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적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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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적은 누구인가
  • 김재영 MBC PD
  • 승인 2007.05.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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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MBC PD)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사라는 MBC에는 지나치듯 몇몇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들은 분명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었지만 소리 소문 없이 묻히고 있다.


3월에는 〈수요예술무대〉를 이어받은 〈김동률의 포유〉가 사라졌다. 수익성이 없는 비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정리한다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란다. 지금 문화방송에는 “문화”가 없다. 그나마 대중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콘서트 형식으로 만들어 심야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마저 수익률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다.


4월에는 MBC의 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MBC 노조에서는 현재의 편성이 SBS보다 더 공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단다. 기실 드라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평일 프라임 타임에 교양 프로그램은 PD수첩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다. 편성에서 다큐멘터리가 홀대받고 있는 건 2년 이상 되었다. 분명 SBS보다도 더 상업적인 편성이다. 필자가 제작하고 있는 '불만제로' 역시 3월에 이어 5월에도 평일 밤 11시대 편성을 요구했지만, 요동조차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한미 FTA의 보도. 청와대 전 경제비서관이던 정태인 교수는 “차라리 침묵하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확인되지 않았고, 그 근거가 매우 의심스러운 통계들이 마치 진실인 양 보도되었다. 이러한 보도 이후 보수언론의 무조건적인 지지에도 움직이지 않던 한미 FTA 부동층은 급격하게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영방송사의 구성원들이 한미 FTA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임은 예견된 바였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방송시장에서 공영방송사 역시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 수년간 계속되었다.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사가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채 시청률과 수익률 경쟁에 매달린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그들에게 방송시장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룰은 거추장스러운 것일 뿐이다. 한미 FTA는 방송시장의 공공성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그건 지금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사장이든 사원이든)에게 관심 밖의 일이다. 조직화된 언론노조를 제외하고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이 한미 FTA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난 3월에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인 문건으로 확인되었단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방송의 공공성은 저버린 채 시청률과 경쟁력에만 올인하고 있는 방송사, 방송시장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한미 FTA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방송사에 어디까지 관용을 베풀까? 현재 시점에서 한국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는 이른바 공영방송의 필요성, MBC가 공영방송일 필요성에 대해 어디까지 동의할까? 
 
내가 시청자라면, 내가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다. 왜 MBC가 민영화 - 정확하게 민영화가 아니라 사영화지만 - 되면 안되는가? 지금 그들이 민영방송보다 더 공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너무나 혼란스럽다. 정체성의 혼란- 난 지금 공영방송사의 프로듀서인가? 내가 시청자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나에게. 너에게. 우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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