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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2부장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친기업정책’이라고 내놓은 경제 정책들은 소수 재벌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대운하건설 사업’은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우려를 사고 있다. 대학자율화와 자율형 사립고 등의 교육 정책은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비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신용불량자 구제, 부동산 정책 등은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며 혼란을 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 정책들을 쏟아내며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런 정책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을까.

방송보도를 보면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선 전 방송은 당선인이나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외교, 교육 등의 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제대로 논의되고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선인의 공약이나 인수위 정책에 대한 검증은 중요하다. 그나마 MBC와 KBS가 대선 직후부터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소개하고, 검증한 연속기획 보도물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수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쏟아낸 정책들이나 이명박 당선인이 정치행보 과정에서 발표한 정책들에 대해 방송사들은 검증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SBS의 경우, 인수위가 활동을 시작한 12월 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인수위·당선인의 정책관련 보도 총 48건 중 문제점을 정리하거나 분석한 보도가 한 건도 없었다. 정책발표나 관련 내용을 전하며 ‘우려’나 ‘반발’을 전한 보도도 6건에 그쳤다. 인수위 정책 ‘홍보방송’ 수준이다.

KBS도 총 67건 중 겨우 5건의 보도에서 인수위·당선인 정책에 대한 우려나 문제점을 분석했다. 13건의 보도에서 발표 내용을 전달하며 ‘우려’나 ‘반발’ 등을 함께 전해 ‘면피’ 수준의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MBC가 총 71건 중 12건을 ‘분석 보도’로 내보내고, 7건의 보도에서 발표내용과 함께 우려점을 전한 것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돋보인다. 특히 인수위의 대운하 지역 투기조짐, 교육정책, 친기업정책 등에 대한 진단보도는 유용했다.

그럼에도 인수위나 당선인이 발표하는 정책을 분석하지 않고, 그대로 단순 전달하는데 MBC와 KBS가 70%정도의 비중을 할애하고, SBS가 85% 비중을 할애한 것은 유감스럽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의 정치행보 중 발표된 정책에 대해 22건의 보도 중 1건의 보도에서만 우려를 전달한 점은 실망스럽다. 오락가락한 정책발표나 문제 있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없는 점도 문제다. 방송사들이 민감한 정치 사안을 파헤치지 않으며 줄기차게 기대왔던 ‘기계적 균형’이라는 명분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특히 SBS가 대선 전 선거방송과 개표 후 특집방송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정말 실망스럽다.

물론 인수위나 당선인이 발표한 정책은 입법화 과정이 남아있다. 입법화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입법과정에서의 방송보도를 돌이켜보면 입법과정에서 나오는 정책적 근거나 반대여론을 검증하거나 실증하기 보다는 입장이 다른 주체의 ‘공방’이나 ‘갈등’을 부각하는 데 급급했다. 그 때문에 지금부터 언론이 검증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고되는 큰 변화들이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 방송들이 실증적인 검증작업과 사회적 여론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이제라도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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