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의 지피지기] 헐리우드 계약방식 벤치마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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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인의 지피지기] 헐리우드 계약방식 벤치마킹하기
  • 김도인 MBC PD
  • 승인 2007.10.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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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방송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위성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본격화로 지상파 방송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외주 제작사와 거대 기획사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거기에다 IPTV, VOD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통신재벌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하니, 금방이라도 지상파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뜨는 목소리도 많이 들립니다. ‘과연 그럴까?’ 하는 것이 제가  '지피지기'( 知彼知己)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모색해보려는 주제입니다.
 
 방법은 미국 할리우드의 거대 영화사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외주 제작사나 거대 기획사들을 어떻게 상대해왔는지 벤치마킹하는 겁니다. 또한 한미 FTA의 체결로 혹시 방송부문이 개방되어야할 경우 그들과 부딪혀야 할 수도 있기에 겸사겸사 이렇게 제목을 지어보았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에 마치 제가 이 분야 전문가로 자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열심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현장 PD입니다.
 
 다만 몇 년 전 미국 연수시절에 사놓은 책들을 들춰보다가 요즘 우리 방송계가 처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 글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전문가들의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예전의 할리우드 전성기였던 1920년대 후반부터 40년대 후반까지는 영화의 제작, 배급에서 상영까지 거대 영화 스튜디오들이 독과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었기에 복잡한 계약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배우,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모두가 스튜디오 직원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독과점법의 영향으로 영화상영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TV의 등장으로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점점 위험성이 큰 자체제작 기능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는 배급(홍보와 스튜디오 제작시설 대여 포함)에 전념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배급하는 작품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 독립 프로듀서들에게 제작비를 대출해는 전문 은행과 같은 역할에 특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 영화계에서는 다양한 계약 방식들이 계발되었는데, 이번 시간에는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Pay-or-Play 계약 = 이 계약조건은 배우나 감독들이 특정 영화 프로젝트에 출연할 것을 약속하는 반대급부로 영화 프로듀서에게 요구하는 조항인데요, 설사 그 영화가 제작되지 않더라도 출연료(또는 연출료)를 지급하겠다는 계약입니다.
 
 영화 프로젝트가 추진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타 연기자(감독)의 확보입니다. 그래야만 투자도 받을 수 있고, 다른 스텝들도 확보를 할 수 있죠. 반면에 연기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조건이 100%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케쥴을 비워두고 다른 제안을 거절하기도 꺼림칙합니다.
 
 작품이 취소되거나, 감독이 캐스팅에 이견을 보이면 아까운 시간과 기회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도 같은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The Pay-or-Play라는 계약입니다.
 
 스타들이 가끔 엉터리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요, 알고 보면 이 계약조건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스타 출연료를 그냥 날리느니 기획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제작을 강행하는 것이죠.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이런 계약조건이 통용됩니다.
 
 만약에 5년간 3000만불을 받기로 구단과 계약한 선수를 성적부진을 이유로 3년 만에 방출하는 경우에도, 구단은 나머지 1200만불을 지급할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 Overall Development Deal = 특정 스튜디오와 프로듀서가 개별 작품 단위로 계약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맺는 계약입니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작품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재정적으로 취약한 영화 프로듀서 입장에선 운영자금이나 사무실을 스튜디오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Overall Development Deal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Exclusive Development Deal
 프로듀서가 특정 스튜디오를 통해서만 영화를 배급하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2) A First Look Deal
 프로듀서의 아이디어를 특정 스튜디오에 먼저 보여주어야 하는 계약입니다. 몇 주 동안 기다려도 채택되지 않으면 다른 스튜디오로 아이디어를 가져갈 수도 있는데요, 당연히 프로듀서들이 가장 선호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3) A Housekeeping Deal
 주로 신참 프로듀서들이 체결하는 계약인데요, 스튜디오에서 사무실이나 기획 단계의 비용은 지원하는 대신 선급금은 지불하지 않는 계약방식이라고 합니다.
 
 
 김도인 / MBC 라디오국 PD


 1986년 MBC 라디오 PD로 입사해 '손석희 시선집중' , '싱글벙글쇼', '지금은 라디오시대'등을 제작했다. 지금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연출 중이다. 미국 Loyola  Marymount University에서 Media MBA 과정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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