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라디오 ‘허수경의 가요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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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들 앞에서는 무장해제된 기분” 

“제가 ‘무장해제’ 하는 자세로 진행하는 만큼 청취자들도 편하게 제 프로그램을 듣는 것 같아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방송할 때마다 청취자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13년째 라디오 진행을 해오고 있는 허수경 씨. 그는 현재 SBS 라디오 〈허수경의 가요풍경〉(연출 이재익, 월~금 오후 4시)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라디오 진행자로 입문한 건 1994년 MBC 〈정오의 희망곡〉을 통해서다. SBS〈허수경의 가요풍경〉의 마이크를 잡은 건 1999년부터다.  

“미국에 있던 2년을 빼고는 라디오를 한 번도 놓지 않은 것 같아요. TV보다 라디오에 더 정을 느껴요. TV 진행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정해진 내용을 필터링하는 것이라면 라디오는 진행자의 마인드가 그대로 전달됩니다. 청취자와 1대 1로 얘기하는 기분이죠.”

그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열심히 해 온 일 가운데 하나는 청취자가 보내온 모든 사연을 꼼꼼하게 읽는 것이다. “PD가 큐시트를 짜지만 그 안에서 구성은 제가 합니다. 사연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뉴스’가 있어요. 시간 제약 때문에 사연을 다 소개하지 못할 때가 제일 안타깝죠. 읽지 못한 사연이 읽은 사연보다 더 쌓여 있을 때도 많아요.”

라디오는 사람의 따뜻한 감정이 교류되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특히 ‘사랑 고백’과 ‘군인이 보낸 편지’를 열심히 소개한다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데 어떡해요. ‘그때 고백 소개해주셔서 결혼한 누구누구인데 이번에 아기를 낳았습니다’라는 사연 읽으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몸이 군에서 자유롭지 못한 군인들도 마찬가지죠. 그리운 가족들, 여자친구, 동료들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가요풍경이 조금이라도 했으면 해요.”  

라디오 진행은 그에게 ‘삼시 세끼’ 처럼 생활이 됐고 그만큼 고정 청취자도 생겨났다.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자와 궁합이 맞는 청취자들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어느새 청취자와 진행자가 언론에 보여주는 것 이상의 ‘서로 아는 사이’가 돼요. 청취자와 전화 연결하는 ‘여보세요’라는 코너를 하다보면 이름만 듣고도 너무 익숙한 분들이 있어요. 전화하면서 ‘아~ 그 때 사연 보내신 분 목소리가 이러셨구나’라고 말할 땐 이웃을 만난 기분입니다.” 

그는 닮고 싶은 라디오 진행자로 MBC FM4U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배철수 씨를 꼽았다. “프로그램에서 주관을 가지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합니다. 청취자들에게 아지트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섭취하고 싶은 점이죠.”

‘음악’과 ‘사연’이 중심이 되는 〈허수경의 가요풍경〉은 30대 이상의 청취자가 많다. 이번 봄 개편에서는 음악FM에서 AM 성격이 강한 SBS라디오로 주파수를 옮겼다. “처음에는 살짝 속상했어요. 라디오도 TV처럼 오락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어디에 있든 청취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청취자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요풍경을 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밝혔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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