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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이 달은 가정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인 부모와 자식을 기리는 날이 모두 있으니 다른 달과는 지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바쁜 일상사를 잠시 접어두고 자식과 또는 부모님과 함께 하루정도를 되돌아보며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5월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주변의 날씨 또한 1년 중 가장 쾌적한 기운을 선사하니 마음마저 푸근해진다. 봄의 거의 끝자락인 5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하나를 골라보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캐롤 리드 감독의 〈올리버〉(1968)를 꼽을 것이다. 1837년,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자본주의 체계를 확립하기 시작했던 당시 영국사회의 뒷모습을 명문장으로 그려냈던 찰스 디킨스의 원작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후, 자신의 조국의 명배우들에 의해, 영화라는 또 다른 형식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표정 하나, 동작 하나하나에 깃들여진 섬세함은 철저히 고증된 배경세트와 더불어 흡사 19 세기 초 런던의 뒷골목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영화 올리버는 뮤지컬의 형식을 띤다. 뮤지컬의 묘미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대사를 실어 전달해내는 다양한 멜로디의 음악성에 있다.

흔히들 대사를 위주로 주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메시지를 강조하기위한 방편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일반 영화의 형식과는 달리, 뮤지컬 영화는 주요 메시지를 대사가 아닌 노래와 춤을 통해 전달해 냄으로써 그 매력이 존재한다.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고 그것을 보강하는 방식이 아닌, 말로써는 더 이상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 - 너무나도 슬퍼서, 혹은 외로워서 한낱 대사만으로는 감정표현이 힘들어 질 때 캐릭터의 내면에서는 자연스레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가 더군다나 훌륭한 예술성까지 갖추었다면 영화 속 멜로디들은 스크린의 테두리를 떠나 일반 대중의 뇌리에까지 깊숙이 박히게 될 것이다. 바로 올리버가 그렇다. 40년 전에 발표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명곡으로 분류되는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들은 이미 영화의 품을 떠난 지 오래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꼽아 봐도 “Food Glorious Food! / Where is Love? / Pick a Pocket or Two / Consider Yourself / I‘d do Anything / Oom-Pah-Pah” 등 수두룩하다.

영화 속 사운드 트랙이 하나만 히트해도 성공한 축에 들어가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사운드 트랙 앨범 전체가 히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비결은 무엇일까? 1969년 4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을 일순간에 휩쓸다시피 한 〈올리버〉는 그 이전의 멜랑 꼴리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던 뮤지컬 영화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위에 내팽겨진 노동계급의 잔혹한 현실을 아름답고 경쾌한 멜로디와 몸짓으로 애둘러서 표현하고 있는 캐롤 리드 감독의 섬뜩하리만치 뛰어난 연출력은 그가 굳이 〈제3의 사나이〉로 깐느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수상한 경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극한 슬픔을 너털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민족의 ‘한’의 정서를 떠오르게까지 할 정도다.

19세기 초 기계와 자본이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함으로써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하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낸 이 영화 앞에서 스크린 속의 노래가 단순한 노래만으로는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9세기 초반의 산업사회를 다룬 이야기임에도, 40년 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현실을 어떤 면에서는 더 정확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의 요소들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그것이 걸작을 걸작답게 하는 요소라고 봤을 때, 영화 〈올리버〉는 5월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온 가족이 각자의 위치에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는 영화다. 몇 년전 발표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올리버 트위스트〉(2005)조차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울림을 넘지 못한다. 초록이 무성한 5월! 한번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영화 〈올리버〉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     

 

오한샘  / EBS 교양문화팀 PD 


 

1991년 입사해 <예술의 광장> <시네마천국> 등 문화, 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했다. 그 밖에 대표작으로  <장학퀴즈> <코라아 코리아> 등이 있다. 영화, 음악 그리고 미술 등에 조예가 깊으며 현재 연재하고 있는 영화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미술 이야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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