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의 alive or all live] 손 순두부 순 손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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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얼까요?
 

 

술 담을 때 동동 떠있는 누룩 같기도 하고...찬물에 밥 말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제목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이건 순두부입니다. 진정한...순수한....콩 맛의 결정체!!손순두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 ‘아, 이 사람이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 저는 촬영장에서 이 순두부처럼 보들보들한 성격에 담백한 마음을 지닌 한 분을 만났습니다. 섭외를 하고 보니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좀 탄 분이었습니다. 으레 생각하기로 그럼 나름 ‘꾼’에 직접‘연출’도 도맡으려는 출연자이겠거니 생각하고 찾았습니다.

 이 분은 20년 전 교감승진을 앞 둔 남편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정성으로 남편을 간호해 40일 만에 남편이 깨어나는 기적 아닌 기적을 체험한 분입니다. 그 때 남편의 기력회복을 위해 인삼, 마늘, 좁쌀, 소고기로 미음을 만들어 하루 8번 호스를 통해 주입 시켰는데 40일 만에 남편이 깨어난 겁니다.

 지금도 본인이 만든 건강식 때문에 남편이 깨어났다고 확실히 믿는 이분은 그 이후로 웬만한 음식들은 원재료를 사다가 다 만들어 드십니다. 식초, 조미간장, 선식..심지어 화장품도 만들어 쓰시더군요. 방송도 좀 타봤겠다..유명세도 좀 있겠다...귀찮은 건 귀찮다 할 수 있고 하기 싫은건 하기 싫다...이렇게만 찍어라...할 수 있음에도(6시 내 고향 촬영 나가면 간혹 연출까지 다 하는 출연자를 볼 수 있습니다.^^) 촬영 내내 그저 싱글명랑! 첩첩유쾌! 하시더군요.

 지금 사진에 있는 두부도 이 분이 직접 만든 두분데요. 100% 제주 콩에(제주는 쌀 농사는 거의 안 짓는 대신에 콩, 마늘, 감자..등 제 2식량(?)은 땅이 기름져 아주 우수합니다.) 소금 간수 대신에 서귀포 앞 바닷물을 직접 길러와 간을 맞추더군요. 한 판 만드는데 3시간...맛이야...

 “일등이지” 동네 슈퍼에서 파는 거랑 달라요? “하늘과 땅 차이”.. 이건 같이 만드신 동넷분 얘깁니다.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의 맛이 느껴지더군요. 짭쪼름하다가 달콤하고 부드럽다가 몽글몽글한 맛...두부가 이런 맛이 날 수가...하는 첫 경험의 맛!손으로 만들어 손 순부두 순수한 맛이라 순 손두부!

 사람이 하는 일에는 그 사람이 다 드러난다죠? 이 분의 진심 어린 마음이 이 손 순두부 한 사발에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PD로서 가끔, 제가 제 프로그램에서 보일까봐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급한 성격, 삐치면 꽁~ 한 성격,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 제 모습^^ 등 등..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이런 분을 만나면 늘 제가 부끄럽고 더 낮아져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방송 후 전화 드렸더니 다친 곳은 괜찮냐며(이날 촬영하다 바닷가 돌이끼 낀 돌계단에 미끄러져 엉치뼈를 다쳤습니다.ㅠ.ㅠ) 방송 후에 이런 저런 전화 받았다며 고맙다는 말도 아끼지 않으시더군요.. 오늘도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서 제가 택한 이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일 같은 착각 속에 일을 하게 됩니다.

 

 

양자영 / KBS 제주방송총국 PD


  2004년 KBS에 입사해 2005년 〈4ㆍ3기획 화해를 넘어 상생으로〉, 2006년 〈KBS 스페셜〉, 〈KBS스페셜〉의 '바람의 말 제주어'를 연출했다. 현재 제주 방송총국에서 〈6시 내 고향〉,〈특별음악회〉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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