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긴장감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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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맑은 공기를 힘껏 들여 마시며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 첫 아침은 늘 경건하되 여유를 갖고 맞이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새해는 그렇지 못합니다.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과 한나라당의 집권이 방송계에 태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마침내 이당선자 측과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 담당자들은 MBC 민영화, KBS에 대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공영방송사 사장 교체 시사 발언을 공공연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호적인 몇몇 메이저 신문들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말입니다. 예상했던 일이기는 합니다.

우리 방송인들과 언론현업 및 시민단체들은 그 동안 방송의 공적 가치를 지상 과제로 내세우며 지키려 해왔습니다. 방송이 우선적으로 추구할 가치는 공공성, 공영성 그리고 이를 담보할 독립성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배치되는 방송에서의 시장 중심 및 효율성과 경쟁 지상주의 논리는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의 다공영 일민영 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는 민영방송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입니다. MBC는 그 동안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두 축을 이루어왔습니다. MBC는 특히 지난 20여 년 간 여러 개의 심층적인 시사 프로그램들을 통해 왜 MBC가 공영 방송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MBC의 공영방송사로서의 역할은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MBC 민영화 문제는 그 논리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숨은 진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해 왔습니다. 실제로 대선 직전 MBC의 몇몇 프로그램들이 시도한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MBC 민영화 관련 발언은 보복 내지는 앞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로도 받아들여집니다.

KBS 구조조정과 TV 수신료 연계 언급도 그 동안 한나라당에서 KBS를 향해 보여 온 행태로 보건데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영방송 사장 교체 시사도 어불성설입니다. 정연주 사장과 KBS에 대해 코드 인사, 코드 방송 운운하며 계속 공세를 취해 오다가 이제 집권하자 사장을 갈아치우겠다는 것은 그들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사 사장에 앉히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새 정권과 언론현업 및 시민단체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당선자 측과 한나라당의 공세가 예상보다 빨리 고강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MBC를 민영화시키는 새 방송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이는 '힘 있을 때 밀어 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새해 첫날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긴장은 하되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20년 전 우리 PD들은 독재정권의 부당한 언론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PD와 기자, 기술인 등 방송언론인들은 지난 1987년 이후의 방송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함께 투쟁하고 연대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방송 민주화와 공공성 수호를 위한 지난 20년의 역사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힘이고 우리는 그 힘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어려울 때마다 지난 20년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방송언론인의 자세와 사명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새해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PD 동료 여러분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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