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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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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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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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득  재 대구가톨릭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정해년이다. 돼지는 탐욕의 화신이기도 하고 예언자를 상징하기도 한다. 탐욕이 부와 연결되어 있고 예언이 미래 예측과 연관된 것이라면 올 2007년 정해년은 어떤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인가? 예상컨대 정치인들의 버블공약이 남발되고 정확한 예측보다는 억측, 추측이 난무할 공산이 크다. 세월은 흐르고 변해 왔지만 정치는 수십 년 동안 그대로 고여 있기 때문이다. 88평짜리 아파트가 56억 하는 세상에서, 대한민국 시민들은 살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부동산시장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지난 해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문제 말고 꿀릴 게 없다”라고 말했다. 무책임한 발언이다. 56억 아파트 가격으로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는 그 부동산문제가 참여정부 입장에서 보면 꿀려도 얼마나 꿀리는 문제인가? 그런데도 부동산문제 말고 꿀릴 게 없다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설령 그렇다 해도 꿀릴 게 부동산문제 뿐인가? ‘2030비전 코리아’를 제시해 놓고 그 비전을 초토화시킬 한미FTA를 추진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비정규직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켜 2009년 계약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예고되고 있으며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은행에 이어 증권시장도 위기에 봉착할 마당에 노 정권에게 꿀릴 게 지금 한 두 가지인가? 돼지가 예언기능을 한다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장기적인 전망은 고사하고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위기상황에 있다. 정해년의 최대 관심사는 대선이 아니라 부동산과 교육, 사회안전망, 민주주의 문제에서 히스테리에 걸려 있는 시민들을 치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년 말 필자는 택시운전기사로부터 탄식과 원망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리운전 때문에 개인용 혹은 영업용 택시가 팽팽 놀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리운전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인데, 이 제도를 일자리창출 명분으로 정치인들이 잔머리를 굴려 만들어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의 몫을 쪼개고 또 쪼개는 식의 정치를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시민들의 나라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이렇게 밑바닥에서 솟구쳐 나온다. 현재 일반 시민들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아파트 가격이 정부 - 공사 - 민간건설업체의 삼각동맹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년 간 민간건설업체가 택지 값을 부풀려 1조3000억 원 이상을 챙겨갔으니 아파트 값이 멍청하게 제자리에 앉아 있었을 리 만무한 것이다.  


교육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고질라처럼 덩치를 키워가는 사교육시장과 한없이 쪼그라드는 공교육 사이에 끼여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창조성과 감수성은 온데 간 데 없이 증발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대학원 석 박사 과정 학생들도 들여다보지 않은 철학책들을 가지고 통합논술을 하는 해괴한 상황이 양 교육 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돈벌이가 되는 장사판에 나선 지 오래되었고 BK21 사업으로 대학의 연구자들도 공부는 뒷전인 채 서류 작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개념이 없다. 돼지에게 개념이 없듯이 우리는 지금 아무런 개념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정해년에는 제발, 개념 좀 세우자. 개념은 곧 구상이고 그 구상은 우리의 미래의 운명에 직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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