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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시청각공대위

         전규찬 집행위원장

 막바지 고비다. 미국이 협상시한으로 정한 3월말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솔직히 많이 지쳤다. 그렇지만 오기도 생겼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결기다. 공대위 활동가들이 투쟁의 시간을 통해 얻어낸 튼튼한 연대의 힘, 그리고 프로듀서연합회와 전국언론노조 등이 보여주는 적극적 참여의 힘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진실의 발언으로 악착같이 버틴다. 그게 자본권력과 국가권력, 그리고 미디어선전권력에 맞서 방송 공공성, 문화 다양성, 나아가 사회 민주주의 대의를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한미FTA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상한 것처럼, 미국은 협상 초기에 방송 개방을 요구해 판을 깰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6차, 7차 협상을 거치면서 서서히 민감한 포인트를 찌르기 시작했다. 8차 협상에 이르러 공개적으로 포괄적 개방 요구안을 내놓았으며, 그럼으로써 방송위원회를 포함한 한국 측 협상 주체를 일순간에 혼란에 빠트렸다.

 

 그것도 모자라 한미FTA의 실질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연 매출 44조원의 초국적 거대복합미디어기업 타임워너의 회장이 극비리에 방문했다.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 <중앙일보>회장과 인터뷰하고, 사장을 대사관으로 불러들였다. 드러내놓고 요구하는 전면적 공세작전이 드디어 시작된 셈이다.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초국적 자본과 재벌의 이익 관철을 위해 ‘빅딜’할 대상, 그래서 소위 ‘높은 수준의 FTA'를 성사시킬 핵심 분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유독 크게 언급되지 않은, 일부로 다중의 관심을 피해가는 쟁점이 있다. 바로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서비스 분야다. 현행유보, 인터넷 VOD, 편성쿼터, 소유 지분, 외국방송 재송신 한국어 더빙 및 광고영업, 코바코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한 방송 부분의 포괄적 개방이 ‘빅딜’의 숨겨진 핵심 내용이다. 한마디로 한국 방송이, 방송산업이, 방송노동자들이, 공영방송체제가 무너지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지극히 태연한, 그래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다수의 언론노동자들을 보면 정말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그 무관심의 태도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어찌 그리 냉담할 수 있나? 몇 분 후 대재앙의 해일이 덮칠 텐데, 그래서 소수가 끊임없이 위험 사인을 주고 있는데도, 소풍 나온 듯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무지·무관심·무능한 방송 프로듀서, 기자들을 정말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뻥이라고 생각하는가? 과장된 협박이라고 믿는가? 잠깐만 생각해보자. 지금 의 드라마국을 합쳐 130명 정도의 프로듀서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체 제작하고 있는 것은 몇 편인가?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편성쿼터가 폐지되거나 스크린쿼터처럼 절반으로 준다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현재와 같은 4편의 드라마조차, 그 제작인력조차 남아있을 수 있을까? 편당 5억을 들인 완성도 높은 외화 수입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주몽>을 만들겠는가? <대조영>을 편성하겠는가? 결과는 뻔하다.

 

 할 일 없는 피디, 할 말 없는 기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한국어로 방송하는 , 중간 광고하는 외국방송들로 광고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겨우 자리잡아가는 케이블 업체 뿐 만아니라, 지상파 공영방송의 기반조차 급격히 와해될 것이다. IMF때보다 훨씬 살벌한 대량해직 사태가 불가피하다.


   상황은 이렇게 위중하고 위급하다. 그런데 프로듀서 여러분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시나? 제작에 전념하신다고? 시청률 경쟁에 정신 없으시다고? 잠깐만 관습적 작업을 멈추고, 눈을 돌려 현실을 직시하시라. 1년 동안 우리가 내놓은 경보내용들을 한번 챙겨보시고, 서둘러 자기 목숨 줄을 지키는 싸움에 나서시라.

 

 그래서 바깥에서 싸우는 우리로 하여금 지킬만한 상대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시라. 공공성과 공익성, 민주주의는 우리가 힘들지만 계속해 맡을 테니, 그대들은 자신의 직장, 자신의 미래, 자신의 생존권이나 지키는 게 어떠하실까? 두려움의 상황에서 무서워할 줄 아는 게 현명한 자다. 용기도 공포의 각성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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