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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不義) 앞에서 양심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눈 딱 감고 세월을 기다릴 것인가?’

한국의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선택의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는 이 땅의 언론인들에게 이러한 선택을 무수히 강요했다. 1974년 10월 24일 오전 9시 15분, <동아일보> 3층 편집국에 모인 편집국․출판국․방송국의 언론인 180여명도 바로 이 엄중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것이다. 이날 그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박수로 채택하였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오늘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33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그 선언의 역사성과 현재적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날의 선택은 당사자들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고뇌의 순간, 엄혹하기만 하던 유신정권 시절 그 결과가 뻔히 예상되었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결단으로 양심을 선택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당당했다. 그것은 빛나는 한국의 현대사다.

  오늘날에도 10.24자유언론실천선언이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빛을 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날의 선언과 이후의 의연한 실천은 언론인들의 혼을 일깨우는 등불의 역할을 해 왔다. 선배 언론인들의 희생과 결단은 이 시대 후배 언론인들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왔다. 선언이 있은 지 33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선언은 여전히 살아 있어서 후배 언론인들을 고무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10.24자유언론실천선언은 이 시대 ‘언론 자유’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 현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오늘의 언론인들은 3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든 듯하다. 하지만 그 자유 속에는 무책임한 자유도 많이 들어 있음이 사실이다. 그리고 사주와 자본으로부터는 독립하지 못한 반쪽짜리 자유도 들어 있다. 일부 언론인들이 무책임한 자유와 반쪽짜리 자유를 갖고 언론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횡포다. 그들은 과거의 냉전적 논리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방해하며 왜곡된 현대사를 그대로 존치시키려 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인의 본분을 벗어나 정파적 시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는 책임과 함께 해야만 공공적 소명을 다할 수 있다. 당시 언론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쫓겨난 113명의 해직 기자들은 왜 그 고난의 길을 자초해서 걸어갔을까? 그것은 언론 자유를 통해 책임 있는 언론인으로서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24자유언론실천선언이 추구하고자 했던 언론 자유는 아직 미완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여전히 후배 언론인들이 각성과 실천을 통해 계속 완성해나가야 할 과제다.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33주년이 되는 오늘, 그날의 주역들의 고뇌와 결단, 그리고 희생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면서 이 시대 언론인이 걸어야 할 정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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