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뉴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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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가자 지구에서 납치 억류돼 있던 BBC의 한 특파원이 풀려났다. ‘이슬람 전사 (Army of Islam)’라는 과격 무장 단체에 의해 납치된 후 114일 만에 자유의 공기를 마신 이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알랜 존스톤(Alan Johnston). 그가 자유의 몸이 된 지 3개월 후 10월 26일 BBC는 특집 파노라마를 통해 납치단체와의 협상과정을 소상히 들려줬다.

협상의 주체는 BBC였다. BBC는 정부의 힘을 빌리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 그러나 긴밀한 협조 속에서, 납치범들과 직접 대면 및 이메일을 통한 협상을 이어갔다. 납치범들이 영국 내에 구금돼 있는 무슬림들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BBC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비켜갔다. 납치범들이 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BBC는 납치범들의 금전적 요구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그대로 고수했다.
BBC의 전략은 간단했다.

첫째, 1738년 유엔에서 맺어진 민간인에 대한 보호책임 조약을 들어 팔레스타인 정부가 납치단체에게 석방 압력을 가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BBC는 수많은 파타와 하마스 인사들을 만났다.
둘째, 전세계 각계각층으로부터 대대적인 지지 메시지를 모아내 팔레스타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납치단체는 납치, 구금에 대한 정당성을 상실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존스톤이 구금돼 있는 동안 BBC 사장 마크 톰슨은 가자 지구 현지로 날아가 BBC맨의 석방을 촉구하고 존스톤의 동료들은 대대적인 온라인 서명을 벌여 전 세계, 13만 명으로부터 동료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모아냈다.

결국 BBC는 BBC맨을 사지에서 구해냈다. 드라마의 끝이 비극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도대체 알랜 존스톤은 왜 가자 지구로 간 것일까? 무모함인가? 무지함인가? 이런 궁금증에 대해 한 BBC인사는 이렇게 답한다.

“BBC의 안전 담당부(Head of Security)가 가자 현지를 정기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 위험성은 감수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존스톤은 그래서 가자로 보내어진 것이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한다. “위험을 감수 하지 않는 한 뉴스는 없다.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바그다드에도, 아프가니스탄에도 그 어떤 곳에도 우리는 BBC맨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모든 BBC맨은 뉴스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위험을 무릅쓸 각오를 하고 있다”

알랜 존스톤은 자신이 BBC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지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세계 수많은 곳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납치되고, 죽어가는 저널리스트들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그 위험하고 힘든 산을 오르는 이유가 거기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만약 일상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저널리스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거기 뉴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누가 바보 같다며, 민폐를 끼친다며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알랜 존스톤은 그 누구에게서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다. 국민적 근심을 일으키고, 국가적 민폐를 끼친 그에게 영국 사람들은 서슴없이 “용감한 저널리스트”라며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그건 이전 그의 행위가 그 자신 혹은 BBC만을 위한 것이 아닌 더 큰 대의명분 속에 있었음을 영국인 모두가 인식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리라.    

글을 마치기 전에 BBC월드 뉴스의 편집장 존 윌리엄의 말을 전하고 싶다. “BBC는 다른 어떤 국적의 저널리스트가 납치된 사안에 대해서도 등을 보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싶다. 존스톤 납치사건은 그런 정신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2001년 12월, 알 자지라의 카메라맨 사미 알 하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중 테러 혐의로 체포 됐다. 2007년 오늘까지도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저널리스트들이여 연대하라!!    

 

런던 = 장정훈 통신원 /  KBNe-UK 대표, www.kb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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