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만 MBC 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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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에어시티' 총괄기획

 

80년대 ‘제1공화국’ ‘제2공화국’ 등을 만들어 TV 정치 드라마 시대의 문을 연 고석만 MBC 특임이사가 19일 첫 전파를 탄 ‘에어시티’의 총괄 기획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지우, 이정재 등이 출연하는 ‘에어시티’는 2년간의 준비기간,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촬영한 첫 드라마란 점, 60여억원의 대자본이 투자됐을 뿐 아니라 외주제작사와 공동기획·공동제작하는 첫 드라마란 점으로 방송전부터 화제가 됐다. 에어시티의 첫 방송 시청률은 12%. 출발은 나쁘지 않다. 고석만 이사를 22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에어시티’를 시청자에게 선보인 소감은 어떤가?

“아직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동안 다룬 적이 없는 공항에서 일하는 전문직업인들이 드라마에 처음 등장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소재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또한 외주제작사와 드라마 기획 초기단계부터 최종적인 이익배분까지 공동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기존 제작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다. 최선을 다했고 현 시점에서는 부끄럽지 않다.”

 

-드라마 제작 과정이 기존과 크게 달라졌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한국의 드라마는 외주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복잡다단한 외주제작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는 상태에서 가장 좋은 장치를 마련하려고 애썼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가 공동기획으로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시티의 제작비는 60억 정도인데 평균 제작비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에어시티’의 장점은 무엇인가?

“신문 등 인쇄매체들은 ‘에어시티’관련 기사를 쓸 때 제작기간 2년, 60억 투자 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들이 정말 달갑지 않다. 젊은 남녀간의 사랑 같은 트렌디한 드라마가 아니라 다양성, 전문성 차원에서 새로운 드라마의 등장이란 점에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특임이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특임이사는 사장의 명을 받아서 상황에 맞게 특별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특임이사로서의 내 역할은 MBC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에어시티 제작을 준비하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에 태백산맥을 연출하려고 했는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해 혼불로 작품을 바꾸었다. 혼불을 최상의 TV 영상예술작품으로 만들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작가쪽 유가족들과의 원작료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다음 주제로 잡은 것이 무기거래상 이야기다. 무기거래상과 로비스트들의 미묘한 관계를 얘기하면서 국제적 역학관계 등을 다룬 최상의 정치드라마를 만들어 보자고 준비했는데 이야기를 다듬는 과정에서 공항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의견을 모아 에어시티가 탄생하게 됐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이면서도 군사적 목적의 전략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취재나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인천공항은 일반의 접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항은 일반화된 우리생활의 근거지이자 공간이다. 최문순 사장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천공항 이사회는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결국 통과시켰다. 2005년 가을부터 작가를 투입해 취재 후 스토리를 만들었다. 비행기 활주로 촬영에도 공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한 장면을 찍기 위해 5시간동안 활주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1회부터 4회까지 활주로 장면 촬영에 무려 55시간이 소요됐다.”

 

-드라마 PD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다.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상황을 정책이나 경영합리화 부분보다 중시여겨야 한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나는 시청률을 존중하지만 숫자에 승복하지는 않는다. 시청률 산정과정에 오류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공짜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땀 흘린 것만큼 얻는다.”

 

-PD와 경영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식물 모종은 심어놓고 적절하게 물과 햇빛을 주면 잘 자란다. 식물 모종이 PD라면 경영진은 물·햇빛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 원칙 같은 게 있는지?

“내 자식과 아내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교양과 위안을 주고 인간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이 원칙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면한 적이 없다.”

 

-요즘 PD들은 70~80년대 지상파가 독점적 지위를 누린 시절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 시절을 보낸 소회는?

“편안한 시절이 과연 있었나?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룰이 있었다. 등에 칼이 꽂히는 듯한 아픔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적도 있다. 칼라 TV로 바뀔 무렵 ‘수사반장’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겪은 일이다. 일주일간 열심히 촬영하고 일을 끝냈는데, 사전에 한마디 고지도 없이 국장이 칼라TV로 찍으라고 해서 작업을 전면 다시 한 적도 있다.”

 

-요즘 미국 드라마가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드라마도 사이클을 타는 것 같다. 20년전 미국 드라마(미드)가 우리 방송을 지배했었다. 미드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하나다. 완성도 높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이다. 물량으로 미드를 따라잡으려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내가 왕성하게 일했던 70~80년대에는 ‘뿌리’ 등 미드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다. 당시 미드 열풍을 몰아낸 것은 ‘수사반장’ ‘제1공화국’ 등 한국 드라마였다.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이 확립되자 시청자들은 미드를 외면했다. 그 시기를 잊지 않고 싶다.”

 

-방송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지상파의 미래를 보장하고 담보하는 것은 콘텐츠다. 방송사별로 60만~80만 개에 달하는 엄청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을 하는데 실제로 유통되는 콘텐츠가 얼마나 되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렌드 드라마는 1회용, 킬링타임용일 뿐이다. 콘텐츠 수명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유지되는 제작 시스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소재의 다양성뿐 아니라 제작형태, 제작규모의 다양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글 임현선 기자 vivasun5@pdjournal.com
사진 김현수 프리랜서

 


 

고석만 특임이사는 누구인가

 

정치 드라마 개척자...“EBS에는 지금도 미안”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었던 고석만 특임이사는 1973년 MBC에 입사해 교양 프로그램 PD로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국으로 자리를 옮겨 수사반장(1977년), 제1공화국(1981년), 간난이(1983년), 제2공화국(1989년), 땅(1991년), 제3공화국(1993년) 등을 연출했다.

 

본격 정치 드라마인 제1~제3공화국 연출은 그에게 ‘공화국 PD’라는 별명과 함께 ‘정치드라마 개척자’라는 호칭을 안겨주었다. 그가 가장 애정을 갖는 드라마는 ‘땅’이다. 50부작으로 준비했으나 외부의 압력으로 15회만에 종방했다. “정경유착을 다룬 드라마였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SBS로 자리를 옮겨 ‘코리아게이트’ ‘3김시대’를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내 언론 총괄국장을 역임했다. EBS 사장 재임시절에는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문화사 시리즈, 스페이스 ‘공감’ 등 참신하고 교양 있는 기획들을 대거 선보이며 ‘학습채널’이었던 EBS의 위상을 ‘지식 채널’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고석만 이사는 “EBS와 나는 궁합이 잘 맞았다”며 “사장 취임 뒤 PD들이 시청률 표를 의식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년 4개월이나 남은 사장직을 던지고 MBC 사장 공모에 응한 뒤 구설수에 오르는 등 시련을 겪었다. 고 이사는 아직도 “EBS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최문순 사장의 요청으로 MBC 제작본부장이 된 고 이사는 ‘상주 참사’ 사건이후 제작본부장 자리를 내놓았다. 현재 특임이사로 일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임현선 기자

 


 

고석만 이사 약력


1948년 출생, 1973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석사, 1973년 MBC TV 제작국 PD입사, 1990년 MBC 프로덕션 제작본부장, 1993년 MBC 드라마국 단막극·특집극 팀장, 1995년 SBS 드라마국 국장급 제작위원 1997년 청주대 예술대학 겸임교수, 1999년 대통령비서실 국내언론 총괄국장, 2000년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K-TV) 소장, 2003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2007년 현재 MBC 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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