐 아니라 편안한 그림을 통해 잠자는데 도움이 되는 등 심리적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렇듯 채널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포장함으로써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는 베이비 퍼스트 채널. 하지만, 과연 이런 채널을 반기기만 해야 할까?
최근 어린 아이들의 TV 시청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예컨대 4~10세 아동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시간 7분, 11~14세 어린이는 2시간 5분으로 조사됐다. 15세 이상 시청자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이 3시간 37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금 프랑스에서도 케이블 및 위성을 통해 방영되는 어린이 채널의 수는 점점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굴리’와 같은 디지털 지상파 어린이 채널과 연령대별 아동을 타겟으로 삼은 ‘피위’, ‘티지’, ‘카날 J’ 그리고 ‘니켈로데옹’과 같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을 비롯해 도합 30여개에 달하는 어린이 채널이 성황 중이다. 이 채널들이 일반적으로 4세 이상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최근엔 그 타겟 연령층을 더욱 낮춰 생후 6개월에서 3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베이비 퍼스트 채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채널들을 말 그대로 교육을 위해 ‘잘 이용한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회적 우려가 더욱 큰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의 일부 아동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점점 더 TV 속에 ‘중독’되는 현상 그 자체에 대한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 형성에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을 TV가 결코 전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파리=김지현 통신원 / 파리 5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jhkim724@noo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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