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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노래에 박수치며 웃던 아빠는 이내 무너지며 눈물을 흘리고 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를 안고 겨우 꺼낸 말.

“아빠는 너무너무 미안해. 만날 아빠가 아파서… 같이 있어주지 못 해서….”

그리고 며칠 뒤, 그는 떠났다. 죽음이란 두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아빠를 떠나보낸다. “안녕… 아빠…”

가족이란, 때론 울타리이고, 때론 굴레다. 편안한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불안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멀어지면 그립고 가까워지면 도망치고 싶은, 그렇게 가족은 모순적인 존재다.

15일~17일, 19일~20일 방영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5부작 〈사랑〉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함께 할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먼 미래가 아닌 내일조차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그들에게 가족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 그 시간이 단 하루라도 연장되길 바라는….

▲16일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 '안녕 아빠' 편의 한 장면. ⓒMBC


대장암의 재발로 한 달의 시간만이 남은 이준호 씨와 그의 아내 김은희 씨가 그랬고(‘안녕 아빠’), 첫 딸을 낳자마자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아 “아이의 돌잔치를 해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안소봉 씨(‘엄마의 약속’)가 그랬다. 또 온 몸이 굳어가는 병으로 어머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박진식 씨와 환갑의 나이로 아들 수발이 점점 힘들어져 “내가 죽으면 우리 아들 두고 어떻게 갈까?” 하는 걱정에 눈물짓는 어머니(‘돌시인과 어머니’)도 그랬다.

장애와 죽음 때문이 아니어도 어렵게 사랑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 뼈가 달걀껍데기처럼 쉽게 으스러지는 희귀병인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1급 장애인 윤선아 씨(‘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대부분의 ‘가임 여성’들에게 임신은 선택 혹은 필수겠지만, 윤선아 씨에겐 도전이자 모험이다. 자연임신을 할 경우 병이 유전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보통의 불임부부들보다도 훨씬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사랑의 결실’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한다.

‘벌랏마을 선우네’편의 주인공은 아이를 통해 새 인생을 얻었다. 이경옥 씨는 “사는데 욕심이 없었어요. 마흔까지만 살고 싶었는데, 남편과 선우 때문에 살고 싶은 의욕이 생겼어요. 인생이 너무 신나고, 하루하루가 기대돼요”라고 말한다.

〈사랑〉의 주인공들은 우리 안의 부끄러움을 일깨우며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진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회복하게 했다. 그리고 왜 지금 사랑하지 않느냐고, 바로 지금이 사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윤미현 책임 PD는 “〈사랑〉을 보고 옆에 있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된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10.1%라는 높은 평균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기준)이 아니어도 〈사랑〉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며 감동의 시청 소감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시청자들의 재방송 요청에 힘입어 교양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전편이 재방송된다. 24일과 6월 5일~6일, 〈사랑〉의 감동이 ‘리플레이’ 된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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