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비평쓰는 김진숙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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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불륜’은 미화되지만 현실은 추악”


“드라마 속의 불륜은 대부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지만 현실은 훨씬 냉혹하다. 만일 지수(배종옥)이 고소한다면 준표(김상중)는 간통자, 화영(김희애)은 상간자로 처발받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준표와 화영은 교도소로 가는 티켓을 반쯤은 예약해 놓은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SBS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의 극중 불륜관계를 법률적으로 해석한 글이 화제를 모았다. 이 글은 김진숙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실 부공보관이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http://enews.spo.go.kr) 5월호에 〈‘내 남자의 여자’가 히트치는 이유!〉 라는 제목으로 쓴 TV 비평이다.  


“불륜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영화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만큼 불륜은 아름답지 않다. 불륜의 끝은 추악하다. 실제 불륜을 수사하면서 느낀 점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검사 출신인 김 부공보관이 드라마를 소재로 법률적 글을 쓴 건 검찰 전자신문을 오픈하고 나서부터다. “검찰에 대해서 고증 없이 상상 속으로만 그릴 때가 많다. 미디어를 통해 검찰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지는 것 같아 사람들에게 익숙한 드라마를 소재로 설명하게 됐다.”  


김 부공보관이 드라마를 소재로 글을 쓴 건 이번이 세 번째다. 3월 ‘뉴스프로스’를 오픈하면서 극중 검사가 등장하는 KBS 〈꽃피는 봄이 오면〉, MBC 〈H.I.T〉등에 대해 비평을 했다. 김 부공보관은 이미〈H.I.T〉를 통해 “아무리 드라마라도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극적 재미를 가미해야지 극적 구성을 위해 리얼리티를 희생하는 것은 그다지 세련된 기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회자되기도 했다. 


“‘뉴스프로스’를 오픈한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법률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여 년 동안 수사를 해 왔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면서도 법률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분석하게 된다.”


1993년 사시 32회로 합격한 김 부공보관은 '드라마 비평 쓰는 검사'라는 타이틀 외에 '여성 최초 특수부 검사’라는 이력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대검찰청의 홍보업무를 담당한 뒤, 김 부공보관은 특수부 검사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인드와 열정으로 일하고 있다.  


“수사업무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다루기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홍보는 창의적인 일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낀다.”


김 부공보관은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그 동안 검찰청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드라마 작가들을 대검찰청으로 초청해 검찰청 내부를 견학시켰다. 또한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할 검사를 선발하기 위해 내부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에는 ‘백설공주 살인사건’이라는 연극을 기획했으며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기획도 김 부공보관이 진행했다.


“미디어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설명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크다. 검찰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앞으로도 검찰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쓸 생각이다.”  


요즘 드라마 〈문희〉〈대조영〉〈푸른물고기〉 등을 열심히 보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글을 열심히 써서 국민들에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방송사에서도 일상생활에 밀접한 법률상식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좀더 많이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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