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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중교통 노동조합들의 총파업이 되풀이되고 장기화되면서, 프랑스 언론, 특히 방송 보도는 파업에 대한 반감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의 방송 채널들은 철도와 지하철 파업이 시작된 지난 13일 저녁부터 이를 일제히 톱뉴스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6~8꼭지의 보도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어렵고 힘든 출퇴근 모습에 할애하고 있다.

프랑스의 낮 뉴스와 저녁 뉴스 앵커들은 연일 철도 및 지하철 파업이 총 200~300km 길이의 교통 체증과 출퇴근 시민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킨다고 보도하며 ‘특권적인 파업 참가자들’에 의해 ‘고통 받는 시민들’의 출퇴근 현장을 ‘생지옥’으로 묘사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뉴스에서는 ‘앞으로 고단한 일과가 예상된다’(France 2, 11월12일 20시 뉴스), ‘내일부터 눈, 비, 바람을 동반한 궂은 날씨와 그리고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수백만의 이용자들의 고단한 하루가 예상된다’(TF1, 11월 13일 13시 뉴스)고 보도하기 시작했고, 파업이 시작되면서 ‘고단한 하루’ 또는 ‘생지옥’이라는 표현을 끊임없이 반복해 사용했다. 철도나 지하철 이용자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희생자들이며(TF1, 11월 13일, 20시 뉴스), 파업은 ‘가혹하며 특히 이용자들에게 더욱더 가혹하다’(France 2, 11월 13일, 20시 뉴스)는 것이다.

교통수단 파업에 대한 반감은 시민들의 입을 통해 직접 표현되기도 했다. 인터뷰를 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평소의 2~3배가 걸리는 출퇴근 시간, 피곤함, 귀가 걱정 등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어떤 시민은 “지긋지긋 해요.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데, 엘리제(대통령 관저)에 가서 그 사람들을 인질로 잡으라고 해요”(France 2, 11월 13일, 20시 뉴스)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심지어 어떤 시민은 “파업참가자들을 보면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TF1, 11월 14일, 20시 뉴스)라는 위협조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아울러 TF1은 파업에 반대하는 철도 이용자 조직에 대한 보도를 이틀 동안 3건 했으며, France 2의 저녁뉴스 앵커는 이미 17년 전에 세워진 이 단체를 ‘이번 파업으로 새로 결성됐다’고 오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철도?지하철 파업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위해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의 모습 또한 매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는 ‘우리 이용자들,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이용자 가족의 출근 준비’ 등 아주 다양한 버전으로 마련됐다.

자전거, 동료와의 합승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이밖에 여러 가지 이색적인 방법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호텔 직원들이 지배인의 배려로 빈 방을 이용한 사례, 간호사들이 병원의 빈 병실을 이용한 사례, 또는 사무실 옥상에 텐트를 설치한 사례 등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프랑스 방송의 파업 보도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양식화돼 있으며, 파업에 희생당하는 시민들, 나아가 ‘일할 권리’를 빼앗긴 소수의 파업 불참자들이 부각된다. 여기서 파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시청자가 이 기간에 방송 뉴스만을 보았다면 그다지 큰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프랑스 언론의 파업 보도 방식이 프랑스를 ‘파업의 나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프랑스를 마치 ‘파업을 선동하는’ 나라, ‘타협보다는 분쟁을 선호하는’ 나라, ‘다른 어느 유럽 국가도 앓지 않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나라로 그려왔다. 실제로는 지난 15년간 프랑스는 18개 선진국 가운데 11번째로 파업을 많이 하는 나라에 불과하며,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그 수치가 상당히 뒤처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파업에 대한 이러한 공격적인 보도에 대한 방송 저널리즘 종사자들의 근본적인 재성찰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파리=김지현 통신원 / 파리 5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jhkim724@noo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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