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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안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노조와 PD연합회는 어제 성명을 발표하고 이 법안이 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법률안이므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법에 의해 설치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방송위원회처럼 무소속의 독립 기관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된다. 그리고 방통위 위원 5명은 장관급 위원장 1인과 차관급 위원 1인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위원 3명은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를 기반으로 국회의장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케 함으로써 5명의 위원 구성을 대통령이 좌지우지 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 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이법이 통과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뻔하다. 방송의 독립성은 10년 전, 20년 전으로 후퇴한다. MBC와 KBS 2TV 민영화, 신문 방송 겸영 등 한나라당이 의도하는 대로 방송판 새판 짜기가 이루어지게 된다. 방송이 공공성 보다는 산업성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언론현업 단체와 시민단체들 입장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통합 방송법과 방송위원회 체제는 어느 날 갑자기 뚝딱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은 지난 20년의 방송사가 증언하고 있다. 지난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지상파 방송종사자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의 투쟁의 결과물이요 국민적인 방송독립의 염원이 담긴 법과 제도인 것이다.

물론 이 방송법과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언론현업 및 시민사회 단체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또 기술의 변화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정 보완돼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을 흐르는 기조인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리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통신과 융합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방송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타협할 수 없는 명제다.

그 동안 이명박 당선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해 왔지만 이번 법안을 보면 그 말들이 공언(空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법 법안이 제출된 경위를 보면 충분한 여론 수렴과 검토 작업 없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과반 가까운 득표율의 여세를 몰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법의 이면에는 집권당으로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밀어붙이기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저항과 사회적 혼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 미디어 정책 담당자들의 일련의 발언과 이번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서 지난 해 4월 공개됐던 한나라당 추천 몫의 방송위원인 강동순씨의 오싹한 발언이 떠오른다.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됩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빈대가 많으면 빈대를 잡을 수 없는 거야. 응? 건물을 새로 지어야지. 방송이 그렇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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