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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조지영 TV평론가

12월은 직장인들에게는 연말정산의 달이고 연기자들에게는 연기대상의 계절이다. 연기자, 개그맨, MC들까지 포함하여 그야말로 당대의 엔터테이너에게 주어지는 상들은,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시상식들은 공중파에서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에 걸쳐 장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간, 시상자나 수상자에게도 각별한 시간, 무수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그야말로 의미 깊은 시상식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런 대단한 시상식이 대체로 재미없는 이유는 뭘까?

'공정한 심사'라는 시상식의 본질은 논외로 치자. 받을 만한 사람이 상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 상을 가져가는 건 시상식의 기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공정한 심사가 전제되고, 그 상을 자격 있는 사람이 가져간다는 조건 하에서 지금의 시상식의 가장 큰 문제는 '리허설의 부재 혹은 부족'이 아닐까 싶다.

시상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고도의 퍼포먼스라고도 할 것이다. 생방송이라는 긴박감,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는 기대감이 그렇다. 다수의 출연자가 실수 없이, 능수능란하게 동선을 조절해야 하고, 격정의 수상소감이 일정하게 배분되어야 하고, 때때로 빠져드는 어색한 침묵을 노련하게 빠져 나와야 한다. 쉴 틈 없이 상만 주고 받고 하면 지루하니, 때때로 볼만한 '쇼'도 연출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게 제한된 시간 안에서 빈틈없이 진행된다는 건 대단한 집중력이, 그리고 무엇보다 ‘연습’이 필요한 게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상식은 대체로 평범한 시청자의 눈에도 '연습 부족'이 쉽게 눈에 띄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이를테면 연말의 영화상 시상식이 그랬다.

현장 TV에서 돌아가는 수상 후보작과 속도를 맞추지 못한 채 소개말을 읽어대는 시상자들, 흐름을 종종 끊어놓는 어색한 농담들, 드레스나 메이크업은 준비하는데 수상소감은 준비 못한 수상자들, 하나같이 똑같은 수상소감들, 어느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축하무대들'까지.

아무리 최고의 연출진이 최고의 배우들을, 최고의 무대에 모아둔다 한들, 연습 안된 무대는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연말엔 누구나 바쁘다. 그래도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을 진심으로 표하고 싶다면, 연예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성의껏 공연하나 올리듯,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한 시상식을 보고 싶은 건, 역시 비현실적인 바람일까?

원고를 쓰는 지금은 공중파 3사의 연기대상과 MBC의 연예대상 시상식을 남겨놓은 시점이다. 누가 대상을 받을까 호기심의 동력도 중요하지만, 시상식 그 자체가 주는 극적인 재미를 보고 싶다. '어느 방송사 혹은 어느 영화상 시상식은 정말 볼만해' 같은 감탄사도 나와 줄 만큼, 시상식의 프로그램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주고받는 농담도 여유로워서 즐거웠으면 좋겠다.

광고에 쫓겨서 폭죽이 서둘러 터지고, 대상 수상자 소감이 끊기지 않을까 시청자마저 걱정하게 만드는 그런 시상식은 이제, 안 볼 수 있을까? 시상식에 출연한 연예인의 드레스나 헤어스타일 말고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많은 그런 시상식을, 2007년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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